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앞둔 KPX케미칼…기업·주주가치 동반 제고 '절실'
전자재료 떼어내고 우레탄 집중
존속·신설 법인 분리로 사업 정체성 강화
전자재료 사업 상장 여부가 판가름
공개 2025-09-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16: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정밀화학 전문기업 KPX케미칼(025000)이 전자재료 사업부문을 떼어내는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이번 결정은 주력인 우레탄 사업에 집중해 화학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전자재료 사업의 독립성과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인적분할 추진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KPX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전자재료 부문 신설법인 출범…코스닥 상장 목표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PX케미칼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전자재료사업 부문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동일한 비율로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배정받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이 모회사에 신설법인 지분이 귀속되는 구조라면,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직접 신설법인의 주주가 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주가치 희석 논란이 덜하며, 분리된 사업부문이 독립적 성장을 추진할 경우 주주들이 직접 그 성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인 KPX케미칼은 우레탄 부문을 유지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전자재료 부문은 ‘KPX전자재료(가칭)’라는 신설법인으로 출범한다. 분할 비율은 KPX케미칼 90%, KPX전자재료 10%로, 기존 주주들은 동일한 지분율로 양사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회사 측은 오는 11월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은 뒤, 12월1일을 분할 기일로 잡고 있다.
 
이번 분할 과정에서 회사는 주주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KPX케미칼은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가 인적분할이나 합병처럼 기업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추진할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소수주주가 다수결에 밀려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주총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주주는 정해진 기간 내에 회사가 산정한 공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KPX케미칼은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라 변경상장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KPX전자재료는 매출 규모 등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우선 비상장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회사는 신설법인의 성장 궤적이 가시화되는 대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회사 측은 “KPX전자재료를 최단 기간 내 코스닥 신규 상장 요건을 갖추도록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우레탄 부문에 가려 제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했던 전자재료 사업이 독립 법인으로 재평가 받으면 주주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자재료 부문은 그동안 우레탄 사업 내 일부로 묶여 전문성과 성장 기회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 소재 국산화, 기술 축적 등에서 꾸준히 성과를 쌓아왔다. 회사는 이번 분할을 계기로 전자재료 부문이 독자 경영 체제를 확립해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추진함으로써 사업 특성에 맞는 전략 수립이 가능해지고 경쟁력 강화와 성장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PX케미칼 역시 우레탄 사업의 집중 관리 체계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현재 7개 해외법인을 운영하며 폴리올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분할 이후에는 핵심 사업에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분할 추진 배경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도 자리한다. 정밀화학 업계는 원재료 가격 변동, 글로벌 수요 변화,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 등 불확실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민첩하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가 요구되는데, 이번 인적분할은 각 사업부문이 독립적으로 전략을 짜고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재료 사업 코스닥 상장 여부 관건
 
다만 주주들의 반응이 중대 변수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주주 권익 침해 논란은 크지 않지만, 신설법인이 비상장 상태에서 장기간 머무르게 될 경우 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회사가 조속한 시일 내 상장 추진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주주총회 승인 과정에서 큰 반발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관건은 KPX케미칼이 화학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과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다. 우레탄 사업에 집중하는 존속법인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자재료 신설법인은 성장성과 미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각각의 전략을 추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목소리다. 이를 통해 양사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분할 효과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신설법인의 성장세가 지연되거나 상장 일정이 불투명해질 경우 주주가치 제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KPX케미칼 측에 전자재료 부문 최근 실적과 향후 전망, 그리고 전자재료 신설법인의 코스닥 상장 예상 시점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KPX케미칼은 분할 후에도 ESG 경영과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글로벌 화학산업 내 친환경 트렌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친환경 소재 개발과 탄소중립 관련 기술 확보를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우레탄 사업에서는 친환경 폴리올 기술을, 전자재료 사업에서는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을 집중 육성해 장기적 성장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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