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성장 겨냥한 대규모 투자 완성 임박투자 기간 침체된 전방산업…감가상각비 메울 매출 부족사업 다각화로 적자 면하지만…양극박 비중 확대 불가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배터리 알루미늄박 업계가 대규모 설비 투자 완료 후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원가 통제가 어려워진 가운데 감가상각비 증가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 목적이었던 전기차 시장은 현재 개선이 어렵다는 평가다.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일부 업체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적자를 피하고 있다. 다만, 감가상각비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를 매출로 덮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알루미늄박 제조과정(사진=삼아알미늄)
시설 투자 늘렸는데…대규모 적자 확대
10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알루미늄박 제조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용 알루미늄박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로는 롯데알미늄,
삼아알미늄(006110), 디아이동일(
DI동일(001530))이 있다.
삼아알미늄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10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53억원 적자) 대비 적자 폭이 2배가량 커졌다. 비상장사인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적자 589억을 내며 직전연도(426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을 더 키웠다. 롯데알미늄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70억원)이 지난해(79억원)에서 소폭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전방산업의 업황 악화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도 부진한 성적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나마 디아이동일이 올해 1~7월 당기순이익 78억원을 내며 선방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전반의 적자 확대 배경에는 전방산업 침체가 있다. 알루미늄박은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데, 배터리 판매가 줄면서 알루미늄박 매출도 함께 감소한 것이다. 삼아알미늄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61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1868억원) 대비 13.5%감소했다. 게다가 기존의 사업이던 식품 포장재 등 사업도 경기 침체에 따라 매출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비용 증가는 피하기 어려워졌다. 알루미늄박 투자에 베팅한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삼아알미늄과 디아이동일은 2023년부터 대규모 투자가 들어갔다. 투자 규모는 각각 1170억원, 2200억원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알루미늄박 생산량 증대 및 공급망 확장을 겨냥한 투자다. 삼아알미늄은 지난 10월부터 새 설비 시운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디아이동일은 내년 상반기 투자 완료가 예정돼 있다.
대규모 설비 도입은 향후 감가상각비용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업계에서 설비 투자는 적자 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3분기 삼아알미늄의 기계장치 장부금액은 727억원(감가상각 적용 후)다. 설비 투자 금액에 상응하는 건설중인 자산 장부금액(1169억원)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삼아알미늄의 투자 자산은 4분기 설비 테스트 후 유형자산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가상각은 설비가 가동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디아이동일 역시 총투자액 2200억원에 대한 유형자산 장부가액이 내년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공장의 완공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각 업체의 설비 투자가 완료될 경우 감가상각비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 원가율이 치솟는 가운데 적자 심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삼아알미늄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96%에서 올해 99%로 매출액의 바로 아래까지 차올랐다.
일부 사업 다각화로 대응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후퇴 현상)이 이렇게 빠르게 심화할 줄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투자가 현시점에서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한동안 비용을 달고 있어야 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아알미늄의 투자는 알루미늄박의 소재까지 직접 제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소재 제조 능력 확보에 역량이 집중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용 알루미늄 양극박은 소재의 물성 등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소재 제조 능력을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알루미늄박에 최적화된 성분 등을 맞추는 능력은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으면서 최적화할 수 있다.
디아이동일은 배터리 양극박 비중을 덜어내며 적자를 피하고 있다. 전통 포장재, 알루미늄박 외에 에어컨 등 공조제품 부품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용 알루미늄박은 전기차 혹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방 시장이 한정적이다. 공조 부품으로 영역을 넓히면 내연 자동차, 가전제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디아이동일 알루미늄 사업이 지난해와 유사한 순이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도 사업다각화에 있다는 평가다.
현재 알루미늄박 업계의 가동률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아알미늄은 52%, 디아이동일은 67%다.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생산능력 확대는 가동률 반등을 어렵게 한다. 이에 각 업체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 다각화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목된다. 알루미늄박 산업은 전방산업의 구매 수요에 매출이 결정되는 시장이다. 경쟁자가 적은 것이 장점이지만 전방산업에 매출 다수를 의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ESS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금속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알루미늄박 업체들이 양극박 시장 성장을 예상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섰지만, 캐즘이 이렇게 길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향후 설비 증설 후 늘어난 생산량을 소화해 줄 수 있는 곳이 나올지 의문”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