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 한앤컴퍼니가 에이치라인해운 인수 이후 기업공개(IPO) 좌절로 투자회수(엑시트) 시점을 넘긴 가운데, 향후 계획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HMM(011200) 매각 여부에 엑시트가 달렸다고 본다. 에이치라인해운을 인수할 곳이 HMM 밖에 없다는 진단에서다. 최근
포스코(005490)가 HMM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엑시트 시점이 당겨진다는 전망도 있지만 비슷한 규모의 해운사들이 잠재적 매물로 쌓여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라인해운을 비롯한 SK해운, 폴라리스쉬핑 등은 HMM 매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엑시트 플랜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치라인해운 벌크선(사진=에이치라인해운)
IPO 철회로 엑시트 불발…선박 매각으로 몸집 줄여
에이치라인해운은 2014년 6월 한앤컴퍼니가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법정관리 중이던 한진해운의 전용선 사업부를 약 5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설립됐다. 이후 한진해운이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 지분을 총 1543억원에 추가로 취득하면서 지분 100%를 확보했다. 2016년에는 1200억원을 들여 현대상선 벌크선 사업부를 붙이며 외형을 키웠다.
한앤코의 당초 엑시트 전략은 IPO였다. 2018년 IPO 추진 당시 비교 기업으로
팬오션(028670)과
대한해운(005880) 등이 거론됐다. 에이치라인해운의 적정 밸류는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됐다. 장기 운송계약으로 2014년 3349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7263억원으로 늘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699억원에서 1877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IPO 시점을 엿본 것이다.
그러나 당시 미중 갈등 고조와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흥행이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결국 IPO를 준비해왔던 에이치라인해운은 상장을 포기하고 리캡(재본재조정)에 따른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2016년과 2017년, 2020년 3차례에 걸쳐 리캡을 단행했다. 기업가치가 높아진 만큼 대출금을 늘리고 배당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한앤코는 배당금으로 2017년 273억원, 2018년 1600억원을 수령했다. 이후에도 리캡을 통해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790억원과 920억원을 배당 받았다. 지난 10년간 에이치라인해운을 통해 한앤코는 배당금으로 총 3583억원을 회수한 셈이다.
최근에는 벌크선 매각 등으로 외형을 줄이고 현금화 전략에 나섰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달 SW해운을 상대로 드라이벌크선 4척을 일괄 매각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W해운은 미니케이프급 광물 운반선 4척을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4척 모두
한국전력(015760) 발전자회사들과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어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그만큼 에이치라인해운 통매각에 대한 어려움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에이치라인해운을 비롯해 중형급 해운사들의 매각이 미뤄지고 있는 까닭은 HMM 인수전과도 무관치 않다. 2017년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사실상 국내에선 HMM이 유일한 인수 후보인 만큼, HMM 인수가 마무리되어야 중형급 해운사 매각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포스코가 HMM 인수를 타진 중으로 전해지면서 중형급 해운사 매각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에선 중형급 해운사를 인수할 전략적투자자(SI)가 마땅치 않다”며 “잠재적 매물로 다수의 해운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HMM 인수가 마무리되어야 벌크선 중심의 SK해운이나 에이치라인해운, 폴라리스쉬핑 등의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몸값 2조원 추정…벌크선 앞세워 HMM에 매각 '가능성'
에이치라인해운 몸값은 2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글로벌 해운업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멀티플은 4~6배다. 올해 연간 EBITDA가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멀티플 적용 시 2조4000억원에서 최대 3조6000억원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5조원가량의 순차입금 규모를 고려하면 실제 지분가치는 1조원대 후반에서 2조원 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올해 6월 말 기준 총 66척(벌크선 48척, LNG선 13척, PCTC선 5척)의 선단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수익성이 높은 다수의 LNG 신조선이 인도되면서 차입금이 증가했지만, EBITDA 창출 규모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게 관련 업계 진단이다.
에이치라인해운 총차입금 규모는 2021년 2조9148억원에서 2022년 3조3759억원, 2023년 3조7846억원, 2024년 5조842억원까지 늘었다. EBITDA는 같은 기간 3910억원, 5305억원, 4947억원, 5655억원으로 증가세다. 올해 1분기에도 확대된 장기계약 기반에 힘입어 EBITDA는 전년 동기 대비 24.3% 상승한 1522억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수익 변동 폭은 제한적이다. 포스코와
한국전력(015760) 발전자회사 등을 상대로 장기계약의 잔존 기간은 평균 8.8년에 달해 업황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도 26.5%(2020년), 24.2%(2021년), 24.8%(2022년), 24.2%(2023년), 22.3%(2024년)로 20%대 중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한앤코는 최종 성과가 매각 가격에 달린 만큼, 포스코의 HMM 인수가 성사된다면 벌크 운송 시너지를 앞세워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철강의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 등 수입과 완제품 수출을 100% 해운에 의존하고 있어, 벌크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포스코가 HMM 인수를 타진하면서 매각을 염두에 둔 해운사들은 사실상 관망 모드로 접어든 상황”이라며 “해운업 특성상 높은 차입 구조와 국가 경제와의 연계성 때문에 해외 매각이 어려운 편이다. 화주와 연계되어 있고 자금 여력이 있는 그룹사가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아니면 당장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