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증권, MTS부터 채권까지 리테일 강화 이유는
저축은행 매각 명령으로 벽 부딪힌 IB 확대
리테일 시장서 미미한 존재감…자산건전성으로 극복할까
공개 2023-11-15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7: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상상인증권(001290)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리테일 강화에 한창이다. 이 같은 행보는 IB부문 사업성 확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주력 사업부문인 기업금융(IB)은 저축은행 영업망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금융위의 계열 저축은행 지분 매각 명령이 최종 결정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이에 타사 대비 뛰어난 재무 건전성과 더불어 저축은행 매각 시 확보될 자금으로 점차 존재감이 미미했던 리테일 사업부문을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거래매체 리뉴얼부터 채권 판매까지 
 
상상인증권 강남센터 전경 (사진=상상인증권)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리테일 채권 판매를 개시한다. 400여 채권 종목에 대해 매수 호가(BID)를 제시함으로써 만기 도래 전 중도 매도가 어려운 채권 투자의 환금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리테일 채권을 도매가격 수준으로 판매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국내 금융시장에선 금융당국의 고금리 기조 강화로 인한 주식시장 불안정 지속으로, 은행 예적금보다는 높은 금리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 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20년 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0조6000억원으로 2년 사이 5.4배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상반기까지 개인투자자들은 19조2371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해 작년 한해 순매수액에 육박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상인증권의 채권 판매는 주로 온라인 창구를 통해서 이뤄진다. 올해 4월부터 HTS와 MTS에서 비대면 장외채권 판매를 시작으로 판매 상품군은 국채, 금융채, 특수채, 회사채 등 약 20종목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더해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하는 서비스를 출시해 환급성을 높였다.
 
채권뿐 아니라 리테일 부문 확대를 위해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개편을 준비한다.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IT 개발·기획 인력을 대거 영입할 예정이다. 관련 인력 충원도 이어져 올 들어 신입과 경력직원 60여명을 새로 영입했다.
 
저축은행 영업기반 상실…결국 리테일로 전환
 
최근 이어진 상상인증권의 리테일 강화 행보는 기존 상상인증권이 계열 내 저축은행의 기업금융 관련 영업기반을 활용해 영위하던 IB 사업 부문이 변화를 맞이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의 상상인그룹 계열 저축은행 매각 명령에 따라 더 이상의 사업성 유지가 힘들어진 것이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상상인에 대한 주식 처분 명령을 의결했다. 주식처분 명령이란 대주주가 보유한 저축은행 주식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하라는 의미다. 현재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 (사진=뉴시스)
 
이 같은 결정은 앞서 지난 2019년 상상인저축은행이 개별차주 12명에게 최대 8억원인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해 총 18건, 합계 381억7000만원을 대출한 것이 금융위원회에 적발된 결과다. 금융위원회는 상상인저축은행에 과징금 15억2100만원을 부과했고,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에겐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하도록 공매를 진행한 혐의 등 사유로 3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후 장장 3년여를 끌어오던 징계 취소소송은 지난 5월 대법원이 금융위원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났다. 이에 따라 상상인은 두 곳의 저축은행 지분을 6개월 내로 처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알려졌다.
 
아직은 열악한 영업망...자산건전성으로 승부수
 
현재 상상인증권의 주요 사업부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주선 자문 수수료 수익과 사모사채 투자를 통한 이자수익이다. 영업망은 크지 않아 2023년 현재 본점 포함 4개의 지점(서울, 경기도, 부산)에 불과하며 리테일 영업보다는 본점 위주로 IB 및 홀세일 영업의 비중이 높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의 사업부문별 시장지위에서 지난해 말 기준 상상인증권은 영업순이익에서 점유율은 0.2%에 불과했다. 자산관리 부문에선 0을 기록했고 위탁매매와 IB의 경우 각각 0.2%와 0.3%를, 다만 운용부문에서 1.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상인증권은 우수한 건전성을 바탕으로 존재감이 아직까지는 미미한 리테일 사업 확대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022년 말 기준 상상인증권의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은 451.5%로 업계평균인 286.0%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성 지표에서도 절대적인 자본규모는 작으나, 위험에 대한 노출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2023월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저 비율은 112.2%를 기록했다.
 
위험익스포저의 구성에선 우발채무가 0으로 나타났다. 위험익스포저 대부분(약 1800억원)이 한국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 지분증권으로 손실위험이 매우 낮고, 그 외 부동산 PF 위주의 사모사채 및 대출채권 규모는 약 730억원으로 자본 대비 위험 범위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유동성 지표도 우수해 2023년 3월 말 기준 3개월 유동성비율은 113.1%로 자산과 부채 만기 매칭 수준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부채 또한 증권금융차입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위주로 구성이 됐다.
 
여기에 더해 매각 진행 예정인 두 저축은행의 매각 가격이 최대 약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돼 매각이 이뤄질 시 이에 대한 현금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상상인그룹은 이 같은 일련의 행보가 사업 영역의 유불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증권사 경영 정상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상상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상상인그룹에 인수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로서의 원활한 영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현재는 IB의 성장성 부진보다는 증권사 당연히 갖춰야 할 영업 역량을 재건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하고 채권 거래 서비스를 비롯한 대 고객 서비스 리뉴얼은 이 과정 중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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