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켐, 적자 늪에 인수까지 밀렸다…전해액 내재화 전략 흔들
수익성 부진에 과도한 CAPEX…재무안전성도 하락
중국 전해액 제조기업 인수 세 차례 연기 원인 평가
자회사·관계사 채무보증 규모도 높아 우발부채 위협도
공개 2026-07-1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07일 18: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전기차 전해액 등을 제조·판매하는 엔켐(348370)이 중국 전해액 기업 인수를 세 차례 미루며 투자 확대의 후유증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꺾인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현금흐름을 압박했고, 외부 차입이 쌓이면서 재무 부담도 커졌다. 인수 대상 기업마저 적자를 내고 있어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가격 경쟁력 확보보다 유동성 리스크가 먼저 부각될 수 있다. 실적 반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인수에 나설 경우 운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엔켐)
 
수익성·유동성·재무안정성 '삼중고'…중국 기업 인수도 지연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켐이 중국 전해액 제조기업 Shidai Sikang New Materials Co.,Ltd 인수를 세 차례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지난 2월28일 해당 기업 지분 100%(599억원)를 취득할 계획이었으나, 인수일이 4월30일로 한 차례 밀렸고 이마저도 지난달 30일에서 오는 12월31일로 다시 연기된 상태다. 수익성이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나빠지면서 현금창출력까지 함께 흔들린 결과 기존 투자계획을 미룬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엔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최근 큰 폭으로 꺾였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193억원) 대비 적자 폭이 26% 늘었고 분기순이익도 -1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576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전기차 전방산업 수요 둔화와 전해액 판가 하락이 겹치며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엔켐은 2024년 50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손실 규모가 784억원으로 1년 만에 56% 불어났다.
 
영업 부진은 현금흐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83억원으로 전년 동기(-261억원) 대비 적자 폭이 개선됐지만, CAPEX 규모가 더해지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FCF는 -151억원으로 전년 동기(-348억원) 대비 적자 폭이 57% 축소됐으나 수년간 부실한 현금창출력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특히 2024년에는 541억원 규모의 CAPEX를 단행하면서 FCF 적자가 -1025억원까지 벌어져 전년(-291억원) 대비 3.5배로 커졌고, 이에 지난해부터 CAPEX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면서 FCF 적자는 -190억원까지 좁혀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체 현금창출력이 약해진 사이 부족 자금을 메우기 위한 외부 차입은 계속 쌓였다. 올해 1분기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2076억원으로 지난해 말(1846억원) 대비 12% 늘었다. 순차입금 규모는 2021년 22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 1502억원으로 6.8배 급증했고 이후 지난해 1846억원으로 4년 만에 8.4배 불어나며 재무부담을 빠르게 키워왔다.
 
차입금은 늘어나는데 현금성자산은 오히려 줄면서 유동성도 함께 나빠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은 2447억원인 반면 보유 현금성자산은 680억원(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에 그쳐 상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금성자산은 2024년 1633억원에서 지난해 879억원으로 1년 만에 거의 반토막 나며 유동성 악화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기존 자회사·관계사 실적 악화…적자 해외 기업 인수 우려 '확대'
 
이러한 상황에서 Shidai Sikang New Materials Co.,Ltd 인수를 강행한다면 엔켐의 재무 부담은 한층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해당 중국 기업 지분을 모두 사들이려면 599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자금 여력으로는 외부 조달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인수대금 외에도 부담 요인이 있다. 엔켐은 해당 기업 인수와 관련해 64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도 제공하고 있다. 채무보증은 직접 차입금은 아니지만 해외법인의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흔들릴 경우 모회사의 신용보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기존 자회사와 관계사에 제공한 채무보증 규모도 920억원에 달한다. 우발부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보증 대상 법인들의 실적마저 부진하다. 자회사와 관계사의 손실이 이어지면 모회사 실적에도 부담으로 반영될 수 있다. 투자자산 손상차손이나 지분법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산 가치 훼손으로도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 부채를 대신 갚아야 하는 대위변제 위험과 추가 자금조달 부담도 배제하기 어렵다.
 
보증 규모가 537억원으로 가장 큰 미국법인은 올해 1분기 매출액 3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441억원) 대비 28% 줄었고 분기순손실도 24억원에 이르렀다. 두 번째로 큰 219억원의 보증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법인은 2022년 설립 이후 매출 자체는 잡히지 않은 채 손실만 이어가는 중으로 올해 1분기에도 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외에 헝가리법인과 국내 자회사 듀오콤 등 엔켐이 보증을 선 자회사·관계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며 모회사의 실적과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 예정인 Shidai Sikang New Materials Co.,Ltd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24년 기준 당기순손실이 330억원에 달한 적자 기업으로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적자 자회사·관계사를 여럿 떠안고 있는 엔켐이 또 다른 적자 해외법인을 추가로 인수할 경우 실적 하락, 대위변제 리스크, 투자자산 훼손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적과 유동성이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수를 강행하게 될 경우 리스크를 키우는 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원식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 전해액 제조기업 인수 건은 최근 엔켐의 유동성 문제로 지연되고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해당 기업 인수나 추가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며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해외기업 인수 시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산 저가 전해액 여파로 실적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소재 내재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계속해서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저조한 영업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자체 현금흐름으로 투자 및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에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자구안 실행을 통한 추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켐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수 일정 변경은 현금창출력 약화나 재무적 부담에 따른 투자 지연보다는 중국 사업의 전략적 일정과 현지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되고 있다"라며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중국 내 자산 효율화와 공동 투자자와의 투자 구조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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