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PEF 출자 '안갯속'…계속되는 홈플러스 후폭풍
10월 국감, 청문회 이어져 PEF 출자 공고 추가 지연 가능성
통상 GP 선정기간 이미 지나…대형 PEF 출자 비중 하락 '우려'
공개 2025-09-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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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 사모펀드(PEF) 출자사업이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이번 달 공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10월에는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일정 등이 겹치며 추가 지연이 불가피하단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관련 국회와 금융감독원의 지속적인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국민연금의 PEF 출자사업 공고가 늦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월 국감에 청문회까지…PEF 출자 공고 또 지연?
 
국민연금은 올해 초부터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9000억원 가량 손실을 볼 것이란 우려가 뒤따랐다. 앞서 국민연금이 약 10년 전 홈플러스 대주주인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5826억원을 투자한 것이 화근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리테일투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RCPS 원리금 상환이 지속 지연되면서 금액이 약 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문제는 한국리테일투자가 올해 2월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RCPS 상환권을 홈플러스로 넘기면서 불거졌다. RCPS는 회계상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그만큼 개선됐지만, 돈을 받아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선 부채보다 자본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업이 청파산 절차를 거치게 되면 채권자(부채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돈을 돌려받고, 자본 투자자는 채권자가 다 가져간 후 남는 게 있어야만 배분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RCPS를 회계상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RCPS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과 RCPS 발행조건 변경합의서를 체결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RCPS 발행조건 변경에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MBK 측에선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투자자는 한국리테일투자기 때문에 국민연금 동의는 필요 없었다”라면서 MBK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의 부름을 받으며 집중포화 대상이 됐다. 특히 국민연금과 홈플러스의 RCPS 계약 조건이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직전 홈플러스에 유리하게 바뀐 것을 두고 국민연금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있었느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진 바 있다.
 
앞으로의 일정도 험난하다. 2025년 정기 국정감사가 10월13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등 범여권 의원 25명이 발의한 ‘MBK 청문회 개최 결의안’이 국민의힘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이 같은 상황서 국민연금의 PEF 출자 공고가 늦어지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 진단이다. 9월 중 발표가 나지 않는다면 11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향후 일정상 국민연금의 PEF 출자 공고는 무기한 연기되는 분위기”라며 “현재 금감원이 검사의견서에 대한 MBK 측의 소명 절차를 거쳐 제재심의위원회 일정을 조율 중이고, 국민연금 측에서도 관계자의 증인 출석 문제 등으로 여유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통상 7월까지 GP 선정…대형 PEF 출자 비중 낮아질 수도
 
그동안 국민연금은 통상 상반기에 PEF 위탁운용사(GP) 선정 공고를 제출하고 하반기에 GP를 추려 발표했다. 지난해는 4월 공고를 띄웠고, 7월까지 최종 선정을 마쳤다. 당시 규모는 총 1조5500억원으로, 사모펀드와 크레딧·부실자산 펀드, 벤처펀드 등 3개 부문에 대한 출자를 공고했다. PEF 부문은 총 1조원, 크레딧·부실자산 펀드 부문에는 3500억원을 출자했다. 벤처펀드 부문에는 2000억원을 배정했다.
 
지난해엔 MBK파트너스와 프리미어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JKL파트너스가 GP로 최종 낙점됐지만, 올해는 사실상 대형 PEF에 대한 출자 비중을 낮출 것이란 진단이 지배적이다. 앞서 국내 주요 출자자(LP) 중 하나인 우정사업본부의 경우 지난해까지 대형 펀드에만 자금을 공급했지만, 올해는 중형(2500억원 이상), 소형(1000억~2500억원) 리그를 신설해 출자 대상을 다변화하는 등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공제회, 중소기업중앙회 등도 최소 결성 규모를 낮추는 방식으로 벤처·중소형 운용사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관련 업계에선 사실상 MBK가 배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 대형 PEF들도 미소진 자금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애초부터 이번 국민연금 출자 소식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한앤코를 비롯한 일부 대형 PEF들의 펀드 클로징이 얼마되지 않아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많이 남아 있다”라며 “펀드 결성을 완료하지 못한 PEF들과 특히 중형급 PEF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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