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은행이 상반기 고환율에 힘입어 해외사업장 환산이익을 크게 늘리며 자본 확충 효과를 누렸지만, 3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해외사업장의 순자산 원화가치가 낮아져 상반기에 쌓인 환산이익 일부가 되돌려질 수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순투자위험회피를 통해 환율 변동을 일부 상쇄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해외사업 관련 환율 효과가 자본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하나은행)
고환율에 해외사업환산익 3219억…자본 확대 효과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상반기 해외사업장환산손익은 3219억 1100만원이다. 전년 동기 2502억원의 손실을 인식한 데 비하면 차가 크다. 상반기가 아닌 분기별 실적을 봐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2분기 하나은행의 해외사업장환산손실은 2550억원에 달했다.
해외사업장환산손익은 해외에 있는 자회사나 지점의 재무제표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해외 지점 및 해외자회사의 기능통화로 작성된 연결재무제표를 원화로 환산한다. 자산과 부채는 기말환율을 적용해 환산하고, 손익과 자본항목은 거래일의 환율 또는 평균 환율을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 차이를 기타포괄손익 항목인 외환차이누계액으로 인식한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포함되는 만큼, 자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나은행의 연결자본 자본금, 연결자본잉여금, 신종자본증권, 연결이익잉여금, 연결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으로 구성된다. 해외사업장환산손익 역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포함되는데, 상반기 기준 자본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초 하나은행의 연결기준 자본은 36조 734억원에서 상반기 말 37조 1945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결반기순이익이 2조 1307억원이 반영되면서 순익 확대를 견인했으나, 다음으로 큰 항목이 해외사업장환산손익이다. 해외사업장순투자위험회피평가손익이 1277억원 발생한 것을 감안해도 해외사업장 관련 환율 효과만 1941억원인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해외사업장환산손실이 2502억원, 해외사업장순투자위험회피평가손익이 833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사업장 관련 환율 변동값으로 자본이 1668억원 축소된 셈이다. 해외사업장순투자위험회피평가손익이란 은행이 해외사업장의 주식과 자산 등 순자산에 대한 환 위험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율 위험을 헤지해 발생한 손익이다.
이는 환율 변동을 상쇄하기 위해 반대 방향의 환헤지 포지션을 잡은 결과다. 환율 상승으로 얻은 해외사업장환산손익을 일부 잃더라도 환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환헤지 전략으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경우 자본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3분기 원화 강세 전환…환산익 원위치 가능성
문제는 3분기 환율이 지난 상반기 대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13.1원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1.31% 떨어졌으며, 지난 3개월간 최고치가 1561.5원임을 감안하면 달러당 100원이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이는 상반기 자본 확대에 기여했던 환율 효과가 일부 되돌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 다음으로 비중도 크다. 다만 해외사업환산손실이 발생한다고 해서 하나은행의 전체 자본이 감소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당기순이익을 비롯한 다른 자본 변동 요인이 존재하는 데다 순투자위험회피에 따른 평가이익도 환산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어서다.
당기순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자본과는 다르다.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에도 외화거래손익과 외화환산손익, 파생상품 평가 및 거래손익 등이 포함되는데 순손익 자체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상반기 하나은행은 외환거래수익 5007억원, 외환거래손실 4831억원으로, 순손익은 176억원을 벌어들였다. 외화 자산과 부채 환산 효과가 상쇄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다만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은 통화별 자산과 부채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으면 환율이 오를 때 자산의 원화 환산가치가 더 크게 늘고,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6월 말 기준 달러화 자산이 72조7475억원, 부채가 72조2331억원으로 자산이 5144억원 더 많다. 파생상품을 제외하고 단순 비교하면 원·달러 환율 하락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통화별로는 차이가 있다. 엔화는 자산과 부채 규모가 비슷하고 유로화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반면, 위안화와 루피아는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 실제 자본 변동은 해외사업장별 순자산 규모나 통화별 환율 움직임 외에도 파생상품 환헤지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하나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3분기 말 기준 환율변동의 방향성뿐 아니라 해외사업장의 순자산 규모를 고려해야해 예상 변동량은 예상할 수 없다"라면서 "다만 상반기 대비 포지션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 않으며,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달러와 유로화 등 일부 금액에 대해 해외사업장순투자위험회피 관계를 설정하고 있어 하락시 상응하는 평가이익으로 해외사업장 환산손익을 상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