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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지산 부진에 급선회…'가산 PF' 용도 변경 착수
가산동 옛 LG전자 A연구소 부지 개발…현대건설 시공
CJ가양동 이어 가산동도 용도전환…지산 침체 속 전략 수정
지원시설용지로 구조고도화 심의 통과로 최종 고시 앞둬
공개 2025-12-03 11:10:26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3일 11:1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현대건설(000720)의 기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 가운데 하나인 서울 금천구의 가산동 개발 부지가 최근 산업시설용지에서 지원시설용지로의 전환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지식산업센터 개발이 예상됐지만, 지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존 계획을 유지하기보다 오피스텔·기숙사·데이터센터 등으로 개발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옛 LG전자 A연구소 부지(219-24일대) (사진=네이버 로드뷰)
 
지산 시장 식자, 사업성 흔들리며 결국 '용도 재설계'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인창개발은 올 들어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옛 LG전자 A연구소 부지(219-24일대)를 산업시설용지에서 지원시설용지로 전환하기 위해 구조고도화 작업 절차에 착수했다. 구조고도화는 산업단지의 노후·비효율 구역을 정비해 용도 전환이나 개발 고도화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미 구조고도화 심의를 통과하며 지원시설로의 전환 방향성은 확보한 상태다. 이젠 산업단지공단과의 협약 체결과 실제 사업계획 확정이 뒤따라야 용도 변경이 최종 처리된다. 이 절차가 끝나야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허용할 수 있어, 법적 용지 변경 고시는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즉, 심의는 통과됐지만 최종 용도 변경은 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돼야 가능해 현재는 사실상 '전환 직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해당 부지는 국가산업단지에 속해 있는 산업시설용지로 공장·연구소 등 생산 기능을 위한 구역으로 지정됐다. 때문에 지을 수 있는 건물 종류도 제한적이다. 지원시설용지로 변경되면 산업단지의 배후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분류돼 이마트·호텔 같은 일반 업무·숙박·상업시설은 물론, 오피스텔·기숙사·데이터센터까지 지을 수 있어 개발 선택지가 크게 넓어진다.
 
해당 부지는 옛 LG전자 A연구소 자리로, 인창개발이 2022년 약 2640억원에 매입한 뒤 곧바로 현대건설과 지식산업센터 신축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계획은 분명했다. 지하 5층~지상 20층, 연면적 9만1092평대 규모의 대형 지식산업센터와 근린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인창개발이 신탁위탁자, 우리자산신탁이 수탁자로 참여하는 '관리형토지신탁'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토지 소유권은 신탁사로 이전되고, 개발·분양 업무 역시 신탁을 통해 관리된다. 관리형토지신탁은 위탁자가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고, 신탁사가 사업관리·분양 등을 담당하는 구조다.
 
본격적인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지난 2023년 건축허가 이후 1년이 넘도록 현장은 멈춰 있었고, 가산·구로 일대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누적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식자 사업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당초 설계는 지식산업센터였지만, 시장은 이미 지산을 소화할 여력이 없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 시점부터 시행사 인창개발은 개발 방향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기존 산업시설용지를 지원시설용지로 바꾸는 절차에 착수했는데, 지산 단일 상품만으로는 수익구조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창개발은 CJ가양동 부지에서도 지식산업센터 시장 침체를 이유로 개발 방향을 아파트 중심으로 틀어 용도 변경을 추진한 바 있다. 가산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지원시설 범위 안에서 어떤 상품으로 전환할지 최종 사업 구도를 조정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책임준공·자금보충·ABS 발행까지…착공 전부터 두터워진 PF 구조
 
해당 부지 개발은 2022년 매입 이후 2023년 브릿지론(2980억원) 조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그 무렵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빠르게 식어가며, 본 PF 전환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제기된 사업장 중 하나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PF 전환은 결국 성사됐다. 인창개발은 2024년 10월 신한은행·KB캐피탈 등 대주단과 4500억원 규모의 본 PF 대출약정을 체결하며 장기 자금 조달을 확정했다.
 
전환의 결정적 계기는 현대건설과 건설공제조합이 책임준공 보증을 추가로 투입한 시점이었다. 시공사의 신용보강이 강화되자 대주단이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그 결과 PF 구조가 본 PF로 넘어갈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용보강이 확대되면서 대주단의 장기 대출 승인으로 이어졌다. 본 PF는 트랜치A 2000억원(선순위), 트랜치B 2500억원(후순위)로 구성됐고, 현대건설은 특히 후순위 전 구간에 대해 자금보충·조건부 채무인수·책임준공을 함께 부담했다. 사실상 후순위 채권의 신용을 시공사가 직접 떠안는 구조다.
 
후순위 구조는 대출 실행 이후 한 달 만에 유동화 단계로 이동하며 다시 재편됐다. 트랜치B(2500억원) 중 1500억원이 ABS(자산유동화증권)로 유동화된 것이다. NH투자증권이 인창개발에 실행한 후순위 대출채권을 SPC(더블케이가산제일차유동화전문)가 넘겨받고, 이를 기초로 ABS 1500억원을 발행한 방식이다. 이때 현대건설은 SPC에 '자금보충·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제공했다.
 
인창개발이 이자나 원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현대건설이 부족분을 메우고, 필요하면 채무를 직접 인수하는 구조다. 이렇듯 후순위 대출을 ABS로 전환한 것은 미착공 장기화와 지산 시장 침체, 그리고 용도변경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사업 방향 자체가 재조정되는 상황에서 자금 구조를 더 안정적으로 묶어두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시행사인 인창개발이 주도하고 있어 세부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착공은 내년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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