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디앤디파마텍(347850)이 최근 임상 성공으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 주관과 사전 지분투자를 했던 한국투자증권도 한시름 덜게 됐다. 디앤디파마텍은 단순한 한국투자증권 IPO 주관이 아닌 사업 방향 전환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디앤디파마텍,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디앤디파마텍 주가는 전날 대비 7.71% 오른 14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상 최고가로 공모가인 3만3000원의 4.31배 수준이다.
디앤디파마텍 주가 지표 (사진=NAVER)
사실 디앤디파마텍이 작년 상장을 시도할 당시 지금 같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바이오기업 IPO의 실패 사례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컸다. 실제로 디앤디파마텍은 지난해 1월17일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4차례나 정정을 거쳤다.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DD01’을 포함한 파이프라인의 임상 완료 가능성이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적자도 걸림돌이 됐다. 상장 추진 당시 디앤디파마텍의 연간실적은 매출액 167억원, 영업손실 135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주가는 공모가에 한참 못 미치는 2만5000원선까지 하락했다.
반전은 지방간염 치료제 DD01의 임상2상 성공이었다. 미국 임상이 개시되면서 조금씩 상승하던 주가는 2상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는 공시가 발표되자 치솟았다. 이어 디앤디파마텍은 19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국책과제 국가신약개발사업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
한국투자증권, 오랜 기다림의 결실
디앤디파마텍의 IPO는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주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3월 디앤디파마텍의 프리IPO에 참여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디앤디파마텍 DD01의 임상은 88명 규모 1/2a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한국투자증권의 디앤디파마텍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지분 취득에 사용된 자금은 29억2500만원으로 주당 취득가액은 4만8000원이었다. 이는 공모가 3만3000보다 1만5000원 더 비싼 수준이다. 이에 상장 당시 공모가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이 적자 주관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까지 한국투자증권은 디앤디파마텍의 일반주 주식 6만937주를 보유했다. 장부가액은 27억원으로 주당 4만4000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디앤디파마텍의 임상이 가시권에 들면서 주가가 5만원선에서 지분 매각을 진행했다. 이로써 IPO 주관 당시 적자 주관이라는 평가에서도 벗어났다.
한국투자증권 IPO에 있어 디앤디파마텍은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다. 적자 주관이라는 시장의 혹평이 있었고 난도 자체도 높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디앤디파마텍은 한국투자증권 IPO의 성공 이력으로 남게 됐다.
IPO 전략 수정, 대형 주관에서 프리IPO로
한국투자증권은 시장에서 IPO명가로 손에 꼽힌다. 작년에도 총 6337억원의 주관 실적을 기록하며 KB증권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비록 KB증권의 막판 역전을 허용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2024년 하반기에서 줄곧 주관실적 1위를 유지했었다. 시장 불황 속에도 중소형주 중심으로 꾸준히 IPO를 주관한 덕분이었다.
게다가 디앤디파마텍의 성공 이후 IPO 주관 방향은 대형주 중심보다는 중소형주와 프리IPO로 방향을 튼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IPO 주관에서 내부 성과지표(KPI)에 투자 집행을 포함시켰다. 주관 수수료만으로는 목표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주요 IPO 후보 기업의 사전 투자를 집행해 IPO주관 우위 확보와 더불어 지분 투자 차익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한국투자증권)
물론 이 같은 사업 방향은 지분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이 상존한다. 하지만 김성환 대표이사 취임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를 향해 모범자본 역할론을 강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에서 IPO업무를 전담하는 IB1본부는 청구 예정 기업의 주주명부 확보에 나섰다. 벤처캐피털(VC)과 같은 사전 투자 주체의 지분 매입을 위한 행보로 IPO를 넘어 사실상 스타트업 투자조직으로 업무 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전부터 유망 기업에 대한 선제 투자에 적극 나서왔다”라며 “향후에도 기업 맞춤형 상장 전략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IPO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