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X홀딩스가 5000억원 규모의 사옥 매입을 추진하며 그룹 결속력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주회사로서 핵심 계열사들을 한 공간에 집결시켜 전략 기능을 통합하고 차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다. 앞서 구본준 회장이 장남인 구형모 사장에게 지분을 이전하며 승계 국면이 본격화된 만큼, 이번 사옥 매입은 그룹 핵심 기능을 집약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앞서 조직 결속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LX홀딩스)
사옥 매입으로 그룹 결속력 강화…지주 역량 확대
22일 재계에 따르면 LX홀딩스는 512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LG광화문사옥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지난 2021년 LG그룹에서 분사한 이후 최대 규모의 자산 투자다. 현재 해당 건물에는
LX홀딩스(383800)를 비롯해
LX인터내셔널(001120), LX판토스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이외에도 강남과 서초 등으로 분산돼 있던 핵심 계열사들을 추후 한 공간으로 모아 전략 실행력과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LX홀딩스는 사옥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한 현금성 자산 외에 추후 금융기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잔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121억원이다. 부족한 약 20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일정 수준의 현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 조달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X홀딩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지난 2021년
LG(003550)그룹과 계열분리를 단행한 이후 LX그룹은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며 독자 체제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 이후 사업적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회사 실적과 회계 연결성이 낮아 지주사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이번 사옥 매입은 그룹 컨트롤타워를 물리적으로 집결시켜 지주 중심의 경영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LX홀딩스 측은 <IB토마토>에 “이번 사옥 매입은 중장기 자산 가치 제고 및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 조달은 자기 자금과 함께 금융권 차입을 적절하게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저평가 해소 관건…LX인터내셔널 지분 확대 추진 중
LX그룹의 향후 과제는 LX홀딩스와 계열사 간 결속력 강화다. LX홀딩스의 핵심 관계사 지분율은 LX인터내셔널 27.83%, LX세미콘 33.08%, LX하우시스 30.07%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지분이 20~50% 미만일 때는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지분법 평가가 적용된다. 지분율이 과반에 미치지 않아 종속 편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계열사 간의 연결 지분율을 높이면 자회사 편입이 가능해져 그룹 전체 자산가치가 재평가된다. 현재 LX홀딩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4배 수준으로, 국내 상장한 50여개 지주사 평균(0.62배)의 절반 수준이다. PBR은 주가가 자산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장부상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회사 지분 확대는 이 평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LX홀딩스는 최근 LX인터내셔널 지분 추가 매입을 위한 재원 확보에 나섰다. 실제 내부에서도 LX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추가 지분 매입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현금성 자산은 제한적이다. 1조8000억원 규모의 유보액 대부분이 관계기업 및 종속기업 투자 지분으로 묶여 있어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LX홀딩스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 또한 상당 부분이 광화문 사옥 매입에 투입될 예정으로 단기 유동성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LX홀딩스는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 외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인 조달 규모는 아직 협의 단계지만, 부채비율이 2.1%에 불과해 시장에서는 재무적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달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향후 계열사 지분 확대와 그룹 밸류업 전략의 기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무차입 구조는 안정적이지만, 투자나 지분 확대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외부 차입을 통한 자본 운용이 불가피하다”며 “LX홀딩스가 신용 여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조달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X홀딩스는 순현금 상태의 우수한 재무구조와 지난해 자회사 실적 개선으로 현금흐름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이에 기반한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재평가 요인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