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S, 활황장 조달 수단 각광…회계 기준은 공백
대규모 투자 기업, PRS로 자금 조달
EB 막힌 시장, 사실상 유일한 창구
"어쩔 수 없는 선택" 업계 한목소리
공개 2025-09-2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15:3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주가수익스와프(PRS Price Return Swap)에 대한 자금조달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PRS는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고 주가에 연동돼 최근 많은 기업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금융당국에서 회계기준 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활황기 자금 조달창구로 다시 '주목'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지분을 담보로 한 PRS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관을 맡을 증권사 선정 작업 중이다. 이달 말 교환사채(EB) 보호예수 해제에 맞춰 자금조달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섰다는 평가다.
 
(사진=LG화학)
 
PRS는 대출채권이나 발행증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배당권과 의결권을 제외한 담보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주관사로부터 현금을 조달하는 교환 거래를 말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일종의 주식 담보 대출로 차입 부담이 큰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LG화학의 PRS 발행 결정은 2차전지와 같은 신사업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차입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분기 LG화학의 순차입금은 올해 2분기 23조4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17조5810억원 대비 33.2% 증가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9294억원에서 8385억원으로 9.8% 감소했다.
 
LG화학은 PRS 발행에서 전체 주식의 3% 내외를 기초자산으로 삼을 전망이다. PRS 연 이자율은 LG화학 회사채 3년 만기 금리인 연 3%보다 1%p에서 1.5%p 높은 연 4%~4.5%대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LG화학은 최대 3조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PRS 시각 다른 발행사와 증권사
 
PRS가 다시금 자금조달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은 2023년부터다. 당시 높아진 채권 발행금리에 자회사 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PRS를 통한 자금조달이 시도됐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그룹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011170)은 미국 자회사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의 3자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LCLA의 지분 40%를 담보로 메리츠증권과 6600억원 규모 PRS 계약을 맺었다. 이어 올해는 롯데지주가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479만8925주를 한국투자증권에 PRS 방식으로 넘겨 1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사진=롯데케미칼)
 
PRS 발행에서 발행 기업은 주식을 담보로 할 경우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를 밑돌면 기업이 매수자에게 손실을 보전하는 조건을 건다. 이에 따라 PRS는 담보 주식의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될 때 그 의미를 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호조세는 PRS를 통한 자금조달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선 기업 주가가 전반적인 호조세를 보이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이에 발맞춰 주관 경쟁에 나서고 있다. LG화학 PRS 발행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KB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신한투자증권 등 LG그룹의 회사채 발행을 맡아온 증권사들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PRS 거래에서 발행사인 기업과 주관사인 기업 간의 입장 차이는 있다. 발행사는 담보로 하는 주식 가격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채권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원한다. 주관사는 시장에서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가격에 PRS를 발행해 셀다운을 통한 조기 수익 확보를 노린다. 이에 따라 담보 지분 가치 책정과 PRS 발행 이후 운용이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LG화학의 PRS발행에서도 발행사와 증권사 간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주관 증권사에 자체 운용한도로 PRS를 인수해 셀다운을 하지 않는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은 나눠 인수를 해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규모를 자체 운용한도로 인수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한편, 투자 수익 안정성 확보를 위한 셀다운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법 개정으로 막힌 자금줄, PRS 용인 필요
 
주식시장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LG화학뿐 아니라 다수의 기업들이 PRS를 검토 중이다. 특히 대규모 시설투자 자금 수요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PRS는 부채 부담이 없는 자금 조달 창구로 평가받고 있다. 
 
에코프로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담보로 7000억원 규모 PRS 발행을 추진 중이다. 주관사로는  미래에셋증권(037620),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003540), 메리츠증권을 선정했고 오는 10월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발행 조건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발행 PRS이자 수익률은 3개월 변동 조건으로 에코프로(086520)의 2년 민평금리에서 +70bp(1bp=0.01%)로 5.85%로 책정됐다. 회사채 발행보다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에코프로비엠(247540)이 주가수익비율(PER) 대비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에코프로의 유효 신용등급이 BBB+ 수준이라는 점이 PRS 발행을 이끌었다. 
 
잇단 PRS 발행에도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PRS를 자본으로 봐야할지, 부채로 봐야 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국제회계기준에도 명확한 해석이 나와 있지 않다.
 
(사진=금융위원회)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국회계기준원과 함께 PRS 회계 산정 기준 마련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는 과장급 이하 실무진으로부터 PRS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회계 처리 내용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핵심은 PRS발행을 위해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연결 여부다. SPC를 발행사 연결 기준 자회사로 본다면, 발행사가 담보 용도로 넘겨준 주식은 그대로 발행사에 남아있는 반면, 현금만 들어오는 것이기에 부채 성격이 강해진다.
 
한편 업계에선 상법개정으로 막힌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서 PRS라도 용인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가 막힌 상태에서 부채 관리를 해야 하지만 자금조달 수요가 필요한 기업이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PRS 국내 도입으로 두산그룹의 경우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두산에너빌리티(034020)(당시 두산중공업)는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로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막히자 산하 계열사 밥캣 지분을 기반으로 한 PRS계약을 통해 자금을 조달,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RS는 상법 개정 이후 EB 발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의 사실상 마지막 남은 자금 창구가 됐다"라며 "계약 당시 주가에 차익 상환 여부가 주요 조건인 만큼 책임 경영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당국이 이를 감안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