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 '조단위' 미청구공사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미청구공사 1.5조원 중 삼성전자 등 계열사 공사 비중 80%
계열사 발주 공사에 원가관리로 지난해 영업이익 대폭 개선
'8조원 규모' 사우디 가스플랜트 수주…수주목표 조기 달성 전망
공개 2024-04-2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17: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해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미청구공사 등 ‘못 받은 돈’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우려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수금 중 많은 금액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의 초우량 계열사 발주 공사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라 삼성E&A 매출과 수주잔고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크게 개선된 수익성과 대규모 해외 공사 수주까지 동반되며 시장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다.
 
미청구공사 9200억원→1조5400억원…대부분 계열사발 미수금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E&A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미청구공사는 1조5497억원, 단기미수금은 118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단기미청구공사 9232억원, 단기미수금 408억원) 대비 각각 67.8%, 190.6% 증가한 것이다. 같은 시기 유동매출채권 규모 역시 전년(2조1305억원)과 비슷한 2조1011억원이었다.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는 모두 공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을 의미한다. 매출채권은 공사대금 대신 받은 채권으로 매출에 포함된다. 반면,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자에게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회계상으로는 자산으로 처리된다.
 
‘미수채권’인 미청구공사가 크게 늘어나면 통상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지만, 삼성E&A의 사례는 다르다. 미청구공사 중 대부분이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발주한 공사로부터 야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관계기업과 공동기업 특수관계자에 대한 미청구공사 규모는 1조2446억원으로 전체(1조5497억원)의 80.3%에 달한다. 발주자별로는 삼성전자(005930)가 8606억원으로 전체 미청구공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3494억원)와 삼성디스플레이(334억원) 등 그룹 주요 계열사 공사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매출채권(2조1011억원) 중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채권도 8869억원으로 42.2% 수준이다. 역시 △삼성전자 7660억원 △삼성전기(009150) 813억원 △삼성디스플레이 359억원 등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삼성E&A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계열사로부터 수주한 공사별로 계약 조건이 상이해 뚜렷한 미청구공사 발생 원인을 꼽기는 어렵다”면서도 “대부분 미청구공사가 공정률과 기성 청구 시점의 차이로 발생한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E&A가 목표(12조원) 대비 낮은 8조8000억원 수주에 그쳤음에도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매출회전율이 높은 관계사 발주 공사 덕이다. 지난해 신규 수주 중 78%에 달하는 6조9000억원이 삼성전자 등 관계사 물량”이라며 사업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급성장한 수익성·넉넉한 수주잔고…올해 실적도 기대감 증폭
 
삼성E&A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조6249억원, 영업이익 99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5.6%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41.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초 회사가 설정한 목표도 대폭 상회한 수준이다. 삼성E&A는 지난해 초 매출 10조5000억원, 영업이익 7650억원을 목표로 잡은 바 있다.
 
삼성E&A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비화공 원가 관리와 수익성 중심 수주 전략 효과로 높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회사의 매출원가율은 86.3%로 전년(89.2%) 대비 약 3%포인트 개선됐다.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수주한 공사들도 삼성E&A의 곳간을 여전히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진행 중인 국내 민간 공사 20건 가운데 18건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발 물량이다. 또한 해외공사 가운데서도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법인이 발주한 테일러 반도체공장 추가공사(3조592억원)를 비롯해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소재 계열사 현지 법인이 발주한 공사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삼성E&A는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8000억원, 신규 수주 12조6000억원 등의 영업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플랜트 공사를 따내며 계열사 의존도도 낮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회사는 이달 초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로부터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번·4번 공사를 수주했다. 수주액은 약 8조원에 달한다. 올해 수주 목표의 3분의 2 수준을 한 건의 공사 수주로 채운 셈이다.
 
이태환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삼성E&A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6000억원, 영업이익 1979억원으로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실적 전망을 보이고 있다”라며 “기존 수주목표인 12조6000억원도 조기 달성 가능할 전망이며, 연간 20조원 이상의 수주 영역 진입도 불가능하진 않다”라고 내다봤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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