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험도 계산 기준 변경, 진행 조건 따라 차등 적용 도입저등급 채권 쏠림 막겠다는 당국, 모험자본 투자 산정 한도 설정비상장 모험기업 투자, 당국 관리감독 서비스로 투자 수요 이끌어
2025년 증권업계 최대 화두는 금융당국의 신규 발행어음 인가다.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기조 속에 7년 만에 다시 인가 절차가 추진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자금 공급 여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모험자본 발굴과 부동산 편중 포트폴리오 조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에 <IB토마토>는 새해부터 본격화될 발행어음 시장 확대의 의미를 짚어보고, 동반될 리스크와 증권사별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발행어음 인가 이후 당국 규제안이 발표되면서 시장에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해 증권업계 자금 투자운영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당국이 제시한 투자 지침에 따르면 부동산엔 규제 강화, 채권 투자는 규모 제한의 내용이 담긴 반면 벤처투자(VC) 업계에 제도 구축부터 지원까지 담겼다. 이에 맞춰 업계도 투자 규모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적인 투자 집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멈춤 지시...부동산 시장 규제
24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 규정변경을 예고했다. 이번 규정변경은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사업 진행단계, 담보인정비율(LTV) 등 실질 위험수준에 부합하도록 하고 부동산 총 투자한도를 신설하는 안과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의무 이행 시 회사채 투자 최대 인정한도 설정이 골자다.
(사진=금융위원회)
이번 규정변경에 따라 증권사는 부동산의 투자형태별 NCR 위험값은 기존 채무보증 18%, 펀드 60%, 대출 100%에서 브릿지론, 본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PF와 같은 사업 진행 단계와 LTV 60%를 기준으로 차등해 적용된다.
여기에 더해 현행 증권업의 부동산 PF 관련 정상·요주의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을 타 업권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향한다. 이전 1년 미경과와 지급보증에 대해서 0.5%만 적용되던 충당금 적립률이 폐지되고 1년 미경과에 2%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한 요주의 아파트에 대해서 여타 자산에서 적용되는 10%보다 낮은 7% 적립요율도 폐지된다.
금융당국의 규정 변경은 국내 증권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강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금융당국은 규정변경 공지에서 "부동산에 편중된 금융권 자금을 모험자본과 같은 생산적인 분야로 전환하는 여러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라며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 관련 행태 변화를 자발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건전성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증권업계의 부동산 관련 사업 운영은 사실상 멈춤지시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올해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로 부동산금융 시장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회복이 기대됐다. 이에 일각에선
키움증권(039490)과 같이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크지 않은 증권사의 시장 참여 확대도 전망됐다. 하지만 이번 규제안으로 당장 새해에도 증권업계의 충당금 적립 부담은 더 늘어 사업 회복은 요원하게 됐다.
규제안 파편 맞은 하이일드 채권 시장
금융당국의 규제안에 파편을 맞은 곳은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의무 이행실적 산성 시 모험자본으로 분류되는 ‘A등급 및 중견기업’의 회사채는 공급의무액의 최대 30%까지만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예를 들면 A증권사 발행어음·IMA 조달액이 100원인 경우 최소 25원만큼의 모험자본을 공급해야 한다. 이때 A등급 채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은 25원의 30%인 7.5원까지만 모험자본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앞서 A등급 이하 하이일드 채권 시장은 신규 발행어음 인가의 최대 수혜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당장 모험자본 투자 비율을 맞춰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가장 손쉽게 투자할 수 있고, 채권이라는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성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신규 발행어음 인가 이후 출시된 상품 대다수는 A등급 이하 회사채를 기반으로 한 상품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안으로 하이일드 채권 시장을 달구던 기대감은 한풀 꺾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신규 발행어음 증권사의 향후 3년간 공급할 수 있는 모험자본 투입 가능 금액은 20조3000억원이다. 이때 모험자본 분류 회사채 투자액은 연평균 2조3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지난 상반기 A등급 회사채 발행 총액이 9조800억원, BBB등급 회사채 발행 총액이 1조202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다.
벤처 비장상 투자 제도 마련에 업계 '화색'
부동산과 회사채 시장에 대해서는 규제안을 가중하는 금융당국은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국은 최근 비상장 기업 투자 지원을 위한 제도적 마련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생산적금융 대전환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벤처투자 지원 활성화를 위한 전자등록 활성화 지원을 공언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벤처·스타트업 주식이 안전하게 거래되도록 비상장주식 특화 신규 전자등록기관 진입을 허용하겠다"라며 ""비정형·비상장주식 맞춤형 전자등록을 통해 주식 거래 및 관리의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벤처·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이 보다 용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일한 전자등록기관으로 상장주식·채권 등 대규모 투자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거래를 관리 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비중이 큰 비상장 주식시장의 경우 자체 발행과 수기로 관리돼 주주권 증명이 어려웠고 거래 신뢰도와 투명성이 낮아 일반적인 금융권의 투자가 어려웠다.
당국의 이번 조치를 이를 개선해 비상장 모험기업 투자를 당국 차원에서 관리 감독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 수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회의에 참여한 신규 발행어음 인가 증권사 5곳(
미래에셋증권(037620)·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039490)·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은 이날 구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향후 3년간 총 20조3565억원 투자 계획에서 중소벤처기업과 중견기업 직접금융이 총 3조5554억원으로 국민성장펀드에 이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투자조합 참여를 통한 간접투자가 2조195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시장에선 실제적인 벤처투자와 중소중견기업 중심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투자처 발굴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투자 과정에서 이뤄져야 할 리스크관리를 위한 대응 마련까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투자처 발굴을 위한 각 증권사들의 인재 영입과 조직관대는 아직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선순환이 이뤄지고 생태계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실험적인 투자 시도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