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사, 현실 무시한 내용연수…'자산가치 착시' 우려
국제 가이드라인 따른 내용연수 최대 25년
내용연수 최대 설정…실제 항공기 가치와 괴리
보수적 내용 연수가 현실 부합 평가
공개 2025-11-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4일 15: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적 항공사의 항공기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위해 지금보다 보수적인 내용연수를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적 항공사의 항공기 자산 내용연수는 최대 20년 이상으로 설정된다. 국제항공협회의 가이드라인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항공기 운항 기간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용연수를 길게 설정할 경우 장부상 항공기 자산 가치가 실제 항공기 가치보다 과대평가되는 상황이 발셍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국제 기준 따른 일괄적 평가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대부분 국제항공협회(IATA) 가이드라인에 따른 항공기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IATA는 항공기 자산 감가상각에 대해 내용연수 15~25년을 적용한 정액법을 제안한다. 이에 국적 항공사 대부분은 항공기 자산의 내용연수를 최대 20~25년으로 잡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리스항공기에 대해 리스계약기간만을 내용연수로 삼고 있지만, 다수는 리스항공기에도 20년의 내용연수를 적용하고 있다. 감가상각비는 항공사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IATA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사의 비용 중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이는 연료비, 운영비용 다음으로 가장 큰 비용 항목이다.
 
내용연수를 20년 이상으로 잡을 경우 항공기에 대한 감가상각은 천천히 줄어든다. 수익성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다만, 내용연수를 길게 잡을 경우 항공기의 실제 가치보다 장부상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항공기 자산 가치가 과대평가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에 미국 등에서는 IATA 권고안보다 내용연수를 적게 잡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 국세청 감가상각 상각방법에 따르면 항공기 내용연수는 정액법 기준으로 12년이 기준이 된다. 실제 업계에서 경제적 효용을 기준으로 한 내용 연수보다 훨씬 보수적인 재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항공기의 경제적 가치와 장부상 가치는 괴리를 보인다. 현재 연령이 20년이 넘은 경년항공기는 국토교통부의 별도 관리된다. 안전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년 항공기에 대한 인식도 나빠지고 있어 항공사들은 최근 경년 항공기를 폐기하고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하는 추세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평균 연령은 13년 수준으로 파악된다. 최근 신형 항공기가 속속 인도되면서 항공기 연령은 더 어려지고 있어 15년이 넘은 항공기조차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사실상 내용연수가 20년을 넘어가기 전 실제 항공기의 가치는 크게 소멸되는 것이다.
 
아울러 항공업계 내부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항공기 운항편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역시 실제 항공기 가치가 장부가치 대비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올해는 항공기 별 운항횟수가 둔화되는 추세지만, 항공수요가 급증했던 지난 2023~2024년 사이 항공기당 운항편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대당 운항편수는 864편에서 2024년 918편으로 늘었다. 올해 1~10월 국적 항공사의 운항편수는 59만7000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만4600편) 대비 소폭 증가했다. 잦은 항공기 운항편수는 빠른 항공기 가치 감소로 이어진다.
 
 
 
시기별 내용연수 변경 가능해
 
회계업계 등에서는 실제 항공업계 현황에 부합하는 보수적인 내용연수 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행 회계기준에 따라 회계기간마다 항공사는 내용연수 변경 가능성을 검토해 내용연수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항공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어 내용연수를 축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울러 안전 강화 추세에 따라 항공기 정비에 공을 들이면서 내용연수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항공기 엔진 등을 새로 장착할 경우 항공기 운항 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내용연수가 증가할 수 있다.
 
항공기 자산가치는 항공사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항공기 자산이 유형자산의 다수를 차지할 뿐 아니라 부채 비율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확한 자산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재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넉넉한 내용연수에 장부상 자산 가치가 과대평가될 경우 자산 매각 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가령 노후 항공기를 매각할 경우 실제 가치가 장부 가치보다 낮게 책정된다면 매각 시점에서 장부 가격과 실제 매각 가격 사이에 자산 처분 손실이 발생한다.
 
한 회계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산 감가상각 내용연수 단축은 과다한 세금 감면 등을 막기 위해 일정 범위내에 제한이 걸려있다. 아울러 실무적 측면도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단축이 쉽게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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