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이 저성장 국면 고착화 현상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저가 철강 물량공세가 세계적 현상이 되면서 악재는 심화되는 모습이다. 위기는 산업 가장 아래에 있는 업체의 붕괴부터 시작되고 있다. 철강산업 침체는 지역 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는 등 경제적 충격이 크다. 이에 정부는 철강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구상하는 등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철강 구조조정의 본질은 구조적으로 낮아진 수요에 맞춰 공급을 줄여 생존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 황금기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지만, 모든 산업의 근본이라는 점에서 철강산업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산업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철강산업 침체 현실을 살펴보고, 철강 지원 정책의 실효성과 구조조정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탐색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별법과 정부 방안 등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이전 철강산업 지원 규모보다 지원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등에 따르면 저탄소 철강 확대를 위한 설비 전환 자금 지원이 중점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과거 우리 정부의 철강산업 지원 규모는 외국 국가에 비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 정책 확대하고 있어 업계 스스로 저탄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국내 철강산업의 기본인 철강 내수 수요마저 늘어나기 어렵다. 설비 투자 재원을 전적으로 개별 업체에 맡긴다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저탄소 전환에 초점 맞춘 지원
23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저탄소 철강 비중 확대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3건의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은 생산량 감축 등 구조조정보다 저탄소 철강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주요 지원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별법에 노후 설비 매각 등 생산량 감축을 유도하는 조항이 있지만, 이 역시 저탄소 철강 사업 재편을 전제로 하므로 사실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저탄소 철강 전환 지원은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중견 이하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산업의 저탄소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고로-전로 에너지 효율성은 일본에 이어 글로벌 2위를 차지했다. 전기로 에너지 효율성 역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460860) 등 대기업이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를 주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철강산업 대다수는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탄소 설비를 도입하기 위한 자금 부담이 크다. 특히 50%에 달하는 대미 수출관세 등은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이기 때문에 자금 지출을 억제하는 이유가 된다.
특별법은 저탄소 설비 전환 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이 발효되면 정부가 보조금 지급 계획을 마련한다. 현재 보조금 비중과 액수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특별법 통과 후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에 우리 정부가 쏟는 자금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유럽연합 역내 철강사의 탄소중립 투자금 중 정부 보조금 비중은 40% 수준에 달한다. 또한 일본은 4조원가량의 자금을 철강 연구개발에 지원한다. 철강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도 포스코가 연구비용 대부분을 자력으로 부담하는 실정이다.
낮은 가격 경쟁력 해소 등 과제
향후 저탄소 철강 전환 촉진 후도 문제다. 저탄소 철강의 낮은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가 저가 중국산 철강 공세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중요한 요소다. 해외에서 높은 가격의 저탄소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가격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낮은 수요 대비 높은 공급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철강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시장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고급 철강의 경우 국산과 중국산 사이의 품질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국산 철강 수요를 확대하기 어렵다. 조선 등 철강 전방산업은 중국산 철강 사용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원가 경쟁이 강화되면서 저렴한 중국산 후판의 경쟁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후판 등 선박의 주요 원료에 대해 우리 정부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지만, 수출용 선박에 사용되는 후판 등은 보세공장을 통해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관세가 미치는 영향은 적다. 미국 등 국가는 정부가 자국산 철강을 구매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 무역마찰 등 가능성으로 인해 정부 주도의 수요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수입산 철강의 저가 공세에 무너진 국내 철강산업의 밸류체인 회복을 강조했다. 저탄소 철강 등을 통해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국내 철강 수요 산업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산업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민동준 연세대 명예교수는 <IB토마토>에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구조조정 등 칼질을 하는 것보다 수요산업과의 협력 체계 구축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저탄소 철강으로의 전환 등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가장 우선되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산업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