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법 사이)혼자 창업할 때 써둬야 할 주주간계약
공동창업자 합류 전, 지분 배분·퇴사 조건 설계
베스팅·클리프·우선매수권 등 핵심 조항 점검
공개 2026-10-28 08:0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6일 18: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창업 자문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형·동생 하면서 시작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공동창업자 한 명이 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면서 지분 30%를 그대로 들고나가버린 사례, 핵심 개발자 출신 공동창업자가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지분을 협상카드로 사용한 사례. 모두 실제 자문 현장에서 마주친 일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같습니다. 미리 세심하게 조율된 주주간계약(Shareholders' Agreement, SHA)이 없거나, 있어도 형식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 문제는 공동창업자가 합류한 뒤에 계약을 만들려고 할 때 더 심각해집니다. 한번 지분을 나눠 가진 사람과 사후에 제약조건을 협상하는 일은, 처음부터 합의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주가 저 혼자뿐인데 무슨 주주간계약입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1인 창업자일 때야말로 '합류 조건의 표준안'을 만들 최적의 시점입니다. 공동창업자 후보가 나타났을 때 '우리 회사는 이런 조건으로 합류합니다'라고 제시하는 것과, 그때부터 변호사를 찾아 협상안을 만드는 것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후자의 경우 후보자는 이미 합류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에서 조건을 보게 되므로, 창업자가 불리한 조건도 받아들이기 쉽기 마련입니다.
 
 
미리 표준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조항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Vesting(베스팅)은 지분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귀속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통상 4년에 걸쳐 매월 또는 매분기 균등하게 귀속되도록 설계합니다. 합류 직후 30%를 받은 공동창업자가 6개월 만에 떠나는 경우, Vesting이 없다면 그 30%는 그대로 그의 것이지만, 4년 동안 매월 균등하게 지분을 받는 Vesting 조건이라면 약 3.75%(= 6/48 × 30%)만 귀속됩니다.
 
Cliff(클리프)는 일정 기간(통상 1년) 근속해야 비로소 첫 베스팅이 시작되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Cliff 1년 조항이 있으면 6개월 만에 떠난 공동창업자의 지분 귀속분은 0이 되게 되는데, 이는 매우 강력한 장치입니다.
 
'Bad Leaver / Good Leaver' 조항은 퇴사 사유에 따라 잔여지분의 처리를 달리하는 장치입니다. 형사처벌, 경업금지 위반, 영업비밀 유출 등 귀책사유가 있는 퇴사자(Bad Leaver)에 대해서는 베스팅된 지분까지도 회사 또는 잔존 창업자가 액면가에 매수할 수 있도록 설계하되, 단순 의견 차이로 인한 퇴사(Good Leaver)에 대해서는 공정가치로 매수하도록 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추가로 챙겨야 할 부수조항은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입니다. 어느 창업자도 제3자에게 지분을 양도하기 전에 다른 창업자에게 먼저 매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약정하면, 창업자가 반기지 않을 제3자가 회사에 주주로 참여하게 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경업금지·전직금지도 있습니다. 퇴사 후 일정 기간 동종업계 활동을 제한하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다만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충돌하지 않는 합리적 범위로 설계해야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주주간계약은 사이가 좋을 때 쓰는 문서입니다. 서로 이견이 발생한 후에는 협상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1인 창업자라면 향후 합류할 공동창업자, 초기 임직원에게 일관되게 제시할 수 있는 표준 SHA 골격을 지금 만들어두기를 권해 드립니다. 변호사로부터 한 번 자문을 받으면 되는 어렵지 않은 절차이지만, 이를 생략하면 주주간 분쟁으로 심할 경우 회사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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