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권 방어 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권한 균형, 경영 투명성 강화,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 확대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법적·전략적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이에 발맞춰 대형 로펌들은 앞다퉈 대응 방안을 모색하며 치열한 법률·자문 경쟁에 나서고 있다. <IB토마토>는 이번 개정이 한국 기업의 지배·경영 환경에 가져올 파장을 대비하는 로펌들의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상법 개정에 앞서 업권 최대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자문을 제공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 입법 동향과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건별·기업별 케이스를 나눠 입체적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뒤 열 왼쪽부터) 이영민 변호사, 김재명 외국변호사, 이우주, 김승준, 배광열 변호사 (앞 열 왼쪽부터) 최희준, 김진오, 안채연, 진상범, 김민수 변호사, 안세영 외국변호사(사진=김앤장)
최대 규모 강점…전문성 극대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정상법 TF를 구성했다. 입법 동향을 살피며 미리 기업 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송무, 지배구조, 경영권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모았다.
개정상법 TF는 회사법팀과 M&A팀, 산업팀, 공정거래팀 등 전문가 50여 명으로 짰다. 분쟁팀도 협업하고 있어 사전 방어와 더불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내다볼 수 있다.
TF 내에서는 신속한 서비스를 위해 세부 팀을 따로 꾸렸다. 개별 기업집단과 기업 경영진 등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방문 심화 PT를 진행해 상황별 맞춤 자문을 제공한다. 단순히 법 해석보다는, 구체적인 행위 유형별 영향과 해외 실무 대처 등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IB토마토>는 김앤장 개정상법 TF의 김재명 외국변호사와 최희준 변호사를 만나 입체적 대안 자문 도출 방식을 들어봤다.
-기업의 거래유형과 위험 정도에 따른 개정상법 영향은.
△최희준 변호사 : 비상장기업 대비 상장기업에 대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상장 회사 주주의 챌린지다. 개정 상법 이전에도 행동주의 펀드 등이 많아지면서 이미 기존의 이사 선관주의 의무가 강조되는 추세였다. 이번 개정 이후로 소수 주주의 챌린지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상장회사는 회사의 경영 결정으로 주가가 변동돼 주식 가치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점에서 이사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상장회사의 이사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단·장기적으로 주가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비상장회사 중 소수 주주가 다수 있는 회사에도 상장 회사에 준해 소수 주주 보호 측면에서 리스크를 검토해야 한다. 비상장회사인 경우에도 소수 주주가 다수인 상황에서 최대 주주 지분만 매매하는 경우나, 비상장기업에 이미 다른 재무적투자자(FI)가 있는 상황에서 프리 IPO를 진행하는 경우 등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에 따라 기존과 달리 각 상황에 대해 방안 마련이 필요해졌다.
거래 유형에 따른 영향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는 합병이나 포괄적 주식교환이다. 합병 또는 교환 비율을 어떻게 산정하는지에 따라 직접적으로 주주가 합병 이후 또는 주식 교환 이후에 받는 돈이나 지분의 비율이 달라진다. 이전에는 합병이나 주식 교환 비율이 일부 불공정한 측면이 있더라도 기업에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었으나, 상법 개정 이후에는 소수 주주에도 손해가 없어야 한다는 명제가 생겨 이에 상응하는 명분이나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간접적인 영향은 기업 간 대규모 거래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요 자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주주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한다. 계열사 지원 거래만 하더라도 주주 입장에서는 결국 간접 손해를 입게 될 수 있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치에 따른 거래가 필수적이다. 특히 향후 인수·합병(M&A)의 거래는 재무 자문사로부터 공정성 보증의견(Fairness Opinion)을 구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재명 김앤장 외국변호사(사진=김앤장)
-개정상법이 일반 기업과 사모펀드(PEF)에 미치는 영향은
△김재명 외국변호사 : 일반 기업의 경우 M&A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영업과 거래 과정에서의 이사회 운영과 사안별 의사 결정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반면 PEF의 경우 경우 투자와 투자 회수를 위한 M&A 거래 구조, 절차 설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PEF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플로우는 펀드레이징, 투자와 운영, 투자 회수 사이클이다. 상법 개정 이후 거래 유형에 따라 기존 거래 절차와 프로세스에 변화가 필요할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일반 회사와 PEF 모두 M&A과정에서의 대상 회사 실사 협조, 지배주주와 소수주주가 이해 상충 존재 여부에 따른 대응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상사 분야의 전문성, 기업 자문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최희준 변호사 : 김앤장 상법 개정 TF는 상법 개정으로 인해 변화될 쟁점에 대해 검토하고 실질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내 현실과 해당 기업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문하고 있다. 상법 개정 이전에도 이사의 선관주의와 충실의무, 감사 의무 등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고, 행동주의 펀드 등 소수주주가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상법 개정으로 기업이 주요 의사 결정을 할 때 내·외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많아져 의사 결정 절차가 복잡해졌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막연히 ▲총주주 이익 보호 ▲주주 공평 대우 ▲무분별한 해외 절차의 적용 등 형식적으로 자문을 제공하기 보다는 각 기업의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개정 상법에서 이사가 회사의 이익뿐만 아니라 주주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을 도입했으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어디까지 적용되는 것인지에 대해 해석이나 의견이 분분하다.
