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상장기업, 실적 괴리율 논란에도…제재 사각지대
씨메스로보틱스, 2년 연속 추정 실적 미달
자금 집행 과정·금감원 심사 책임 부각
공개 2026-07-1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08일 10:0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최근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의 '뻥튀기 상장(기업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상장)'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도 이달부터 관리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기업 실적이 파트너사와의 거래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추정 실적과의 괴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단순한 실적 수치보다 자금 사용의 이행 과정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부실한 추정 실적을 면밀히 거르지 못한 금융감독원의 심사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씨메스로보틱스, 실적 괴리율 513.3%…파트너사 거래 순연 여파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메스로보틱스는 지난 2024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공동 주관사는 유진투자증권이 맡았고, 대표 주관은 삼성증권(016360)이었다. 씨메스로보틱스는 당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 중 가장 큰 규모인 780억원의 주관액을 모집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솔루션 개발 기업이다. 기술성 평가에서는 상장예비심사 신청 가능 등급 중 최고 등급인 'AA'를 달성할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공모 당시 추정 실적과는 적잖은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상장 당해 연도인 2024년 연 매출은 69억원, 영업손실은 243억원으로 추정 실적 대비 각각 43.9%, 101.4% 수준의 괴리율을 보였다. 이어 2025년에는 연 매출 131억원을 내며 역시 괴리율 40.2%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적자 폭이 커지며 괴리율 513.3%을 기록했다.
 
씨메스로보틱스가 예측한 올해 연간 실적은 매출 425억원, 영업이익은 107억원이다. 다만 올해 1분기 매출은 58억원으로 나머지 분기에서 360억원 이상의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영업손실은 51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53억원)보단 적자 폭을 줄였지만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 솔루션 고도화에 따른 직접 재료비 증가와 환율 상승 효과, 인력 규모 증가 등으로 3월 말 기준 매출원가율이 80%에 이르고, 판매관리비는 전년 대비 16.7% 늘어난 63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다만 이를 단순히 기업의 영업 역량 부진으로 분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추정 실적에 이르지 못한 데는 계약 규모가 컸던 파트너사와의 거래가 잇따라 순연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물류 부문에서는 국내 풀필먼트사의 피스피킹 솔루션 도입이, 같은 해 제조 부문에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사의 로봇 솔루션 도입이 기존 일정에서 순차적으로 밀렸다. 검사 부문에선 전기차 시장 캐즘 현상으로 2차전지 설비투자가 둔화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순연됐던 계약들은 올해 다시 재개되거나 추가 수주를 논의하는 등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씨메스로보틱스 측은 <IB토마토>에 "당사는 주로 대형 제조, 물류, 2차전지 기업 등 후방 산업 고객사의 설비투자(CAPEX)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라면서 "특히 가장 주력하는 '피지컬 AI' 구현 솔루션은 기존의 정형화된 기계 설비와 달리 고객사에서도 처음 도입하는 신기술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술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검증하는 리드 타임이 기존 설비 대비 길게 소요되는 특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추정실적' 실제와 달라도 제재 규정 없어
 
기업의 미래 실적 전망 추정치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서 산출한다. 증권사는 기업이 실적 추정 자료를 제공하면 실사 시 이를 참고로 공모가액을 조율한다. 미래 실적은 고객사와의 계약, 시장 상황, 금리 변동성 등을 검토하여 추정된다. 기업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체계적 위험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다', '영업 역량과 연구개발 성과 등이 부진하여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낮아질 수도 있다' 등 실적 추정치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문구를 추정 실적 하단에 명시하고 있다.
 
다만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이 제시한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의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면서 추정 실적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투자자를 보호하고 추정 실적과의 괴리율을 줄이기 위해 여러 규제를 마련해 두었다. 지난 2023년에는 기업이 기술특례 상장을 할 시 추정 실적을 사용한 경우 추정 근거를 매출원별로 상세히 기재하고 주요 근거를 키워드 형태로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는 IPO 공시를 올릴 때만 반영이 될 뿐, 이후 실제 실적과 괴리가 생겨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직접 조항은 아니다.
 
현재 거래소 규정에서도 실제 실적이 추정 실적과 얼마나 차이 나면 제재를 가한다는 식의 징벌 기준은 없다. 기업이 추정 실적을 제시할 때 ▲기재 또는 표시가 예측정보라는 사실 ▲예측 또는 전망과 관련된 가정 또는 판단의 근거 ▲예측치와 실제 결과치가 다를 수 있다는 주의 문구 ▲기재 또는 표시가 합리적 근거 또는 가정에 기초하여 성실하게 행하여짐 등이 명시되어 있다면 실제 결과치가 예측과 다르게 나오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나 불성실공시 등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예측정보에 대한 면책'을 보장하고 있다.
 
"숫자 말고 사업 진행 과정 살펴봐야"
 
업계에선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기업가치 부풀리기'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현실적인 경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사업보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다수 영위하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은 파트너사와의 거래 지연이나 파기 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래 실적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3년 소위 '뻥튀기' 공시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파두(440110) 역시 주요 파트너사인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불황으로 발주를 중지하면서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의 괴리율이 커지며 문제가 발발된 바 있다.
 
한 기술특례 상장 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실적 괴리율이라는 결과적 수치보다 기업들이 상장 당시 주주들에게 약속했던 자금 사용 목적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라면서 "요즘 기업들 중에선 경영 목표나 계획도 뚜렷하지 않은데 1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정해놓고, 주관사들에게 그에 맞는 근거를 마련하라는 곳들도 많다. 이미 상장된 기업보다 그런 공시를 내는 기업들부터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업 상장 주관을 맡는 증권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신고서를 검토하는 금융감독원이 기술특례 상장에 있어 가장 책임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이 기업들의 추정 실적 달성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아 뻥튀기 공시가 쏟아지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기업가치 부풀리기 문제에 있어서 기업, 증권사를 지적하지 금감원을 비판하는 시선은 많지 않다"라며 "상장 당시부터 기업들이 제시한 추정 실적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상장시키지 않아야 주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기술특례·이익미실현 특례상장기업에 적용돼 온 매출액·대규모 손실 관련 상장폐지 요건 유예가 앞으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에만 적용된다. 또 기술특례 상장기업이 상장 후 5년 이내에 주된 사업목적을 변경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달 15일 기준 전체 코스닥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비율은 26.4%인 반면 특례상장기업은 3.2%에 그친 상태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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