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매핑 그리드서 ‘B’ 등급으로 가장 낮아연체율 5% 초과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요건 해당하반기 대규모 상·매각 진행 예정…대손비용 부담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국투자캐피탈이 자산건전성 부문에서 신용평가 최저 등급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연체율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높이는 기준치를 이미 초과했다. 회사 측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대규모 상·매각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건전성은 개선될 수 있지만 대손비용 확대로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우려가 따른다.
건전성 부문 ‘B등급’ 평가 적용…연체율 5% 초과 리스크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한국투자캐피탈의 ‘자산건전성’ 항목에 대한 신용 평가(Mapping Grid)로 ‘B’ 등급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AAA, AA, A, BBB, BB, B 등으로 구성되는 6단계 평가 구조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평가 항목에는 자산건전성 외에 사업안정성(BBB), 자본적정성(A), 조달구조의 안정성과 유동성(AA), 수익성(AA) 등 총 5개 분야가 있다. 이 가운데 자산건전성은 부실채권과 연관되는 것으로 고정이하여신과 연체액, 대손충당금 등이 반영된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 1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이 3749억원이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9%로 나온다. 지난해 말보다 금액이 600억원 늘어나면서 비율이 1.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092억원에서 2498억원으로 406억원 불어났고 연체율은 4.5%에서 5.3%까지 올랐다.
특히 연체율 저하는 한국투자캐피탈의 신용등급(무보증사채, A 안정적) 수준을 한 단계 떨어뜨릴 수 있는 사안이다. 하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구체적으로 ▲부동산 익스포저의 부실 발생 등으로 포트폴리오 위험이 확대 ▲연체율이 5%를 지속적으로 초과 ▲유동성 관리 수준과 대응 능력이 현저히 악화 등이다.
신용등급 변화는 통상 등급 전망(안정적 또는 부정적)이 먼저 바뀌고,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등급 자체가 후속으로 조정되는 식이다. 연체율은 모니터링 핵심 지표로 꼽히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정량적·정성적 평가가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해당 기준치를 지속적으로 초과해야 한다는 점도 있다.
즉, 단기적으로는 신용등급 현황에 변동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하향 요인 가운데 하나의 기준치를 이미 넘어선 만큼 경고등은 들어온 상태다. 5%를 지속적으로 초과해야 한다는 요건에서 제외되기 위해 수치 자체를 빠르게 낮추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양적·질적 부담 큰 PF 구성…“하반기 대규모 상·매각 시행”
건전성 악화는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비롯된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영업자산에서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아 해당 경기 여건에 대한 민감도가 큰 편이다. 자산 규모는 1분기 기준 본PF 7000억원에 브릿지론 6000억원으로 총 1조3000억원 정도다.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3%이고, 자기자본 대비로는 111.8%다.
질적 측면에서는 브릿지론 비중이 46.2%로 높은 가운데, 채권의 변제순위 여건도 좋지 못하다. 본PF의 40%, 브릿지론의 33%가 중·후순위 대출이다. 취급 지역별 구분으로는 본PF의 41%, 브릿지론의 19%가 비수도권에 해당한다. 전반적인 구성이 다소 열위한 편이다.
1분기 고정이하여신 3749억원 가운데 62.4%(2340억원)가 부동산 PF 자산인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도 부동산담보대출, 중도금대출 등 부동산과 간접적으로 연결된 건이 많다.
(사진=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은 건전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 4분기 1525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상·매각한 바 있다. 그만큼 고정이하여신 규모를 줄였다. 올해는 1분기에 28억원만 시행했다. 하반기 중 다시 대규모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3분기에 브릿지론 등 약 757억원 규모의 상·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어 4분기에도 부실채권 상각과 NPL 펀드 매각 등으로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 기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모두 5%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건전성 개선 작업에 따라 수익성은 당분간 부진한 모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손비용 부담 때문이다. 1분기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856억원으로 고정이하여신 대비 커버리지 비율이 49.5%에 불과하다. 상·매각이 이뤄지면 충당금 적립액도 줄어들고, 그만큼 다시 쌓는 과정에서 대손비용이 크게 반영될 수 있다.
그동안 대손비용은 2023년 699억원, 2024년 1095억원, 올 1분기 148억원 등으로 반영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2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37억원, -15억원 분기순손실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결산 실적도 235억원으로 그 전년도(1104억원)보다 크게 줄었던 바 있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거액여신 익스포저가 크고 부동산 PF 부담 수준이 높아 당분간 수익성 회복 가능성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본격적인 매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손실 부담 가능성이 내재한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