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①90일 처방, 7일로 줄어드나…제약사 규제에 '촉각'
초진 처방 '7일 제한'에 의약계·플랫폼 대립
장기 복용약 보유 제약사, 비대면 매출 위축 우려
공개 2026-10-08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06일 17:5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비대면 진료가 오는 12월24일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는 행정·관리체계만 담겼을 뿐 초진 허용 범위와 처방 제한 기준 등 핵심 운영 기준은 시행규칙으로 미뤄졌다. 약 배송 확대를 놓고는 부처 간 엇박자도 드러났다. 제도 시행이 다가오지만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에 〈IB토마토〉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남은 쟁점을 짚고, 제약·바이오업계가 마주할 변화와 과제를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비대면 진료의 본사업 전환이 석달도 남지 않았지만 제약사의 사업 전략을 좌우할 처방 기준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초진 처방일수가 현행 최대 90일에서 7일 이내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장기 복용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처방일수와 제한 품목을 정할 시행규칙 공개가 늦어지면서 업계는 영업·생산 계획조차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유행 시절, 의사가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와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행령엔 '관리체계'만…핵심 규제는 시행규칙으로
 
6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12월 공포된 개정 의료법이 하위법령에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한 것으로,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 달 2일까지다.
 
개정안은 비급여 진료내역 접수·분석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대면 진료지원 시스템과 전자 처방 전달 시스템 구축·운영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중개 플랫폼 신고·인증 업무를 한국 보건 의료 정보원에 각각 맡기는 내용을 담았다. 재난·감염병 위기경보 발령이나 의료기관 집단 휴폐업 시 비대면 진료 기준을 완화할 수 있는 요건도 마련했다.
 
처방 최대 일수나 특정 의약품의 처방일수 제한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초진이 허용되는 환자·지역 범위와 처방 제한 의약품 또한 시행규칙에서 정해진다. 비대면 전담기관 출현을 막기 위한 의료기관별 비대면 진료 비율 상한(현행 시범사업 기준 30%) 역시 시행규칙으로 확정한다.
 
병원급 예외 범위 역시 시행규칙 몫이다. 시행령은 희귀질환자·제1형 당뇨병 환자·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 불가피한 경우 병원급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구체적 대상은 정하지 않았다. 예외 범위가 좁게 설정되면 병원급 처방 의존도가 높은 희귀·전문 치료제는 제도화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최대 쟁점은 초진 처방일수다. 현행 시범사업에서는 초진 때도 최대 90일치까지 처방이 가능하다. 의사 및 약사단체는 그간 2~3일 수준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최근에는 '7일 이내'로 묶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하기로 한 법 개정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일률적 제한 대신 의료진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맞선다. 복지부도 의사의 임상적 자율성·책임성을 하위법령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결론을 가늠하기 어렵다. 초진 지역 제한은 광역 시·도 단위로, 약국당 비대면 조제 건수는 하루 25건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 역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간이다. 업계는 이달 초순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예상한다. 통상 40일 이상의 입법예고 기간과 규제·법제 심사를 거치면 확정안은 시행 직전에야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료기관과 약국, 제약사 모두 확정된 룰을 모른 채 본사업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비급여·만성질환 품목 보유 제약사 '촉각'
 
제약업계는 시행규칙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처방일수와 제한 품목에 따라 비대면 채널 매출이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처방 가운데 탈모 등 만성질환 관련 처방이 약 60%를 차지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까지 석달도 남지 않았는데 어떤 품목을 며칠치까지 처방할 수 있는지조차 정해지지 않아 영업·생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라며 "시행규칙이 나와야 비대면 채널 전략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처방 제한 품목의 범위도 변수다. 복지부는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탈모·여드름 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의 초진 비대면 처방을 문제로 지목한 바 있다. 이미 제한된 응급 피임약·비만치료제 외에 탈모·여드름 치료제의 허용 여부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처방일수가 7일로 묶이면 탈모약을 석달간 복용하려는 환자는 13번가량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약값을 제외한 진료비만 따져도 한 번에 4500원 수준이던 부담이 약 6만원으로 커진다. 비용과 불편이 커지면 비대면 이용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비급여 제네릭과 장기처방 위주의 만성질환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로서는 비대면 처방 매출이 한꺼번에 위축될 수 있는 구조다. 탈모 치료제 시장에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성분 제네릭이 다수 출시돼 비대면 채널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개정 의료법상 처방 제한은 주로 초진 환자에 적용되는 만큼, 대면진료 이력이 있는 재진 환자의 만성질환 처방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수 있다. 복지부는 앞서 해당 의료기관 방문 여부, 1년 내 동일 증상 방문 여부 등을 처방 제한 기준선으로 검토한 바 있다. 초진과 재진을 가르는 기준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제약사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 재진 환자까지 일률적으로 묶이지 않는다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라며 "결국 재진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느냐가 업계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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