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던 항공안전 감독기구와 피감기구의 구조적 분리 문제가 마침내 매듭지어졌다. 이에 따라 항공사고 감독 제도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안전 감독 제도의 구조적 분리는 향후 항공산업 전반의 안전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보다 공정한 사고 조사 결과가 도출되면서 항공사의 책임이 한층 무거워질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안전 수준 향상을 통해 항공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B토마토>는 이번 항공안전 감독 제도 개편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 이를 계기로 국내 항공사들의 안전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항공사고 조사 주체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가 다음달 국무총리실로 소속을 옮긴다. 이에 꾸준히 지적돼 오던 항공사고 조사의 독립성 논란이 종지부를 찍는다. 조사의 객관성이 담보되며 향후 항철위 권고의 신뢰성과 정책 반영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올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으로 꼽힌 로컬라이저 둔덕에 대한 설치 규정 위반을 인정했다. 이는 향후 항철위 조사의 객관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이정표가 될 것이란 평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한국공항공사)
감독-피감기구 분리 문제 종지부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월 국토교통부 산하 항철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소속이 변경될 예정이다. 국회는 지난 15일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 항철위 소속 변경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항철위 소속 변경에 따른 가장 큰 변화점은 항공사고 조사의 객관성을 구조적으로 못 박았다는 점이다. 항철위가 국토부 소속으로 되어 있었고, 상임위원은 항공정책실장이었기에 꾸준히 조사의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위원회가 조사 결과에 기반해 안전 개선 사항을 권고해도 적극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위원회가 국토부와 분리되면서 독립적인 항공사고 조사와 적극적인 안전 권고가 가능해졌다.
감독기구와 관제 등 항공 서비스 제공자의 구조적 분리는 항공안전 제도의 핵심으로 꼽힌다. 외국은 실질적으로 항공안전에 관한 감독기관과 서비스 제공 기관의 분리를 추구한다. 일례로 미국 연방항공청은 교통부 산하 정부 기관이지만, 항공세로 마련한 항공신탁기금으로 운영비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평가다. 영국, 독일 등은 서비스 제공자를 민간으로 분리시켜 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했다. 또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역시 규제 기관과 서비스 제공자의 분리를 통해 권한과 책임의 명확한 규정을 권고사안으로 제안한다.
항철위의 업무 프로세스는 사고 발생-사고 조사-보고서 작성-안전 권고로 이전과 동일하다. 권고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 점도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위계상 국무총리 아래에 있는 국토부가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 따라서 항공사고 조사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객관성 우려도 잦아들 전망이다.
안전 흐름 강화 여부 관심
일각에서는 감독-피감기관의 분리가 항공산업의 안전 강화 흐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과거 항공사고 조사 사례 등을 살펴보면 조종사 과실 혹은 기체 결함 등 책임이 항공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다만, 위원회의 독립에 관한 입법이 발의된 후 이번 1월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로컬라이저 둔덕이 규정 위반 사항임을 인정했다. 국토부의 규정 위반 인정은 향후 정부기관 역시 권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위원회가 독립기관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공항 시설의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살필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다만, 공공차원의 항공안전체계는 복잡한 책임 구조, 과도한 업무 등으로 개선 과정이 쉽지 않다. 국내 항행시설에 관한 책임 주체는 국토부,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인천항공교통관제소 등 다수 기관에 분포돼 있다. 항행시설 설치 및 운용 주체가 제각각이라 향후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항공 서비스 제공 인력의 과도한 업무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과 직결되는 관제 부문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지난 7월 인천공항을 예로 들면 일일 관제량은 1217대였지만, 일평균 운항편수는 1229.9대를 기록했다. 항공 수요 대비 관제사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전승준 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IB토마토>에 “항철위 이관으로 공항 관리에 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앞으로 신중히 항공안전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항철위 구성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상시 안전감시 기능 등 항철위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