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EB 무산 뒤 재원 난항…대규모 잔금 일정 줄줄이
애경·호텔·조선 투자 연달아 추진…단기 자금 수요 폭증
현금 5000억원뿐이라 조달 전략 부재 속 재무 부담 확대
공개 2025-12-1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2일 14:4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태광그룹이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을 철회한 이후 별도의 재원 조달원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애경산업 인수 잔금과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 잔금 지급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조선업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단기 대규모 자금 수요가 겹쳐 재원 마련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신사업 투자라는 명목 아래 집행 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린 상황에서 당장 필요한 자금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5000억원에 그치는 데다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방안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단기 재무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태광산업)
 
EB 철회에도 M&A 드라이브 지속...단기 자금 수요 1조원 웃돌 듯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003240)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 투자 포트폴리오에 맞춰 화장품(애경산업(018250))과 호텔업(코트야드 남대문 호텔) 인수 본계약 이후 잔금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조선업 투자까지 병행하며 신사업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주요 자금 조달원으로 고려했던 EB 발행이 무산된 이후 애경산업과 호텔 인수 대금 지급 시점이 동시에 다가온 데다 조선업 투자가 추가되면서 단기 재무 부담 우려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 자산 편입을 통해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EB 철회로 조달 전략이 흔들린 만큼 시장에서는 투자 우선순위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광산업은 오는 2026년 2월까지 애경산업 인수 잔금 446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2월 인수 계약 체결 당시 계약금(235억원)을 납부한 이후 잔금 납부 시한은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지난 10월 태광산업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최대주주 지분 63.13%를 약 4700억원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종결과 동시에 잔금을 일괄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호텔 인수도 마무리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태광산업은 10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인수 금액은 약 25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케이조선 인수전 참여는 부담을 키우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12일 태광산업은 미국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케이조선 인수전에 나섰다. 케이조선은 연 매출 1조원대의 중형 조선사로 거래 금액은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이 컨소시엄 내 지분율에 따라 최소 2000억~3000억원을 부담할 가능성이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컨소시엄 방식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은 그룹에서도 이례적인 만큼 시장에서는 (다른 투자 계획 마무리도) 급한 시점에 필요 이상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투자 일정을 감안하면 태광산업이 단기간 확보해야 할 자금 규모는 최소 1조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애경산업 잔금과 호텔 인수가 이미 본계약 단계인데 조선업 M&A까지 추가되면서 단기 자금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케이조선 인수는 컨소시움 형태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금액은 검토 중"이라며 "지난 9월 발표한 1조5000억원 신사업 확장 계획과는 별도의 건"이라고 설명했다.
 
 
EB 무산에 대체 조달 방안 모색…구체적 방안 '오리무중'
 
결국 여러 투자 계획을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태광산업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000억원으로 단기금융상품(7122억원)을 포함하면 유동성 자산은 1조원을 겨우 넘는다. 당장 2~3달안에 현금화하기에는 시간적인 압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3200억원 규모 EB 발행이 무산되면서 태광산업은 대체 조달 방안을 다시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은행 차입과 회사채 발행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16.5%로 낮고 단기차입금도 지난해 말 845억원에서 올해 408억원으로 감소해 재무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다. 이에 따라 추가 차입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태광산업의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은행권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으로 1조원 이상 조달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 부담과 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방식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측은 "EB 발행을 제외한 추가 자금 조달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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