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현대케미칼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면서 부채비율이 370%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금융기관과 체결한 재무 약정 준수 기준인 부채비율 250%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연말 결산 시점에는 기한이익상실(EOD)에 따른 대출금 조기 상환 요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사진=HD현대케미칼)
차입금 규모 4조원대 달해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케미칼의 올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372.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69.0% 대비 100%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로, 당기순손실 누적에 따른 자본 감소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2023년 말 221.8%였던 부채비율이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150%포인트 가까이 치솟으며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재무지표 전반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3분기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4조 1264억원에 달하며,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만 3조 97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순차입금이 3조 705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9개월 만에 차입 규모가 2700억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자산총계 대비 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 역시 67.1%까지 치솟아 매우 과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금융권과 맺은 재무 약정 위반 가능성이다. HD현대케미칼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시설대 장기차입금’ 총 1조 9700억원 가운데 약 4700억원 규모의 대출에는 재무 약정이 체결돼 있다. 해당 약정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결산부터 ‘부채비율 250% 이하 유지’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부채비율이 372.3%에 달하고, 4분기에도 극적인 실적 반등이 어려운 업황을 고려할 때 연말 기준으로도 약정 기준인 250%를 크게 초과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약정 위반이 현실화될 경우 채권단은 대출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는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할 수 있어, 회사의 유동성 대응 능력에 치명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현금창출력 사실상 고갈…EBITDA/금융비용 –1.3배로 추락
회사의 재무체력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 감당능력을 나타내는 ‘EBITDA/금융비용’ 지표는 올 3분기 -1.3배까지 떨어졌다. 통상 해당 지표가 1배 미만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인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현금창출력이 사실상 고갈돼 영업을 할수록 현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2022년 3.3배였던 이 지표는 2023년 1.3배, 지난해 0.4배로 하락한 데 이어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실제로 3분기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124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주요 제품인 MX(혼합자일렌)·벤젠의 스프레드 축소로 인해 영업이익 역시 391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특히 매출 비중이 높은 MX 스프레드는 전방 PX 시황 위축으로 전년 동기 218달러 대비 절반 수준인 112달러까지 급락하며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HD현대케미칼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연말 결산 작업 직후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핵심 안건은 부채비율 준수 의무에 대한 ‘웨이버(Waiver, 이행 유예)’ 획득이다. 채권단으로부터 유예를 받아야만 대출금 조기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HD현대케미칼은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과 연계한 대대적인 사업 및 재무 구조조정도 병행한다. 회사는 최근 대산 산업단지 내
롯데케미칼(011170)의 NCC(나프타분해설비) 및 일부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하는 사업재편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현재 내년 1월 승인을 목표로 예비 심의가 진행 중이다.
사업재편 승인이 이뤄지면 금융·세제·연구개발(R&D) 등 정부의 패키지 지원이 뒤따를 전망이다. 채권단 역시 이를 근거로 차입 조건 완화 및 신규 여신 제공 등 추가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금융기관 등에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상태이며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 및 타 기업과 함께 진행하는 사안이라 승인 전까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외부에 밝히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