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메가투자)③삼성·SK, 호남 동시 출격…인력·협력사 쟁탈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남권 동시 투자
숙련인력·협력사 확보가 사업 속도 좌우
SK하이닉스 "협력사 동반 입주 여건 마련"
공개 2026-08-04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31일 18:1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고 해서 곧바로 투자 재원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설비투자를 차질 없이 이어가려면 영업현금흐름과 차입, 계열사 지원 등 기업별 자금조달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AI 메모리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투자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재원 조달 방안과 재무 부담을 짚어보고, 장기 투자 계획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호남 반도체 메가투자가 자금 조달을 넘어 숙련인력과 협력사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두 회사가 평택·용인에 이어 호남권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대형 팹 가동을 추진하면서 한정된 인력 풀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커졌다. 막대한 투자 계획을 실제 착공과 양산으로 연결하려면 자금력보다 현장 실행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 군공항 반도체클러스터 부지.(출처=전남광주통합특별시) 
 
메가클러스터 '현장 병목' 우려
 
3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기존 평택과 용인에 더해 광주와 해남·고창 등을 포함한 대규모 반도체 생산거점을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만 보면 삼성그룹은 국내 2655조원, SK하이닉스는 호남권을 포함해 총 1100조원 규모의 장기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투자 집행을 앞두고 자금 마련과 함께 숙련 인력 확보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공장은 일반 산업시설과 달리 초고순도 배관과 공조설비, 클린룸 시공, 초정밀 장비 반입·설치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공정이 대부분이다. 관련 경험을 갖춘 시공 인력과 장비 엔지니어가 한정돼 있어 대형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인력 확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조성하고 오는 2030년 양산에 돌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 관계인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의 산업단지에 동반 입주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425조원을 투입해 광주에 신규 팹을 짓고 해남에는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며 고창에는 물류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400조원을 투자해 서남권에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실제 양사 실무진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호남 일대를 직접 방문해 군공항 부지 규모와 팹 배치 가능성, 교통망, 전력·용수 공급 여건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확인된다. 팹 건설에 필요한 기반시설 뿐 아니라 향후 협력업체와 전문 인력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 여건까지 점검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장 부지와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확보하더라도 숙련 인력과 협력업체가 제때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착공과 양산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이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현장 인력 확보가 클러스터 조성 속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반도체 공장은 돈만 있다고 바로 지을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라며 "클린룸과 장비 설치 경험이 있는 숙련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향후에는 투자 규모보다 실행 인력 확보 여부가 사업 속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협력사 확보 경쟁도 시작…인력 투입 속도 조절 
 
인력뿐 아니라 소부장 협력사 확보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발표하면서 협력사의 동반 입주 여건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순히 생산시설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 협력업체까지 함께 유치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서남권 대규모 투자와 관련한 간담회에서 "팹을 짓고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의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분야 훈련 기반을 미리 준비하고 직업능력개발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IB토마토>에 "앵커 기업에게 소부장 협력사와의 적기 협업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서남권 클러스터가 협력사에게도 매력적인 사업 기반이 되도록 동반 입주를 위한 여건을 함께 고민하고 마련해 협력사들이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IB토마토>에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추가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호남권은 수도권보다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기 쉽고 향후 생산라인을 추가로 증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크다"며 "현재 평택과 용인은 증설과 양산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숙련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지만 호남권 클러스터는 실제 착공과 양산까지 시간차가 있다"며 "반도체 수요와 기존 투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숙련 인력은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입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장기적으로는 호남권 내 대학과 교육기관을 활용해 지역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며 "소부장 기업들도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거점을 따라 이동하는 만큼 인력과 협력업체가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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