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코스닥 상장사 아이로보틱스(옛
와이오엠(066430))가 '로봇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을 비닐 원료(폴리에틸렌)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야심 차게 추진했던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마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인 로봇 사업은 사실상 방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아이로보틱스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로봇 테마'를 끌어들였다가 소액주주 연대와의 법적 공방에 발목이 잡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년간 계속된 경영권 분쟁에 자금줄 막혀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로보틱스 소액주주와 경영진 간 갈등은 지난 2023년 촉발됐다. 아이로보틱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2016년 7월~올해 3월 회사를 이끌었던 염OO 전 대표가 경영 과정에서 ▲상법상 하자 있는 딸 이사 선임(주주총회 의결권 위조) ▲주가조작 ▲원정도박 등 문제를 일으켜 투자자들의 불만을 샀고 이를 발단으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케이휴머스가 지난 3월31일 최대주주로 올라선 직후 소액주주 측도 4월2일 지분율 5.7%를 확보하며 맞섰다. 9월 말 기준 아이로보틱스의 최대주주는 김영규 외 2인으로 지분율은 10.4%다. 2대주주인 케이휴머스의 지분율은 5.1%다.
아이로보틱스는 지난 8월 '아이로보틱스혁신성장1호유한회사'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납입이 마무리됐다면 아이로보틱스혁신성장1호유한회사는 아이로보틱스의 지분 18.6%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등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액주주 측은 이 유상증자가 신사업 추진과 거리가 먼 2대주주의 우호지분 확보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신주발행 무효 확인의 소 및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소액주주 측에서 제기한 아이로보틱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유상증자는 수포로 돌아갔다.
대형 로펌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소액주주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상황이면 아이로보틱스 입장에선 소송에서 불리해진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회사가 새해 1월 말 본안소송에서 신주발행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안소송이 1월 말인 점을 고려해도 항소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최종 판결은 내년 말께 나올 전망"이라며 "아이로보틱스가 지난 8월 결정한 유상증자의 납입일도 계속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매출 대부분 PE서 나와…로봇 신사업 사실상 '스톱'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아이로보틱스'라는 사명이 무색하게 회사의 시계는 과거로 돌아갔다. 당초 유상증자 납입일은 9월1일이었으나 세 차례 정정을 거쳐 새해 2월25일로 연기됐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가 막혀 자금 수혈이 불가능해지자 로봇 신사업은 일시 중단하고 주력인 폴리에틸렌(PE)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로보틱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소액주주 측에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인용돼 증자가 불가한 상황"이라며 "새해 1월 말 신주발행 관련 본안소송 변론기일이 도래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회사 신주발행이 막혀 로봇 신사업은 일시적으로 진행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선 회사 본업인 폴리에틸렌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분기 누적 매출 276억원 중 폴리에틸렌 원료 유통(상품매출)과 폴리에틸렌 산업용 필름 제조(제품매출) 비중이 273억원(99%)인 상황에서, 이는 '집중'이 아니라 '현상 유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2년간 소득 없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아이로보틱스의 개인투자자와 회사 관계자들은 피로감에 젖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 관련해 소액주주와 경영진 간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이로보틱스 측은 <IB토마토>에 "소액주주와 협의 여부는 경영진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