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사모펀드(PEF)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 하우스가 그동안 쌓아온 투자전략과 포트폴리오 성과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국민연금 출자 여부도 시장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외 출자자(LP)를 통한 펀드레이징 성과를 점검하고 중소형 PEF들의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대형 하우스가 여전히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독자적인 전략과 특화된 영역을 내세운 소형·신생 운용사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열풍인 K-콘텐츠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과 관련한 투자 안목을 보유한 VC들의 성과가 두드러지면서 국내외 LP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쓰리와이코프레이션 소속 QWER(사진=ATU파트너스)
ATU파트너스, K-콘텐츠 투자로 국내외 LP들 ‘주목’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이 ATU파트너스다. 2019년 설립된 ATU파트너스는 K-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특히 K-콘텐츠와 IP(지적재산권)를 중심에 두고, 밀레니얼·Z세대 소비층을 겨냥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주목받고 있다. e-스포츠 구단 DRX와 갤럭시코퍼레이션, 쓰리와이코프레이션(3Y) 등이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다.
ATU파트너스는 PE 업계 최초로 설립 1년 만에 정부가 관리하는 모태펀드의 ‘스포츠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설립과 동시에 아시아 최초 e-스포츠 전용 PEF 설립해 DRX를 인수하면서 기존 VC와는 차별화된 투자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e-스포츠 구단으로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관념을 깨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 60억원에 불과했던 기업가치는 지난해 진행한 시리즈C 단계서 1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K-문화 열풍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국내 주요 LP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ATU파트너스는 2023년 K-문화 M&A 분야 모태펀드 운용사로 재차 선정되었으며, 올해에도 성장금융 출자사업에서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유일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다. 운용자산(AUM) 규모를 빠르게 키우면서 현재까지 누적 AUM은 약 3000억원 규모다. 현재까지 청산한 펀드들의 평균 내부수익률(IRR)도 88.8%에 달한다.
올해는 디지털 콘텐츠 기업 쓰리와이코퍼레이션(3Y)의 경영권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단순 VC가 아닌 직접 경영을 통한 밸류업에도 나선다. 3Y는 김계란의 유튜브 콘텐츠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4인조 여성 밴드 QWER을 제작한 기업이다. 이외에도 김계란, 진용진 등 크리에이터를 필두로 <가짜사나이> 시리즈, <없는 영화> 시리즈, <머니게임>, <파이트클럽> 등 2030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도 꾸준히 제작 중이다.
ATU파트너스는 올해 하반기에도 펀드 규모를 키우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LP들과의 접촉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선 그동안 콘텐츠 부분에서 LP들의 출자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정부가 콘텐츠 산업 육성 의지를 피력하면서 추가적인 출자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해외에선 K-콘텐츠 투자를 희망하는 글로벌 LP들이 출자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TU파트너스 관계자는 “글로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콘텐츠 기술 기업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6년간 빠르게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며 “올해는 AUM 규모를 5000억원까지 불리고, 2030년까지 AUM 2조원을 돌파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퀀텀벤처스코리아, 장기적 안목의 AI 투자 철학으로 차별화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이끄는 퀀텀벤처스코리아도 AI 관련 포트폴리오로 역량을 입증하면서 AUM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매년 벤처펀드 결성에 성공하면서 AUM 규모가 확대됐고, 지난해엔 대부분의 투자 종목에서 2배 이상의 멀티플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과 한국산업은행-신한자산운용의 혁신산업펀드 출자에선 숏리스트에 오르지 못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수시 출자사업서 신한벤처투자, 대교인베스트먼트, 인탑스인베스트먼트,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코어자산운용 등 14개 운용사와 경합해 GP 지위를 따냈다.
퀀텀벤처스코리아가 국내 LP들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설립 이후 국내 AI 관련 기업인 딥노이드, 퓨리오사AI, 포인투테크놀로지, 파네시아 등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투자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그동안 시리즈A 단계부터 참여해 AI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 투자 역량을 입증해왔고, 하드웨어 플랫폼부터 모델, 버티컬 서비스까지 AI 산업 전반에 걸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AI 산업은 학습·추론 등 막대한 연산 자원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부터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등 핵심 기술이 담긴 AI 모델, 그리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한 솔루션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버티컬 서비스까지 수직적 통합이 이뤄져야 생태계가 구축된다. 의료·금융·제조 AI 분야에서 쓰이는 영상 판독, 리스크 관리, 스마트팩토리 등은 이 같은 경로를 거쳐 나온 버티컬 서비스다.
퀀텀벤처스코리아의 투자 철학은 국내 AI 산업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축에 있다. 퓨리오사AI의 경우 플랫폼 단계로 AI 연산에 최적화된 자체 설계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며, 딥노이드는 의료AI 기술을 제공하는 버티컬 서비스 단계에 있는 기업이다. 관련 업계선 AI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는 국내 LP들에게 이 같은 퀀텀벤처스코리아의 투자 철학이 향후 출자에 있어서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VC업계 관계자는 “대형 하우스가 여전히 자금력과 안정성 면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전문 분야에 집중한 소형 하우스들이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며 “특히 콘텐츠·임팩트·딥테크 등 차별화된 투자 테마를 확보한 곳들이 차세대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