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흔들린 TCC스틸…반덤핑 승부수 통할까
저가 중국산 석도강판 공세…가격 인상 억제
원가율 97%로 상승해 영업손실 전환
반덤핑 조사 신청…시장 보호 나설지 관심
공개 2025-12-0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3일 16:0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석도강판 제조사 TCC스틸(002710)이 중국산 석도강판의 저가공세에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석도강판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석도강판 시장은 전방산업의 부진에 성장이 둔화된 상태라 중국산 저가 공세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다. 최근 정부는 철강 산업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가 TCC스틸의 입장을 수용해 국내 석도강판 시장 보호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TCC스틸)
 
저가 강판 공습에 시장 속수무책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TCC스틸은 현재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석도강판(주석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TCC스틸이 중국산 석도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신청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산 석도강판의 저가 공세가 있다.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산 석도강판 수입량은 한단계 높아진 상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연간 중국산 석도강판 수입량은 지난 2022년 2만9000톤에서 2023년 4만7000톤으로 급증했다. 올해 1~11월까지 수입량은 3만7000톤으로 연간 수입량이 4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석도강판 시장은 정체된 상태다. 올해 1~9월 월간 국내 석도강판 판매량은 1만8000~2만1000톤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국내 석도강판 판매량 대비 중국산 수입량 비중은 18.5%, 지난해는 22%를 기록했다. 석도강판 및 동도금강판 등 기타도금강판의 상황도 유사하다. 모두 TCC스틸이 주력으로 삼는 제품군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높은 상태다.
 
게다가 중국산 석도강판 수입량 증가 이후 TCC스틸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제조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장 방어를 위해 가격을 높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TCC스틸뿐 아니라 다른 석도강판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석도강판을 사용하는 캔 케이스 제조사의 원재료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석도강판 등 가격은 지난해 말 단위당 130만원 대 후반에서 현재 130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메이저 제관업체 등은 국산 석도강판을 사용하지만, 가격이 소재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TCC스틸의 매출은 3196억원, 영업손실은 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매출 3319억원, 영업이익 81억원)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은 적자 전환된 상태다. 아울러 같은 시기 매출원가율은 93%에서 97%로 상승했다. 매출원가가 지난해와 올해 유사했던 점(증가율 0.8%)을 고려하면 판매량 감소 및 판매 가격 인상 제한 등 요소가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TCC스틸의 이번 3분기 생산 실적(18만3752톤)은 지난해(19만5899톤) 대비 6%가량 감소하는 등 판매 감소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철강 보호 흐름 확대…석도강판도 보호할까
 
TCC스틸 등 석도강판 업계는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과거 TCC스틸의 석도강판 사업은 대미수출에서 쿼터제를 적용받았다. 올해 대미 철강수출은 쿼터제 대신 관세 50%가 적용된다. 이에 수출 확대는 여전히 제한 요소가 있다. 미국 현지 생산법인인 TCC아메리카가 올해 3분기 순이익 113억원을 올리며 대미 관세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한국 내 사업이 부진한 탓에 연결기준 영업적자를 막기는 어려웠다.
 
이에 TCC스틸은 석도강판 수출처 다변화, 니켈도금강판 사업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전기차 캐즘 등 여파로 사업 다각화 조치는 이르면 내년 이후부터 가시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중국의 저가 공세를 막을 방법으로 통상 보호를 꼽고 있다. 철강업계 곳곳에서 반덤핑 제소가 이뤄졌고, 정부는 철강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며 이에 화답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이어 7월에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철강 보호 대상이 하공정 철강 제품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기초 소재 보호를 넘어 철강 산업 전반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지난 11월 말 정부는 중국산 컬러강판 및 도금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중국산 신청 단계를 밟고 있는 철강제품으로는 특수강 봉강 및 석도강판 등이 있다. 이들 철강 제품에 대한 보호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석도강판 시장은 작지만 공급망이 한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 석도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는 TCC스틸을 포함해 총 3곳에 불과하기에 한 곳이 무너지면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반덤핑 제소 업체들은 중국산 철강 수입량 급증 이후 일제히 수익성이 나빠진 상태다. 
 
반면 석도강판 생산량이 국내 철강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보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연간 국내 조강생산량은 6300만톤에 달한다. 이 중 석도강판의 연간 생산량은 50만~60만톤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연간 생산량이 수백만 톤에 달하는 열연강판, 후판, 컬러강판보다 통상 조치로 인해 입는 피해가 효과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TCC스틸 측은 <IB토마토>에 “내수 석도강판 시장은 전체 수요가 한정적인 까닭에 현 상황을 개선하데 일부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 확대로 석도강판 부진에 대응하는 중”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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