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부실·차입 이중 부담…매각 시계 빨라진다
금감원,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 최소화 계획 제출 요구
힐하우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매각 속도 관측
공개 2025-12-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 11: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부동산 투자 부실을 둘러싸고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이 발생한 운용사들을 상대로 손실 최소화 계획과 대응 방안 제출을 요구하면서, 국내에 추가 부담을 떠안기보다는 해외 사모펀드에 자산을 넘기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해외 부동산펀드를 주로 취급하는 운용사들을 상대로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 최소화 계획을 제출받았다.
 
금융당국은 최근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모펀드 손실이 현실화되자,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손실 발생 원인 ▲추가 손실 가능성 ▲운용사의 손실 흡수·최소화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단순한 사후 점검을 넘어, 운용사가 실제로 손실 관리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 ‘관리 책임’ 압박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매각 속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손실을 장기간 끌고 가기보다는 매각을 통한 털어내기가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힐하우스가 국내 주요 원매자보다 높은 매각가를 제시하면서 이지스자산운용 측에선 힐하우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힐하우스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확장을 꾀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아태 지역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는 향후 전략과도 맞물린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글로벌 금리 인상과 오피스 시장 침체로 유럽·미주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크게 조정된 가운데, 일부 중국계 자금이 장기 보유를 전제로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이지스자산운용 입장에서는 해외부동산 문제 외에도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침을 겪고 있어, 고유자금을 투입해 손실을 흡수하는 것보다 빠른 매각이 현실적으로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창업주 사망 후 유가족의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경영권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만큼, 매각은 사실상 확정적인 상황이다.
 
차입 부담 늘어나는 이지스자산운용…매각 '속도'
 
관련 업계에선 이지스자산운용이 해외 사모펀드에 자산을 넘길 경우,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추가 손실과 감독당국의 관리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와 관련해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부동산 펀드 만기 연장에 따른 차입 비용 부담 등을 덜 수 있어 매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총 운용자산(AUM)은 약 65조8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은 26.3%다. 과거 2018년 저금리 환경 속에서 조성한 대규모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3700억원 안팎이다. 이들 펀드가 최근 들어 만기를 맞이하거나 만기 연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초기 기대와 달리 자산가치 하락과 차입 부담 증가로 손실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99.7%로, 절대적인 차입 규모도 큰 편에 속한다. 특히 운용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자산 및 개발사업을 기초로 한 펀드 비중을 확대한 것이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총자산 중 회수가 어려워 부실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023년 말 기준 19.1%에서 올해 3분기 말 40.1%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른 대손부담 압박도 커지고 있다. 고정이하자산 대비 대손충당금은 비율은 지난해 말 74.9%에서 올해 3분기 말 56.9%까지 하락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펀드 설계 단계부터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며, 부실 펀드 처리에 대한 운용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일부 해외 부동산펀드 전액 손실사태 등을 계기로 펀드 설계 과정에 투자자 우선 원칙을 내재화하는 방안 등을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우선적으로 주문했지만, 사실상 운용사가 자기자본을 투입해 펀드 손실을 일부 흡수하는 방식까지 거론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다만 자본시장법 위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당국이 이를 운용사의 책임성과 재무 여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할 것이란 언급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 제81조(자산운용의 제한)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자(운용사)는 집합투자재산(펀드 재산)을 운용할 때 자신의 고유재산과 거래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해상충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목적 때문이다. 다만 관련 법규는 자전거래 방지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일각에서 불완전 판매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판매사를 포함해 상품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운용사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하라며 압박했다는 해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산운용사들이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 최소화 계획과 대응 방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을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내용을 제출했다”라며 “운용 중인 펀드의 수익증권을 고유재산으로 직접 매입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운용사가 일부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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