[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한일 양국을 잇는 그룹 미래 전략 사업을 사실상 총괄할 전망이다.
롯데지주(004990)가 신설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핵심 직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롯데홀딩스에서도 그룹경영전략본부장을 담당하게 되면서 향후 롯데그룹의 중장기 사업 구도 설계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국적 유지와 0%대 지분율이라는 구조적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승계 정당성 논란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롯데 한일 양국 핵심 거점 장악…전략 컨트롤타워 중책
3일 재계에 따르면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은 그룹 전체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 전략 전반을 총괄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지주사 미래성장실장을 맡고 있는 신 부사장은 내년 신설되는 전략컨트롤타워에서도 중책을 맡아 그룹의 신사업 개발과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컨트롤타워의 규모나 명칭은 현재 미정이다. 또한 주요 계열사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던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는 제임스 박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 그룹 핵심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공동 지휘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내부 논의 중이며 규모와 역할 등에 대해 업무 분장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신 부사장은 지난 6월 롯데그룹의 중요한 경영 무대인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 선임돼 그룹경영전략총괄본부장을 맡으면서 한일 양국에서 신사업 및 그룹 내 영향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동시에 롯데파이낸셜 대표직도 맡고 있다. 신 부사장 이전까지 롯데파이낸셜은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던 고바야시 마사모토 사장이 이끌었던 곳이다.
국내에서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과 전략컨트롤 조직,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을 동시에 챙기고 있으며 일본 롯데스트래티지인베스트먼트(LSI)와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직을 겸하면서 한일 양국에서 경영수업과 재무를 함께 아우르며 그룹 전반의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부사장의 이같은 행보에는 롯데 특유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의 최상단은 광윤사이며, 광윤사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50.28%, 신동빈 회장이 38.98%를 보유하고 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28.14%)이며,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19.07%)을 통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도에서 신 부사장의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협조가 필수다.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5.96%) 등 주요 주주가 이미 신동빈 회장 측 우호 지분이라는 점은 신 부사장에게 유리한 기반이 된다. 신 부사장 입장에서도 일본에서 LSI와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를 맡고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종업원지주회와 접점을 확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 셈이다. 결국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일본 내 우호세력에게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신유열 부사장이 한일 양국에서 직책을 동시에 확대하는 속도는 사실상 후계 교육의 중간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국적과 미미한 지분율 최대 과제로
다만 신 부사장의 최대 걸림돌로는 국적과 미미한 지분율이 꼽힌다. 입사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은 이미 2016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일본 기업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국적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사안 중 하나다.
신 부사장은 1986년생으로 현재 병역 문제는 해소된 상태다. 국내 병역법에 따라 국적 회복자는 만 38세부터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인 신 회장이 지난 1996년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만 41세에 한국 국적을 회복한 만큼 비슷한 시기에 국적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율 역시 양국에서 미미하다는 점도 추후 과제다. 롯데지주는 신 회장(13.0%)이 최대주주고 자사주(27.5%)를 통해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신 부사장 역시 급여나 배당 등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롯데지주 주식 매수에도 나서고 있다. 신 부사장의 롯데지주 지분은 지난해 말 1만6416주에서 올 3분기 3만91주로 소폭 증가했으나 지분율은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