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테일러메이드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제프리스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추리는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우선매수권을 가진
F&F(383220)의 행보가 주목된다. 본입찰이 마감된 상황서 F&F는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되는 즉시 동일 조건으로 인수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인수자금 조달 방안을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센트로이드)는 이번 본입찰에서 복수의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4조원 후반대 수준의 제안을 받았다.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골프 산업 전문 투자사와 초고액자산가 기반의 멀티패밀리오피스(MFO)들이 실사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F&F 홈페이지)
최대 출자자 F&F, 우선매수권 보유에도 인수 '난항'
F&F는 2021년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약 2조1000억원에 인수할 당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우선매수권을 가지는 조건으로 5537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일부 펀드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총 투자액은 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각가가 시장 예상대로 5조원 안팎에서 확정될 경우, 단순 투자 성과만으로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F&F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직접 인수로 전환할 경우의 조달 방식이다. 그간 F&F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인수 자금조달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일부 금융기관은 주가수익스와프(PRS) 또는 총수익스와프(TRS) 기반 구조화 금융을 제안했다고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TRS·PRS 구조를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TRS는 금융사가 기초자산을 보유한 뒤 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을 기업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증권사는 고정적인 스프레드 수익을 확보하는 대신 위험을 기업에 넘긴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부담, 파생상품 평가손익 반영에 따른 실적 변동성 확대, 스프레드·헤지 비용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TRS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이 적고 수익성이 높아 제안할 유인이 크다”라며 “다만 주가 변동성이 높은 패션기업일수록 마진콜 위험이 커져 F&F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참여 여부 역시 인수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기업가치가 2021년 인수 당시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는 점에서, FI 입장에서는 추가 수익 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관심을 보였던 FI들은 풋백옵션·드래그얼롱 등 하방 보호 장치 없이 단순 참여하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F&F 측에서 해당 조건을 수용하기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장에선 기업공개(IPO) 방식의 투자회수(엑시트)가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통상 공개시장에서 적용되는 할인 요인을 감안하면 투자가치 회수마저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F&F, 단독 인수 가능성…‘2조원 영끌’ 시나리오
일각에선 F&F의 자체적인 자금조달 여력을 고려해 단독으로 인수를 진행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다만 레버리지가 과도해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기간에 확대되는 재무적 부담, 현실적인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등을 고려하면 FI 확보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테일러메이드의 상각적영업이익(EBITDA) 약 3200억원을 기준으로 금융권이 지원할 수 있는 인수금융은 5~6배로, 최대 2조원 수준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매각가가 5조원이라면 약 3조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고, 4조원으로 낮아질 경우엔 2조원 정도가 필요한 셈이다.
F&F 자체적으로 2조원에 가까운 자금조달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토지·건물 등을 일부 처분하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올해 초 1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F&F홀딩스는 유동자산 규모가 지난 2분기 3304억원에서 3분기 4819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가운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92억원에서 2674억원으로,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84억원에서 326억원으로 늘었다. F&F도 유동자산 규모가 같은 기간 6368억원에서 8612억원으로 불어났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98억원에서 2083억원으로, 단기금융상품은 64억원에서 276억원으로 증가했다.
종합하면 F&F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 규모는 5400억원 수준이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담보 등을 포함해 인수 자금을 최대한으로 마련할 경우, F&F 자체 유동성 기반 대출 여력은 1조원에서 최대 2조원에 달한다는 진단이다.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0%를 넘지 않는 데다 순이익 규모가 매년 40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기초체력은 튼튼한 상황이다.
F&F 입장에선 매각가를 최대한 낮춰 4조원에 인수하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다만 자체적인 인수금융을 활용하면 부채비율 상승, 이자비용 확대,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 등에 따른 재무 부담 증가를 감당해야 한다. 단적으로 부채비율은 100%대를 넘기게 되고, 1000억원에 가까운 연간 이자를 버텨야 한다.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 방안도 가능성으로 거론되지만, 규모가 막대할 뿐더러 기존 주주가치 희석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2.82%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FI 없이 조 단위의 인수를 단독으로 진행한 경우는 자체 현금흐름이 연간 조 단위 정도 대기업이 가능한 조건”이라며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FI 없이 인수에 나서는 것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