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5)급변하는 유통판, 곳곳에 '시한폭탄'
홈플러스, 빚 갚기에 경쟁력 뒷전으로 미루다 회생 절차 돌입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파산…티몬과 11번가는 인수 완료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미흡한 대처로 소비자 이탈 가속
공개 2025-12-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올해 국내 유통가는 쿠팡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생태계 격변과 소비 심리 부진으로 위기가 지속됐다. 쿠팡의 독주에 밀려났던 티메프(티몬·위메프)는 올해 결국 청산형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11번가는 SK스퀘어(402340)가 재인수하면서 안정을 되찾았고, 신세계(004170)는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경쟁력 확대에 나섰다. 이커머스의 성장은 오프라인 유통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홈플러스가 올해 초 기습적인 회생신청에 나서면서 채권시장 경색 우려로 불거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최근 쿠팡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통가는 올해 연말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김광일(왼쪽) 홈플러스 대표이사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란히 증언대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홈플러스, 회생신청 후 인수자 찾기 '난항'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성장과 소비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경쟁력 확보 보다 투자자 수익을 중점으로 둔 행보는 사모펀드의 운영 형태에 대한 도덕적 비판과 대규모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올해 3월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금난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신용등급이 하향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회생 결정을 내리면서 '도피성 회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의 인수가액 7조2000억원 가운데 약 5조원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는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전략을 활용했다. 인수합병(M&A) 이후 피인수 기업인 홈플러스의 이익금이나 자산을 매각해 얻은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점포 매각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차입금이 재차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재무부담이 심화됐다. 현재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청산이 아닌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M&A(인수합병)'에 집중하고 있지만, 인수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사진=뉴시스)
 
파산vs정상화, 갈림길 놓인 큐텐 이커머스 
 
지난해 7월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티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인가전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끝내 인수자를 얻지 못한 위메프는 지난달 10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반면 티몬은 새벽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된 이후 영업 재개를 준비 중이다. 
 
앞서 티메프(티몬·위메프)를 인수한 큐텐은 그동안 판매대금을 유용해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이 가운데 티메프가 무기한 정산 지연을 선언하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가 잇달아 이탈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상품 결제 후 환불받지 못하는 등 큰 소비자 피해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한편, 이달 16일에는 큐텐의 또다른 이커머스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가 파산했다. 지난해 8월 회생법원에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형태의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후 1년 4개월여만이다. 

(사진=네이버 갈무리)
 
SK플래닛 품으로 7년 만에 돌아온 '11번가'
 
지난 10월에는 SK스퀘어(402340)가 SK플래닛에 11번가를 넘기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는 SK스퀘어와 SK플래닛이 11번가를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였지만 이번 지분 전량 매각으로 SK플래닛이 11번가의 지분 100%를 보유하며 종속회사로 두게 됐다. 11번가가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한 이후 약 7년 만에 SK플래닛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와 함께 SK플래닛은 H&Q코리아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에게 투자금을 상환한다. 그동안 받은 배당금 약 600억원을 포함하면 FI들은 지난 2018년 11번가에 투자한 원금 5000억원 이상을 회수하게 된다. 인수 대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SK스퀘어로 조달받은 3900억원과 SK플래닛 자체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향후 SK플래닛과 11번가는 각 사 핵심사업인 OK캐쉬백과 이커머스의 시너지에 집중해 업계를 대표하는 마일리지·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SK플래닛은 통합 마일리지 플랫폼 'OK캐쉬백'을 운영하고 있다. 업체측에서는 OK캐쉬백 앱의 월평균이용자수(MAU)는 2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1번가는 모바일인덱스 기준 월평균이용자수 약 86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지마켓)
 
지마켓-알리바바 합작법인 출범 '재도약' 준비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세계의 이커머스 자회사 지마켓(G마켓)은 알리바바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했다. 올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양사의 출자 비율은 5대 5로 동등하며,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자회사로 편입되며 독립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 
 
신세계-알리바바 JV는 향후 해외 매출 확대에 주력해나갈 예정이다. 지마켓은 올해부터 60만 셀러가 보유한 약 2000만개 상품을 해외에 판매한다. 첫 진출지는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으로, 향후 유럽·남미·미국 등 알리바바 네트워크가 구축된 200여개 국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 (사진=뉴시스)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휘청이는 '유통 공룡'
 
올해 연말에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또 다시 유통가에는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쿠팡을 이용하던 소비자 3370만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집 주소, 공동주택 공동 비밀번호 등이 모두 유출되면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수(5168만명)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에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쿠팡이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쿠팡 탈퇴 소비자행동 발대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현재 내부적으로 보상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규제기관의 조사 결과와 함께 보상안을 발표할 것을 공식화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