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서 먹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매각가 2000억원진입 장벽 낮은 식음료 산업, 사모펀드 인수 줄이어브랜드 가치 유지가 관건, 실패할 경우 손해 막심할 듯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프리미엄 카페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던베이글)의 운영사 엘비엠(LBM)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매각가는 2000억원대로 80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6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식음료 기업 인수는 운영에서 진입장벽이 낮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손해가 커 JKL파트너스의 밸류업 전략이 주목을 받는다.
줄서서 먹는 대박 빵집, 사모펀드 손으로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런던베이글의 운영사 엘비엠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거래 가격은 2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런던베이글은 창립자인 이효정 최고브랜드책임자(CBO)가 지난 2021년 서울 안국역 인근에 처음으로 문을 연 베이글 중심의 베이커리 카페 브랜드다. 개업 당시 독특한 식감의 베이글과 이국적인 매장 분위기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도산점·잠실점·제주점·여의도점 등 6개 매장으로 확장했고 이어 일본과 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롯데 잠실점(사진=롯데백화점)
런던베이글은 지난 2022년 2월 법인으로 전환돼 엘비엠으로 출범했다. 엘비엠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첫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796억원, 영업이익은 243억원을 기록했다. 감사를 받지 않은 전년도 재무제표와 비교하면 매출은 120.9% 늘었고, 영업이익은 91.7% 증가했다.
엘비엠은 당소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 유치를 모색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매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 2월 매각 주관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선정하고 매수 희망자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엘비엠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사업 초기 투자자인 이상엽 이사가 4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뒤를 이어 창립멤버인 김동준 사내이사가 29%, 이효정 CBO가 15%, 강관구 대표이사가 10%를 갖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80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6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을 이용해 이들의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존 경영진이 일정 지분을 유지하거나 이효정 CB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브랜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방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렸다.
식음료 업체, 사모펀드에 인기 있는 이유
사모펀드 운용사들에 있어 식음료 기업은 인기 투자처다.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인수를 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기업 밸류업 과정이 비교적 수월한 점도 인기의 이유다.
제조회사의 경우 기업이 가지는 기술력 유지와 개발에 수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특히 첨단산업에서는 핵심 기술에 있어 비전문 집단인 사모펀드가 가지는 한계도 뚜렷하다. 금융사의 경우 매각에서 금융당국의 승인이 매각이 변수로 작용해 인수와 매각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식음료 기업은 기술 장벽이 높지 않고 사모펀드가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나 유통 구조 개선 등으로 밸류업이 가능하다.
(사진=노란푸드)
대표적인 예가
큐캐피탈(016600)파트너스(이하 큐캐피탈)의 노랑푸드 인수 건이다. 큐캐피탈은 지난 2020년 치킨 프렌차이즈 노랑통닭 운영사인 노랑푸드 지분 100%를 총 700억원에 인수했다. 큐캐피탈은 인수 당시 519개였던 매장은 4년 뒤인 2024년 748개로 늘리는 한편 유통과 매장 입점 구조 개선을 진행했다.
인수 5년만인 지난 6월10일 큐캐피탈은 필리핀의 식품회사 졸리비의 한국법인 졸리케이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내용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아직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으로 구체적인 매각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1000억원대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큐캐피탈은 이번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인수한 초록뱀미디어 밸류업 방안으로 산하 치킨 프렌차이즈를 선택했다.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이하 후참잘)’은 기업가치가 3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큐캐피탈은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매장을 지방으로 확대해 기업가치를 최대 8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성공적인 엑시트, 브랜드 영속성에 달려"
사모펀드 업계에서 식음료 기업 투자는 비교적 쉽게 엑시트가 가능하다고 평가된다. 반면 인수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그 어떤 투자보다 결과가 처참하다. 대표적인 예가 보쌈으로 유명한 놀부NBG다.
(사진=놀부NBG)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이하 모건스탠리PE)는 지난 2011년 보쌈과 부대찌개를 주력하는 프랜차이즈 놀부의 운영사 놀부NBG를 1114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2022년 모건스탠리PE는 인수액의 불과 5분의 1 수준인 200억원에 투자목적특수회사 NB홀딩스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놀부NBG는 1987년 김순진 전 대표가 서울 신림동에 연 작은 보쌈 가게로 시작한 한식 프랜차이즈 1세대 기업이다. 인수 당시 놀부NBG는 6개 브랜드에 7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모건스탠리PE는 본사의 직접적인 운영 없이 브랜드 사용료와 식자재 공급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이룰 수 있는 놀부NBG의 사업구조에 주목했다. 이에 파격적인 금액으로 인수를 추진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모건스탠리PE는 기존 6개 브랜드를 2020년까지 13개로 늘렸다. 취급 메뉴도 기존 보쌈과 부대찌개와 같은 한식에서 커피와 치킨, 중식으로 다변화했다. 하지만 사업 영역이 확장되는 만큼 브랜드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 출시된 브랜드의 부진이 이어지면 또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출범시켜 만회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2022년 매각 당시에는 놀부NBG가 운영하는 브랜드는 무려 35개 달했다.
브랜드 관리 실패는 곧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 매출은 2018년 867억원에서 2021년엔 403억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2018년후 연속적자를 이어가 매각 당시 자본잠식률이 88%에 달했다.
프랜차이즈는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다. 이런 측면에서 JKL파트너스의 엘비엠 인수는 인수 전부터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추구하는 런던베이글은 서울 중심가를 중심으로 6개 매장을 직접 운영 중이다. 현재 사업모델로는 프랜차이즈화는 어렵고, 무리하게 매장을 늘릴 경우 런던베이글이 가지는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인기 지속성도 우려를 사는 부분이다. 앞서 국내 식음료 사업에서 한때 유행에 그친 식음료 브랜드는 다수 있었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도 첫 국내 출시 당시에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당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쉑쉑버거도 첫 국내진출 당시 장사진을 이뤘지만, 지금은 평범한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전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소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프리미엄 카페 기업의 밸류업 전략이 의문"이라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면 현재 브랜드 희소성이 훼손될 수 있고, 결론적으로 최종적인 매각처도 지금으로서는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