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늘어도 우발부채 없어 리스크 없이 매출 확보자본 대비 20% 공사비 확보,…PF 부담 없는 대형 프로젝트자금 부담 없이 공사만 진행…도심복합이 바꾼 수익 구조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DL이앤씨(375500)가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하 도심복합사업)의 우선협상지위를 확보했다. 총 공사비만 약 2조원에 달하지만, 사업 시행자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인 공공 도급방식인 만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담은 사실상 없다.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조달 리스크 없이 매출만 확보하는 구조로, DL이앤씨의 실적 확장과 재무 안정에 동시에 기여할 전망이다.
PF는 존재해도 '가벼운 부담'…제물포역이 첫 사례, 아직은 희소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LH가 발주한 증산4구역 도심복합사업(단지명 '디아투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전체 공사비 1조9435억원 중 DL이앤씨 지분은 53%인 약 1조 30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연결 매출(약 8조 3000억원)의 12.38%, 현재 자본총계(약 5조700억원)의 20%에 이르는 규모다. 나머지 47%는 삼성물산이 맡는다.
관건은 공공이 시행자라는 점이다. 도심복합의 토지 확보와 사업비 조달을 LH가 부담하면서, 시공사는 자금보충·매입확약 없이 도급 공사만 수행한다. 민간 정비사업처럼 금융조달을 떠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시공사는 재무 부담 없이 공사 매출을 확보하는 셈이다. 매출은 크지만 우발부채는 늘지 않는 대형 프로젝트인 셈이다.
PF 부담이 가볍게 작용하는 배경은 도심복합사업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L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돼 토지를 수용·보상하고 사업지구를 조성한 뒤, 민간 건설사에 도급 또는 민간참여 방식으로 시공을 맡기는 구조다. 토지 매입과 초기 사업비 조달은 LH와 공공재원(공사채·기금 등)이 선행해 부담하고, 민간 시공사는 공사비를 발주 형식으로 수취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 정비사업처럼 브릿지론·매입확약·자금보충 등을 전면적으로 부담하지 않아도 사업 참여가 가능해진다.
도심복합이라고 해서 PF 자체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앞서 DL이앤씨는 '인천 제물포역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서 리츠 구조를 활용한 PF에 참여한 바 있다. 시공사가 브릿지론과 매입확약을 직접 떠안는 민간 정비사업과는 달리, 제물포역 사업은 인천도시공사와 리츠, 금융기관이 자본과 대출을 나눠 부담하는 구조여서 시공사 재무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PF는 존재하지만, 조달 축이 공공·리츠·증권사 쪽으로 분산된 형태인 셈이다. 이런 리츠 기반 도심복합 PF는 제물포역이 '국내 첫 사례'로 꼽힐 만큼 아직까지 흔한 구조는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제물포역 도심복합사업은 지난 2023년 12월 인천도시공사(iH)가 DL이앤씨·현대건설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하면서 사업성이 확정됐다. 이후 DL이앤씨는 iH와 5498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지하 4층~지상 49층·13개 동 규모의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을 시공하게 된다.

PF 보증 35%…책준 물량 9조원대지만 리스크 제한적
DL이앤씨의 PF 노출 규모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3분기 보고서 기준 회사의 PF 관련 신용보강 잔액은 1조7930억원이며, 자기자본 대비 보증비율은 약 35% 수준이다. 경쟁 건설사들이 대체로 50%에서 최대 100%까지 노출되는 것에 비하면, 보증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책임준공 의무를 지는 도급공사 물량은 약 9조원대 규모지만,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는 공사를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계약상 의무를 표시한 것일 뿐, 실제 부채가 발생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약정이 실행되는 시점은 사업 중단이나 분양 실패 시에 한정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한 비용이 현실화되지 않는다. 정비사업 수주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약정 규모가 커지는 구조적 특성도 반영된다.
이번 수주는 DL이앤씨의 재무 구조에 추가적인 완충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복합사업은 매출 규모는 크지만 PF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과거 수주 확대가 PF 보증 증가로 이어졌던 민간 정비사업과는 달리, 공공 도급 비중이 확대될 경우 매출은 늘고 우발부채는 늘지 않는 구조가 나타난다. 대형 공사를 확보하면서도 재무 레버리지를 키우지 않는 확장 경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도심복합 활성화로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신규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토지 확보부터 보상까지 사업비를 LH가 부담한다"며 "시공사는 초기 조달이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향후 PF 계획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금융 구조는 계약 단계에서 세부 조정이 이뤄진다"며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내놨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