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건설업계 IPO후보군)②현대ENG, 어닝 기대감 '쑥'…상장 재도전 나설까
올해 매출 10조 달성 등 최대 실적 기대감
현대차그룹 전폭적 지원에 해외서 대규모 일감 잇단 수주
소형원자로·폐기물처리업 등 '신사업' 성장 뒷받침 절실
공개 2023-12-14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1일 19:0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불안한 대내외적 경제 환경 속에 건설경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말부터 치솟은 원자재 가격 인상 릴레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고,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던 주요 건설사들의 계획이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다만, IPO 시장은 바닥을 치고 내년 반등의 기회를 모색 중이다. 이에 따라 <IB토마토>는 내년 IPO 가능성이 점쳐지는 주요 건설사들의 현재 상황을 짚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시도했다가 한차례 고배를 마신 현대엔지니어링의 내년 재도전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침체된 건설경기 탓에 ‘제값’을 받기 위해선 신사업의 성장 여부가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발주 공사의 시공을 현대엔지니어링에 일임하고 있다. 이 결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의 성과까지 더해진다면 성공적인 상장이 점쳐진다.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 공사 ‘싹쓸이’…역대 최대 실적 전망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52.4%다. 2021년 43.4%였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49.7%로 상승한 뒤 올 들어서는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매출 규모 역시 늘었다. 2021년 3조1935였던 해외 매출은 지난해 4조3845억원, 올해 3분기 누적 4조802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액을 넘어선 것이다. 2023년 해외 매출은 5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해외 매출 신장에 따라 회사의 영업실적 역시 ‘역대급’ 수준을 기록 중이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9조1654억원, 영업이익은 170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둔 매출(8조8124억원)과 영업이익(1164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게다가 역대 최초로 연간 매출 10조원 달성이 유력해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영업이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수익성 중심의 사업 수주 및 관리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과 수주잔고 확보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국내외에서 발주한 공사들을 대거 수주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울산공장 전기차 신공장(현대차(005380) 발주, 도급액 8317억원), GBC 신축공사(현대차·기아(000270)·현대모비스(012330), 7681억원), AutoLand화성 미래사업전환 프로젝트(기아, 3303억원) 등 공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해외에서는 미국 SK배터리공장(현대모터그룹 글로벌, 2조3259억원), 미국 HMGMA 현대차공장(현대차그룹 미국법인, 8789억원) 등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현대차그룹 발주 대규모 공사들을 수행 중이다.
 
그룹 공사를 포함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9월 말 수주 공사 계약잔액은 30조24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8조8124억원) 기준으로 3년 이상의 일감을 국내·외에서 확보해 놓은 셈이다.
 
실적 급성장에도…IPO ‘열쇠’ 쥐고 있는 신사업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예고하고 있지만, IPO를 기다리는 투자업계는 회사의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침체된 건설경기에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불안 등 대내·외적 리스크가 커진 건설업계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여전히 좋지 않은 탓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배경에는 75%에 달했던 구주매출의 높은 비중도 있었지만,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 악화가 더 컸다”라며 “대형건설사로서의 시공 능력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성장 요구가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소형모듈원자로(SMR)·초소형원자로(MMR)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사업 △자체 전력 생산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가시화된 성과는 SMR·MMR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기계학회(ASME)로부터 원자력 시공분야 인증을 취득한 회사는 올 들어 우크라이나, 미국, 캐나다, 우즈베키스탄 등 국가들과 SMR 사업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형 SMR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캐나다 척리버 원자력연구소 부지에 5MW급 MMR 플랜트를 건설하는 상세설계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시장 상장은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이다. 현재 회사의 총 유통주식 7595만주 가운데 11.7%인 890만주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 여부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달려 있는 탓이다. 정 회장은 기아와 현대제철(004020), 현대글로비스(086280)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뒤 주식을 매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기아와의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모비스 지분 0.32%다.
 
다만 회사는 내년 IPO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상장을 위해선 상장 주관사 선정 등 상장 준비 단계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현재 회사 내 상장 추진을 위한 조직도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내년 중 IPO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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