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T,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통매각'…1조 딜 시험대
자기자본 규모에 PBR 고려하면 1조원 수준
PF·충당금 관건…눈높이 맞추기 어려울 수도
공개 2025-12-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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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유럽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묶어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매각 주관을 맡았고, 시장에서는 거래 규모를 1조원 안팎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캐피털 업권 전반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후폭풍과 조달 환경 변화로 대어급 매물도 흥행이 쉽지 않은 국면에 놓여 있어, 최종 가격은 자산건전성과 자본·유동성 지표에 따라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사진=애큐온캐피탈)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선 애큐온캐피탈 매각가로 1조원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비상장 금융사는 상장사처럼 주가가 없기 때문에, 통상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을 기본 축으로 두고, 총자산이익률(ROA)·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와 BIS·부실채권(NPL)·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등을 따진다.
 
시장에서 애큐온캐피탈 매각가로 1조원 안팎이 거론되는 배경도 비슷하다. 애큐온캐피탈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1조1903억원 수준으로, 이를 PBR 1배로 단순화하면 1조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앞서 베어링PEA가 JC플라워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0%를 인수할 당시 PBR 1.25배가 적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시 약 1조5000억원까지 몸값을 부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베어링PEA는 앞서 EQT파트너스가 2022년 인수한 홍콩계 사모펀드다.
 
자기자본 1.2조원…PBR 1배 넘길까
 
문제는 수익성과 건전성이다. ROA는 지난해 1.1%에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0.9%로 소폭 하락했다. 기업금융·대출 비중 확대로 이자이익은 유지됐으나, 부동산PF 건전성 악화에 따른 충당금 부담과 조달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애큐온캐피탈의 영업자산은 기업금융 70%, 소비자금융 11%, 기타 투자금융 19%로 구성돼 있다. 기업금융 2조7629억원 가운데 기업대출은 1조9463억원, PF대출은 5887억원이다.
 
고정이하여신 988억원 중 PF대출은 363억원으로, PF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2%다. 부실채권 매각 및 회수 등을 통해 건전성 지표 관리하고 있지만, 영업자산 전반의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6월 말 새로운 사업성 평가기준 적용으로 요주의이하여신 증가하면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진단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애큐온캐피탈의 충당금 적립률은 낮은 편에 속한다. 부동산 PF를 취급하는 AA급 13개사 평균은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 112.8%, A급 이하 평균은 89.3%다. 반면 애큐온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26.8%, PF대출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6.6%에 불과해 대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애큐온캐피탈은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한 질적 리스크도 지고 있다. 부동산 PF 규모는 5941억원, 본PF 비중이 84%로 양적 리스크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비주거용 사업장(32%) 비중과 중·후순위 비중(48%) 및 평균 LTV 수준(본PF 49%, 브릿지론 50%) 등을 감안할 때, 질적 리스크가 내재되어 있다는 평가다. 특히 사업성 리스크가 높은 물류센터 익스포져가 크고, 트렌치 구성상 중·후순위 비중 등을 고려하면, 사업지연 장기화 시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PF·충당금 부담에 흔들리는 밸류…원매자 눈높이 낮아질 수 있어
 
원매자 입장에선 낮은 충당금 적립 등 부동산 PF 리스크를 자본에 반영해 PBR 1배 이상의 가치를 책정하기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무수익여신 비율이 3% 초반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이 2%대 초반까지 낮아진 점은 매각 실사 과정에서 거래가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근 주요 원매자로 거론되는 국내 금융지주의 경우, 건전성·자본비율 관리나 주주환원 강화 기조 속에서 새 리스크를 떠안는 M&A에 보수적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는 상황이다. 사모펀드가 참전하지 않는 이상 원매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가운데, 과거 EQT파트너스가 인수할 당시와 달리 저축은행 업황·PF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할인율도 커졌다는 평가다.
 
관련 업계선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이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영업망과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M&A 대어 매물들 매각에 난항을 겪는 상황 속에서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 같으면 대어급 매물로 분류됐겠지만, 최근 환경에선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장기화될 수 있는 거래”라며 “최근 저축은행과 캐피털 업황을 감안하면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정당화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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