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2019년 결성한 3호 블라인드펀드 회수 시기가 다가오면서 기관투자자(LP)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결성한 1·2호 펀드가
한온시스템(018880)·
쌍용C&E(003410) 등 아픈 손가락에도 20%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3호 블라인드펀드는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한앤컴퍼니)
이른 엑시트 단행한 SK에코프라임…고점 매각 ‘증명’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3호 블라인드펀드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엑시트 전략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회수 시기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한앤코가 3호 펀드를 통해 바이아웃을 단행한 대표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는
대한항공(003490) C&D(기내식·기내면세품 사업부)와
남양유업(003920), SK해운, SK에코프라임, SK마이크로웍스 등이다. 조성 규모는 3조8000억원으로, 일반적인 PEF의 만기(7~10년)를 감안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회수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앤코가 이른 시기에 매각을 완료한 기업은 SK에코프라임이다. 한앤코는 2020년 초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 사업부를 약 3825억원에 인수한 이후 약 4년 만에 싱가포르계 PEF인 힐하우스캐피탈에 지분 100%를 매각했다. 최종 매각가는 5460억원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한앤코가 SK에코프라임 엑시트 시기를 앞당긴 것은 주요했다. 2021년 SK에코프라임의 매출액은 연결 기준 5749억원, 영업이익 규모는 417억원이었으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각각 8293억원, 843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실적을 크게 반등시켰다. 그러나 힐하우스캐피탈에 매각된 이후로의 실적은 하락세다. 매출액은 6425억원(2023년), 6042억원(2024년)으로 연이어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565억원(2023년), 460억원(2024년)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SK에코프라임의 실적이 악화된 배경은 정유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 연간 13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 전용 공장을 준공하면서 바이오디젤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GS칼텍스도 자회사인 GS바이오를 통해 전라남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설립한 연간 10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 공장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하는 등 추가 투자에 나서는 추세다.
SK에코프라임은 2008년부터 국내 주요 정유사에 바이오디젤을 공급한 이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같은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한앤코가 엑시트한 시점과 맞물린다. 한앤코는 2021~2022년 국제유가 상승과 ESG 정책 강화로 바이오연료 수요가 급등하던 시기 끝자락에 매각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확보할 수 있었다.
남양유업·SK해운 등 몸값 훌쩍…4호 펀드 기대감도
3호 펀드의 대표 포트폴리오인 남양유업도 최근 첫 인수금융 조달을 통해 리캡(자본재조정)에 착수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한앤코는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을 인수할 당시 인수금융을 활용하지 않고 약 3107억원을 투입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53.08%에 대한 주식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했다. 최대주주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 방식이었다.
리캡은 주로 PEF가 레버리지를 일으켜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이다. 한앤코는
NH투자증권(005940)의 단독 주관으로 약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약 5%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부채비율이 16.07%에 그쳐 좋은 조건에 인수금융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리캡으로 한앤코는 남양유업 투자 후 불과 1년 반 만에 약 3분의 1가량의 원금을 조기 회수하게 됐다.
SK해운도 2018년 한앤코가 지분 71.4%를 확보하기 위해 약 1조5000억원을 지불한 이후 몸값이 4조원까지 뛰었다. 우량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을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고, 실적까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SK해운의 영업이익은 2018년 733억원에서 지난해 3957억원으로 5.4배 증가했으며,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같은 기간 2317억원에서 6409억원으로 2배 이상 수준으로 올랐다.
SK해운 역시 SK에코프라임과 마찬가지로 매각에 성공한다면 고점에 엑시트했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벌크선 운임을 대표하는 지표인 BDI(Baltic Dry Index)는 2018년 12월 한앤코의 SK해운 인수 당시 약 1400 수준이었으나, 이후 2021년 초 2500를 넘어선 데 이어 하반기엔 5500까지 치솟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1년 이후 BDI가 2000를 넘어선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적기에 바이아웃에 성공했던 셈이다.
한앤코에 출자한 주요 LP들은 지난해 약 4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4호 블라인드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벌써부터 싹트고 있다. 펀드를 클로징한지 얼마되지 않아 드라이파우더가 약 2.6조원이나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K-의료기기
루트로닉(085370)과 미국 의료기기 업체 사이노슈어 인수를 통한 볼트온 전략과 SK스페셜티,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인수 등 반도체 분야의 볼트온 전략이 1년여 만에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솔믹스(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의 경우, 한앤코가 약 3600억원에 인수해 지난달 TKG태광그룹에 5400억원에 매각하면서 1년여 만에 약 2000억원의 수익을 조기에 올리는 성과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비핵심 사업부를 분리해 독립 법인으로 전환한 뒤 단기간에 성과를 끌어올리는 한앤코의 카브아웃 전략과 볼트온 전략이 4호 펀드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앞서 이른 엑시트를 단행한 SK에코프라임도 인수 후 바이오디젤 전문기업인 디에이치바이오를 199억원에 사들이면서 카브아웃+볼트온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평균 포트폴리오 보유 기간이 최근 몇 년간 길어지는 추세지만, 한앤코의 경우 신속한 밸류업을 통해 이른 엑시트에도 나서고 있다”며 “앞서 1, 2호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 중에선 한온시스템과 쌍용C&E 등 일부 아픈 손가락도 있지만 3호 펀드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성과가 좋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