김앤장 상법 개정 TF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이해 상충이 우려되는 거래를 할 때 현실적인 리스크 저감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앤장 상법 개정 TF는 그동안 판례, 법무부 유권해석과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유수의 사례를 연구해 각 기업에 맞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입체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시킬 수 있나.
△김재명 외국변호사 : 미국 델라웨어 주는 회사법 분쟁을 담당하는 법원이 지배주주와 소수 주주 간 이해상충 거래 등 다양한 회사법 사안들에 대한 법리를 오랜 기간동안 발전시키고 축적해왔다. 델라웨어 주의 법원 판례 핵심 원칙은 이해상충을 해소하거나 저감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사후적 책임에 노출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례에 따라 정립된 법리가 ▲독립 위원회 승인과 ▲지배 주주 제외 주주의 과반수 동의 두 절차 중 하나라도 준수하지 않는 경우 이사회 판단은 '완전한 공정성(Entire Fairness)' 원칙에 따라 공정한 절차와 가격이 충족됐는지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배주주의 소수주주 축출 거래 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상충 거래에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판결에 미국 산업계에서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업 영업과 발전 저해 우려로 일부 기업이 소재지를 다른 주로 이전하기도 했다. 델라웨어 의회는 반발을 의식해 지난 3월 회사법을 개정했다.
일본의 경우 지배주주가 소수 주주 축출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 지배주주 제외 주주 과반수 동의는 요구되지 않으며, 주로 특별 독립위원회의 검토와 협의, 승인에 의해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개정 상법에는 지배주주와 소수 주주 간 이해 상충 거래에 대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델라웨어 주 법리와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절차를 단순히 따르기 보다는 해외 사례를 참고하되 특성에 맞는 이해 상충 절감 장치를 고민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최희준 김앤장 변호사(사진=김앤장)
-자진 상폐 움직임이 있나.
△최희준 변호사 : 상장회사의 경우 여러 활동 과정에서 지배주주와 소수 주주 간 이해상충과 소수 주주 챌린지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관리 비용 증가로 자진상폐를 고려하는 회사도 있다. PEF의 경우 회사를 인수해 상장 폐지 후 지분을 100%로 만든 다음 매각하거나, 재상장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PEF 관점에서는 개정상법 도입 이후 해당 전략에 따른 장애 요소의 검토도 중요하다. 만약 일반 기업의 경우 자진 상폐를 실제로 추진하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지배주주와 소수 주주 간 이해상충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자진 상폐를 위해 공개매수 이외에 주식병합, 교부금 합병, 교부금 주식교환 등을 통해 소수 주주 규모를 줄이는 사례도 많았다. 일정한 산식에 따르는 경우 회사에는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이사 충실 의무가 문제 되지 않거나 회사가 승소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그러나 개정 상법에 이후에는 주주의 총이익을 고려해야해 실제로 문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의 여러 절차가 상장 폐지 과정에서 소수 주주의 이익이 충분히 보장되는 절차인지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며, 김앤장은 기업 입장에 서서 이를 함께 고민하며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개정 상법에 따른 분쟁 예방 방안은.
△김재명 외국변호사 : 상법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경영권 방어에 불리하다. 약 1년 후 시행될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3% 룰과 분리선출 확대 요건, 의무 집중투표제는 현 지배주주 지배력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지배주주들이 단순히 지분율에 의거해 경영권을 지키려고 한다면 지분 매집 부담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최대 지분 보유시에도 회사를 보유하지 못할 수 있다. 기업은 경영권 방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회사와 모든 주주의 최선 이익을 위해 경영 결정을 하고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적극적인 IR 활동을 통해 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합리적 설명을 통해 설득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