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SK해운 통매각 고집…"급할 게 없다"
4조원에 달하는 SK해운 몸값, HMM 민영화 차질
한앤코-HMM, 서로 다른 셈법에 이견 좁히지 못해
공개 2025-08-1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07일 1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HMM(011200)을 상대로 한 한앤컴퍼니(한앤코)의 SK해운 매각이 무산되면서 투자금회수(엑시트) 계획 재설계가 불가피해졌다. 엑시트 기한이 도래한 만큼 통매각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 일각에선 분할매각 방식도 열어놓을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한앤코 측에선 SK해운의 밸류에이션 조정보단 향후 전망을 감안했을 때 매각이 급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SK해운 LNG 선박(사진=SK해운)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인수 범위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코는 통매각 방식을 고수한 반면, HMM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업부를 제외한 벌크선·탱커선·LPG선 등 일부 자산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대 2조원의 가격을 제시한 가운데 협상이 무산됐다. HMM은 현대상선 시절이던 2014년 LNG 운송 사업권을 팔면서 겸업금지 조항을 체결, 2029년까지 해당 사업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 이번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HMM, 일부 자산 인수 고집…민영화 염두에 둔 전략
 
업계에선 이번 매각이 최종 결렬된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양측 모두 기존 계획을 수정하면서까지 매각이나 인수에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HMM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산 본사 이전 이슈로 내부 혼란이 가중되면서 SK해운 인수로 인한 무리한 사업 확장에 다소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영화 작업에 대한 노사 간 협의를 두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 인수 후보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HMM은 정부 보유 지분만 18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이 HMM 지분 36.02%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실질적인 관리를 맡고 있다. 부산 이전은 해진공이 HMM과 직접 소통하고 있지만, 육상노조 반발로 인해 사실상 관련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대 4조원에 달하는 SK해운 인수는 향후 민영화 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만큼 노조 설득 비용이 상승하고, HMM 육상노조의 서울 잔류 입장과 충돌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앞서 SK해운 노조는 새 정부의 ‘해운 대기업 본사 이전’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SK해운 인수 시 신규 대주주의 지배 안정성 확보에 추가적인 부담이 가해진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현대자동차, POSCO홀딩스(005490), 한화(000880)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HMM의 천문학적인 몸값에 인수를 기피, 민영화의 걸림돌로 꼽힌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16조원에 달하지만 올해 해운업계의 피크 아웃이 예상되면서 자금운용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라며 “불황을 대비해 현재 보유 자금을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앤코, 불황에 강한 사업 모델 구축…몸값 조정 필요 없어
 
한앤코의 경우, 불황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사업 모델을 꾸려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통매각을 고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앤코는 2018년 SK해운 인수 후 우량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을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기존 고객사인 SK가스(018670), SK E&S 등 SK그룹사 외에도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카타르에너지 등과의 신규 계약을 체결하며 장기계약 비중을 높였다.
 
이처럼 시황 변동성이 높은 스팟 사업을 축소하고 장기계약 비중을 높인 덕분에 경기를 타지 않는 안정적인 구조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SK해운의 5년 이상 장기계약 비중은 지난해 기준 87%에 달하며, 오히려 컨테이너 운임이 꺾이는 등 해운 경기가 나빠질 때 사업 가치가 주목을 받게 되는 사업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앤코는 엑시트 기한이 도래했지만 매각이 급하지 않다고 전해졌다. 불황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점을 비롯해 최근 실적 흐름도 우상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해운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늘어 2018년 733억원에서 지난해 3957억원으로 5.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EBITDA는 2317억원에서 6409억원으로 2배 이상 수준으로 올렸다.
 
한앤코는 2018년 SK해운의 경영권 지분 71.4%를 확보하기 위해 약 약 1조5000억원을 지불했다. 향후 전망성과 안정적인 사업 모델 등을 감안하면 현재 4조원으로 책정한 몸값을 굳이 내릴 이유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통매각 협상 결렬 시 사업부별 분할매각을 통해 시장에 다시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향후에도 사업 전망이 좋고 EBITDA 등 기업가치 평가 기준치 상승한다는 기대라면 굳이 급하게 매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라며 “장기적으로 외형을 줄이고 배당 재원을 확보한 뒤 천천히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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