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과 맛집, 지역 브랜드를 상품에 접목한 '로코노미(Local+Economy)'가 식품·유통업계의 새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내수 침체와 소비 둔화로 가격 경쟁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자 지역성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높은 화제성과 판매량이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IB토마토>는 업종별 지역 협업 상품의 판매 성과와 원가 구조, 수익성을 짚고 로코노미가 일회성 흥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한국맥도날드의 '한국의 맛'이 로코노미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5년간 관련 메뉴 3000만개 이상을 팔았고, 창녕 갈릭 버거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 또한 크게 개선됐다.
다만 로코노미가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지역 특산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반복 생산·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계약재배에서 제품화와 판로·수출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며 공급망 구축을 돕는다.
한국맥도날드 한국의 맛 신메뉴 '충주 찰옥수수 치즈 크로켓 버거'. (사진=한국맥도날드)
'한국의 맛' 3000만개…맥도날드, 지역성 넘어 해외까지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의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로코노미가 장기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021년부터 창녕 마늘, 보성 녹돈, 진도 대파, 진주 고추, 익산 고구마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한정판 출시에 그치지 않고 판매량이 확인된 메뉴를 반복 출시하거나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했다. 대표적인 메뉴가 창녕 갈릭 버거다. 재출시를 거듭한 데 이어 올해는 스낵랩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지역성을 활용한 사업의 경제적 효과도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임팩트 측정 전문 기관 트리플라잇과 함께 분석한 2021~2025년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약 8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 결과인 617억원보다 3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이 약 764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고, 지역 농가 소득 증대 효과는 약 55억원으로 분석됐다.
판매량 역시 많다. 2021~2025년 한국의 맛 버거 메뉴 누적 판매량은 약 1675만개다. 창녕 갈릭 버거가 약 735만개로 가장 많았고,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약 415만개,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약 240만개 등이 뒤를 이었다. 버거 외 사이드와 음료까지 포함하면 누적 판매량은 3000만개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검증된 메뉴가 해외로 나간 사례 또한 나왔다. 창녕 갈릭 버거 레시피는 지난 7월 대만 맥도날드에 진출했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가 해외로 확장된 첫 사례다.
판매가 이익으로 직결되지는 않아…'한국의 맛'이 남긴 공식은
소비자의 구매와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이 기업의 이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로코노미도 반드시 낮은 비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않는다.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과 지속 가능한 공급망이 기반이 돼야 한다. 해당 기반은 비용 부담을 수반한다.
한국맥도날드의 전체 실적은 최근 3년간 크게 개선됐다. 매출은 2023년 1조 1181억원에서 2024년 1조 2502억원, 2025년 1조 4310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203억원에서 117억원, 732억원으로 개선됐다. 영업이익률 또한 2023년 -1.8%에서 2024년 0.9%, 2025년 5.1%로 상승했다. 2023년 적자였던 영업 구조가 2025년에는 5%대 영업이익률을 내는 구조로 개선된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 판관비는 줄었지만, 광고선전비 늘었다. 판관비율은 2023년 64.67%, 2024년 64.23%, 2025년 60.26%를 기록했다. 반면 판관비 중 광고선전비 비중은 같은 기간 6.85%, 6.91%, 7.36%로 늘어났다. 마케팅에 수반 되는 비용을 늘리되, 다른 항목의 비용을 줄이며 마케팅 전략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뉴 개발과 마케팅에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를 통해 충분한 판매량을 확보하고 반복 출시와 제품 확장, 해외 진출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사업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로코노미를 장기 전략으로 끌고 가기 위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반복 생산과 제품 확장, 해외 진출이 가능한 구조를 갖춰야 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공급망'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로코노미 제품은 지역 특산물이라는 차별성이 있지만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품질 유지가 함께 이뤄져야 지속적인 상품화가 가능하다"며 "단발성 제품 출시보다 농가와 기업이 장기적인 공급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농가와 기업의 연결을 넘어 공급망 구축 지원으로 정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서 농가와 기업 간 계약재배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표준 약정서를 개발·보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기업이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농가·작목반·산지농산물유통센터(APC)를 발굴해 매칭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27일 농업·기업·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모두의 상생'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국산 농산물 구매를 넘어 제품화와 판로 개척, 수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부터는 기존 지원사업도 프로젝트형·다년도 지원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농업인의 안정적 판로 확보뿐만 아니라 기업의 안정적 원료 공급체계 구축 및 품질관리 등 선순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