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상록 기자]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아이로보틱스(옛
와이오엠(066430))가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있는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상증자 대상자인 법인의 실체와 자금 납입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며 자칫 경영권 다툼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데이즈PE의 현재 등기상 주소지. 원데이즈PE의 이름은 없다.(사진=IB토마토)
형식상 법인 등장한 유상증자…납입 가능성 '의문'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로보틱스는 지난 4일 14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배정 대상은 ‘아이로보틱스혁신성장1호 유한회사’로 납입일은 내달 1일이다. 납입이 완료될 경우 해당 법인은 지분 18.6%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반면 기존 최대주주인 김영규씨 외 2인의 지분은 5.7%에서 4.6%로 희석된다.
문제는 이 신설 법인의 배후다. 아이로보틱스혁신성장1호는 원데이즈프라이빗에쿼티(PE)가 전액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SPC를 통한 유상증자 방식은 자금 조달을 위한 통상적인 수단이지만, 이번 사례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법인이 등장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원데이즈PE는 2019년 회계연도 기준 자산 39억원, 부채 36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며, 이후 재무정보는 공시되지 않았다. 현재 '살아있는 등기'상 주소지는 서울시 강남구의 한 공유오피스로 돼 있지만, 공유오피스 관계자에 따르면 원데이즈PE는 지난 2021년 이 건물에서 짐을 싼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현재 사무공간조차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원데이즈PE의 최대주주는 원데이즈인터네셔널(이하 원데이즈인터)로, 해당 법인이 100% 출자했다. 그러나 원데이즈인터 역시 경기도 성남시의 한 오피스텔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나, 이 역시 형식적인 등기일 가능성이 높다. 오피스텔 관계자에 따르면 "원데이즈인터는 현재 해당 주소지에 입주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두 법인 모두 실질 사업 기반이나 인력, 사무 공간이 확인되지 않아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데이즈인터는 과거에도 상장사 인수에 나섰다가 무산된 전력이 있다. 원데이즈인터는 지난 2019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대호에이엘(069460) 인수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대호에이엘 최대주주인 대호하이텍은 보유 지분 895만여주를 원데이즈인터 등 4곳에 처분키로 했다. 당시 자본금 1억원을 보유 중이던 원데이즈인터는 대호에이엘 구주 인수에 19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가 최종적으로 거래가 결렬됐다.
원데이즈인터가 일부 기업에 자금을 투입한 기록은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부동산 기반의 건물관리업체 도파트너스의 주식 22만주(지분율 10%)를 보유하고 있다. 도파트너스는 지난해 25억원의 매출과 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이는 소규모 지분 투자일 뿐, 14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대금을 조달할 수 있는 근거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영권 다툼 속 유증 변수…'제3세력' 가능성 주목
시장에선 원데이즈 측의 유상증자 참여가 단순한 자금 유치 목적을 넘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시도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아이로보틱스는 현재 대주주 간 치열한 경영권 다툼이 진행 중이다. 분쟁은 2대주주인 케이휴머스가 지난 3월31일 아이로보틱스의 최대주주를 차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염현규 전 아이로보틱스 대표가 지분 5.1%를 60억원에 넘겼다. 이에 지난 4월 김영규씨 등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모아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기존 경영진의 사업 전략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같은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은 4월 기준 지분 5.7%를 확보해 케이휴머스를 제치고 형식상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실질적인 의결권 주도권은 케이휴머스가 쥐고 있다. 케이휴머스는 초다수결의제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상정한 이사 선임 안건 등을 번번이 부결시키며 경영권을 놓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 세력의 등장은 향후 의결권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금력 추정이 어려운 형식상 법인이 다른 기업에 투자를 결정한 후 납입이 자주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 참여 주체가 케이휴머스의 우군인지 제3의 경영권 확보 세력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IB토마토>는 아이로보틱스 측에 유상증자 결정 배경과 납입 주체와의 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