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FCF 적자에도 공격 투자…연말 회수가 분수령
내년부터 연간 1.7조원 대규모 투자 예고
잉여현금흐름 1조원대 적자 전환 '우려'
연말 채권 회수 여부로 재무 여력 판가름
공개 2025-12-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09:5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내년부터 3년간 1.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예고하면서 재무 대응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로 전환된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가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대형 수주 사업 특성상 연말 채권 회수 여부가 연간 재무 성적을 좌우하는 만큼, 올해 4분기 실적이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운전자본 부담,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져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12조 1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11조 6439억원 대비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7827억원에서 감소했고, 분기순이익도 누적 기준 1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4553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외형은 확대됐지만 수익성은 둔화된 흐름이다.
 
현금흐름은 손익보다 더 빠르게 악화됐다. 3분기 누적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9480억원보다는 개선됐으나 여전히 대규모 유출 상태다.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은 2307억원으로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자산·부채 변동으로만 1조 4343억원이 빠져나가며 전체 영업현금흐름을 다시 적자로 끌어내렸다. 수익성 개선이 실질적인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운전자본 부담은 재무상태표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올해 9월 말 기준 매출채권은 1조 7911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 2902억원에서 크게 늘었고, 미청구공사 역시 1조 7214억원으로 전년 말 1조 5945억원에서 증가했다. 반면 선수금과 초과청구공사는 감소했다. 초과청구공사는 지난해 말 1조 8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 4539억원으로 줄어들며, 향후 현금 유입의 완충 기능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재고자산 부담도 완화되지 않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2조 7711억원으로 전년 말 2조 7339억원보다 증가했다. 글로벌 가스터빈 공급 병목에 대응하기 위해 선지급한 비용이 재공품 형태로 누적되면서, 현금 회전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 같은 현금 흐름 압박은 차입 구조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2조 4589억원으로 전년 말 2조 1413억원 대비 크게 늘었고, 만기가 도래한 유동성장기부채는 1조 27억원으로 지난해 말 3982억원에서 급증하며 단기 유동성 부담을 키웠다.
 
 
 
내년부터 3년간 1.7조원 투자 예정
 
다만 연말로 갈수록 재무지표가 일정 부분 회복되는 구조는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잉여현금흐름이 9239억원 적자였지만, 4분기에 주요 프로젝트 수금이 집중되면서 연말 기준 FCF는 -3013억원 수준까지 개선됐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3조 9097억원에서 3조 6935억원으로 줄었고, 순차입금 역시 3조 5994억원에서 2조 9990억원으로 6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SMR 전용 공장 신축과 가스터빈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해 총 1조 7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올 3분기 FCF가 1조 3077억원 적자로 전환된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 집행은 재무 부담을 한층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같은 기간 FCF가 987억원 흑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 대응력이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된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주 사업 특성상 연중에는 매출채권이 증가해 차입이 늘어나지만 연말에 집중적으로 회수되는 구조”라며 “올해 역시 4분기 수금이 본격화되면서 재무 지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부채 부담 위에서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연말 회복이 단기적인 숨통을 틔울 수는 있지만, 구조적으로 악화된 현금흐름과 차입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재무 유연성은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올해 4분기 실적과 현금흐름 개선 여부가 두산에너빌리티 중장기 재무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4일 두산에너빌리티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 22일 두산에너빌리티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