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올해 들어 여유자금 운용의 무게중심을 정기예금에서 주가연계사채(ELB) 등 시장 가격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상품으로 옮겼다. 회사는 원금보장 상품 위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평가손실이 늘면서 금융손익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본업에서도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어 운용 수익의 변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가치 측정 상품 23.5% 증가…비중 73.8%로 '껑충'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결 기준 단기금융상품 중 정기예금은 올 상반기 기준 1315억원으로 지난해 말(3708억원) 대비 64.6%(2393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지난해 말 보유액이 없던 주가연계사채는 1820억원 새로 편입됐다. 정기예금에서 빠진 자금 상당 부분이 주가연계사채로 옮겨간 것이다.
자금운용 변화는 단기금융상품 전체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당기손익-공정가치로 측정하는 단기금융상품은 5187억원으로 지난해 말(4199억원)보다 23.5%(988억원) 늘었다. 전체 단기금융상품(702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8%로 반년 만에 21.4%포인트 커졌다. 반면 정기예금·회사채 등 상각후원가로 측정하는 상품은 1837억원으로 51.8%(1971억원) 줄었다.
공정가치 측정 상품의 면면도 다양해졌다. 주가연계사채 외에 파생결합증권 551억원, 자산유동화사채 640억원, 채권형 사모신탁 814억원, 채권형 공모펀드 422억원 등이 포함됐다. 주가연계사채와 파생결합증권을 합한 금액은 2371억원으로 단기금융상품의 33.8%에 달한다. 지난해 말 파생결합증권(751억원) 비중이 9.4%였던 점을 고려하면 기초자산 가격에 수익이 연동되는 상품 비중이 3배 넘게 확대됐다.
회사 측은 이러한 운용이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IB토마토>에 “자금운용 방침을 세부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제로 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상품은 없으며 대부분 원금이 최대한 보장되는 상품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 상품도 운용사와의 약정을 통해 손실 헤지가 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 수익 뒷걸음질…이자비용 72% 늘며 부담 '가중'
다만 원금보장 여부와 별개로 공정가치 측정 상품은 만기 전이라도 시장 가격 변동이 곧바로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실제로 올 상반기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평가손실은 45억원으로 전년 동기(6억원) 대비 크게 늘었고 평가이익은 6억원으로 전년 동기(45억원)보다 줄었다. 평가손익만 놓고 보면 지난해 상반기 39억원 이익에서 올 상반기 40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금융상품 처분이익이 49억원으로 전년 동기(32억원) 대비 55.0%(18억원) 늘었지만 평가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금융손익도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 금융수익은 182억원으로 전년 동기(214억원)보다 14.9%(32억원) 줄었지만 금융원가는 229억원으로 23.1%(43억원) 늘었다. 그 결과 금융손익은 47억원 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28억원 이익)와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다.
금융원가를 끌어올린 것은 이자비용이다. 연결 기준 차입금은 올 상반기 기준 5396억원으로 지난해 말(4647억원) 대비 16.1%(749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 시설자금대출이 1899억원으로 지난해 말(1300억원)보다 46.0%(599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이자비용은 79억원으로 전년 동기(46억원) 대비 72.3%(33억원) 불어나 이자수익(8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회사 측은 차입금 증가가 일시적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IB토마토>에 “송도 사업장을 구축하면서 주거래 은행과 안정적인 건축 자금 운영을 위해 계약상 설정해 둔 금액으로 입주 시점에 인출하도록 돼 있다”며 “당장 비용이 필요해 차입한 것이 아니라 은행과의 거래 관계상 일시적으로 잡힌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출 배경과 관계없이 늘어난 이자비용은 실제 손익 부담으로 남는다.
부담은 본업에서도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603억원으로 전년 동기(525억원) 대비 14.8%(78억원) 확대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98억원 순유출로 전년 동기(582억원 순유입)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640억원)과 무형자산(702억원) 취득에 1342억원이 들어가면서 단기금융상품 1240억원을 처분해 자금을 메웠다.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금액은 8326억원으로 지난해 말(9063억원)보다 8.1%(737억원) 줄었다.
자금여력 자체는 아직 충분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지난 8월 국민성장펀드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3000억원 규모의 장기 저리 자금을 확보했지만 아직 쓰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IB토마토>에 “보유 자금에 여유가 있어 아직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21가 폐렴구균 백신 임상 3상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 있어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정해두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영업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시기에 여유자금 운용 수익까지 흔들리면 임상 3상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둔 재무 계획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운용 상품의 원금보장 구조와 손실 관리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