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증권업 경영진단)③메리츠증권도 못 피한 부동산 불황…리스크 관리 고삐
S&T 손익에도 불구 IB부진으로 전년 대비 실적 감소세
최희문 대표, 15일 컨퍼런스콜서 부동산 PF 관리 방점
공개 2023-05-24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5: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하반기 폭풍 같은 실적 위기를 겪었던 증권업계가 다시금 저마다의 강점을 살려 실적 기지개를 켜고 있다. 2차전지 주를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증가, 금리 안정화로 인한 채권 가격 상승,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따른 위험요소 감소 등의 이유 덕분이다. 하지만 저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황에서 각 증권사 별 2023년 첫 성적표를 짚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작년 한 해 영업이익 기준 업계 1위를 기록했던 메리츠증권이 올해 1분기에 예상외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력 사업부인 기업금융(IB) 사업부의 부진과 함께 리테일 사업부가 증시 활황의 수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더불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화에 집중해야 할 모양새다.
 
예상치 못한 성적표…1등 증권사도 피하지 못한 부동산 불황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3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2691억원 대비 10.9%, 전년 동기 3770억원 대비 36.4% 감소한 실적이다.
 
1분기 매출에선 14조6233억원을 기록해 전년 10조8235억원 대비 약 35% 증가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1998억원으로 전분기(1698억원)보다는 17.7%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 2824억원 대비로는 29.2%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영업부문별로 살펴보면, Sales&Trading(S&T) 부문은 당기순이익 7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했다. 채권운용에서는 인플레이션 하락 및 경기둔화 흐름에 따른 금리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운용수익을 창출했고, 채권 차익 및 중개 실적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업금융 부문은 당기순이익 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3%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롯데건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투자협약을 맺는 등의 성과를 보이기는 했지만, 신규 딜 감소와 자본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테일 부문 당기순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9%나 급감한 10억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 실적은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대출주선 실적이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과 부동산 시장 불황에 이은 채권 위기에도 불구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해 영업이익 기준 2022년 증권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1분기까지 이어진 부동산 시장 불황이 메리츠증권의 주력 사업 부문인 부동산 금융에 영향을 미쳤고 이에 반해 리테일 부문이 증시 활황의 덕을 보지 못한 것이 실적 감소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2년 금리상승에 따른 역머니무브 현상으로 위탁매매부문 수수료수익이 크게 감소했고 집합투자증권 및 투자자산 손실이 나타나 부동산경기 둔화 등으로 하반기 이후 채무보증 수수료 등 IB부문 실적도 저하되는 추세다”라고 진단했다.
 
아직 부담스런 부동산 익스포저…외형 확장보단 관리 집중
 
메리츠증권은 향후 경영 목표에 대해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화에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부동산 경기의 더딘 회복세와 최근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손실 확정을 요구해 하반기 손익 악화가 불가피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지난 15일 메리츠금융그룹이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서 부동산PF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대부분이 선순위 대출이고 선순위 대출도 (담보인정비율을) 50% 정도에서 끊고 있다"라며 "어느 사업장의 분양이 20%만 됐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상환에 쓰이기 때문에 남은 대출에 대해서는 LTV가 30% 중후반대로 떨어지게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격한 금리 상승과 자금 경색, 부동산 경기 하락, 실물 경제 하락 등으로 인한 미분양 증가와 더불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극히 이상한 상황이 아닐 경우 손실은 제한돼 있다”라면서 “과거처럼 선제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충당금이 다시 환원이 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고, 이번 사이클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레고랜드발 사태로 대부분 증권사들의 IB 사업부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역량을 뽐내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 본사에서 열린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대출 관련 규제안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이전 같은 사업 확장은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 대출 중 부실화가 생겨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자산건전성 분류상 최종손실로 분류하도록 한다"라며 "100% 충당금으로 잡혀있는 금액을 장부에서 털어내면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1분기 기준 유동화증권 신용보강액은 2조429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기간 금액이 1조4622억원 대비 6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화증권 신용보강금액은 증권사가 부동산 PF에 채무보증을 선 규모로, 유동화증권의 원리금 상환이 안됐을 경우 증권사의 책임이 된다. 이들 유동화증권의 만기시 차환에 실패하면 메리츠증권이 부담하게 되는 금액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형적 확장보다는 현재 당면한 부동산 관련 리스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의 1분기 실적은 역기저효과로 인한 감익 효과가 나타났다”라며 “메리츠증권의 연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고 보유 PF 익스포저 대부분이 선순위인 만큼 PF 론(Loan)이 모두 부실화된다기 보다는 연체 발생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8년 1분기부터 21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2023년에도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관련 리스크 관리에서도  재무건정성 지표를 개선시켜 내실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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