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한앤컴퍼니가 에이치라인해운(H라인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SK해운으로 옮기는 선대 재편을 단행한다. H라인해운은 지난해 신조 LNG선 투입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그에 따른 선박금융 부담도 함께 늘어났다. 이번 재편을 통해 현금창출력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LNG선의 선박금융까지 함께 이전되면서 차입 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H라인해운 LNG운반선 (사진=H라인해운)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SK해운과 H라인해운 간 선대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SK해운은 H라인해운이 보유한 LNG운반선 16척을 넘겨받고, 그 대가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1척과 제품선 1척 등 유조선 12척과 현금 약 3억달러를 H라인해운에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한앤컴퍼니는 거래 이후 SK해운의 사명을 K-LNG로 변경할 계획이다.
매출총이익 절반 담당했던 LNG선…이익창출력 축소 불가피
이번 거래는 단순히 선박만 맞바꾸는 구조가 아니다. 장기운송계약과 선박금융계약 등 관련 계약도 함께 이전된다. LNG선 16척에 붙은 금융부채가 SK해운으로 넘어가고 H라인해운은 대신 유조선 12척과 관련 금융을 인수하게 된다. LNG선이 유조선보다 선가가 높은 데다 신조선 비중도 높은 만큼 H라인해운으로서는 차입 부담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다.
다만 문제는 H라인해운이 넘기는 LNG선이 회사 내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알짜' 자산이라는 점이다. LNG운반선 16척은 지난해 H라인해운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했지만 매출총이익에서는 46%를 담당했다. 특히 이번에 SK해운으로 넘어가는 LNG선은 대부분 최근 건조된 신조선으로, 구형 선박보다 연료효율이 높고 운항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 지난해 H라인해운의 수익성 개선도 신조 LNG선이 주도했다. LNG 신조선 11척이 대거 인도되면서 지난해 매출은 1조 2855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694억원으로 증가했다. EBITDA는 2024년 5655억원에서 지난해 7573억원으로 늘었고 EBITDA마진은 같은 기간 43.5%에서 58.9%로 뛰었다.
올해 들어서도 LNG선 효과는 이어지고 있다. H라인해운은 올해 1분기 매출 3753억원, 영업이익 14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9.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37.5%까지 높아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채산성이 높은 신조 LNG운반선이 다수 인도된 점을 수익성 개선의 주된 배경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거래가 마무리되면 H라인해운의 실적 눈높이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신평은 지난해 1조 30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선대 재편 이후 중기적으로 9000억원 안팎까지 줄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7600억원 수준에서 5000억원가량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 계산하면 EBITDA 창출력이 30%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이와 반대로 LNG선을 받는 SK해운은 수익성과 사업안정성이 강화된다. 이전되는 LNG선 16척은 모두 2020년대 건조된 최신 선박으로 카타르에너지, 엑슨모빌, 페트로나스 등과 장기계약이 체결돼 있다. 거래 이후 SK해운의 LNG선은 16척에서 32척으로 늘고 전체 장기계약의 평균 잔존기간도 7.4년에서 10.7년으로 길어진다.
6.9조로 불어난 차입금…선박금융 이전해 레버리지 정상화
H라인해운이 알짜 LNG선을 내주는 대신 얻는 가장 큰 효과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지난해 말 H라인해운의 총차입금은 6조 9122억원으로 2024년 말 5조 842억원보다 1조 8280억원 증가했다. 순차입금도 4조 8977억원에서 6조 8080억원으로 불어났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도 9배에 달한다. EBITDA가 크게 증가했지만 이를 웃도는 속도로 차입금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른 지난해 순이자비용도 3415억원으로 전년 2023억원보다 69% 가까이 증가하면서 본업의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신조 LNG선을 집중적으로 인도받으면서 막대한 건조대금이 집행된 결과다.
이 때문에 이번 선대 재편은 확대된 재무부담을 낮추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LNG선 16척뿐 아니라 해당 선박금융까지 함께 SK해운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선박금융은 통상 선박을 담보로 조달하고 장기운송계약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원리금을 갚는 구조다. 자산과 계약을 함께 넘기면 그에 대응하는 금융부채도 이전되는 만큼, H라인해운 입장에선 막대한 차입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H라인해운의 지난해 말 기준 선박에 대한 금융부채는 총 6조 5861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LNG선에 연결된 선박금융은 약 4조원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H라인 역시 SK해운으로부터 유조선 12척과 이에 딸린 선박금융을 넘겨받지만, 한신평은 이번 선대 재편이 완료되면 차입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H라인해운은 자산가치 차액으로 현금 약 3억달러도 받게 된다. 지난해 말 현금 및 금융상품이 1042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완충재가 될 전망이다.
한신평은 이번 선대 재편에 따른 수익성 감소에도 재무지표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H라인해운의 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말 9배에서 거래 이후 중단기적으로 6배 안팎까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EBITDA가 7600억원에서 5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레버리지 배수가 낮아진다는 것은 선박금융 이전에 따른 차입금 축소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향후 자금 활용에 달렸다. 아직 개선된 재무여력을 활용한 선박 투자계획과 주주환원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매각대금 사용방안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해 H라인해운이 기타불입자본 58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모회사인 PEF에 대한 배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H라인해운의 외형과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재무구조를 정상화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도 "H라인해운이 확보한 자금의 사용처와 선대 재편 이후 신규 투자나 배당 규모에 따라 실제 재무개선 폭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