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와 이사회)③총수 책임경영 고수…상법 개정에 검증대 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6년째 의장 겸임
GS·두산·효성도 총수 중심 이사회 운영
상법 개정 후 사외이사 견제 역할 '시험대'
공개 2026-05-26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1일 13: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면서 국내 대기업 이사회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총수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며 경영과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주도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총수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일부 그룹은 여전히 총수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기존 지배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상법 개정 이후 달라지고 있는 총수와 이사회 간 권한 구조, 책임 범위, 그리고 새롭게 요구되는 이사회의 역할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사진=현대차그룹)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상법 개정 이후 국내 주요 그룹들이 총수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며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005380)그룹을 비롯해 두산(000150), GS(078930), 효성(004800) 등 일부 그룹은 여전히 총수 중심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총수가 직접 이사회 내부에서 주요 투자와 경영 전략을 주도하는 식이다. 대규모 미래 투자와 사업 재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 명확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되면서 이 같은 구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빠른 투자 판단과 책임경영이 장점으로 부각됐다면, 앞으로는 의사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소수주주 보호, 이사회 견제 기능이 함께 검증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의장 겸임…미래차 투자 속도전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자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수석부회장 시절 처음 이사회 의장직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의장직을 유지 중이다. 삼성, SK(003600), LG(003550) 등 국내 4대 그룹들이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잇따라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총수가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사례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현대차가 이 같은 구조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그룹이 처한 사업 환경이 자리한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경쟁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대규모 투자와 전략 결정 속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성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총수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투자 속도와 전략 방향성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대미 관세 정책을 강화했을 당시 정 회장이 직접 210억달러(약 31조 9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진두지휘하는 등 주요 국면마다 빠른 결정을 내린 점도 총수 중심 책임경영 체제의 속도를 보여줬다.
 
현대차 측은 <IB토마토>에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과 경영 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하여 (정의선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면서 "다각화되는 당사의 사업 영역을 두루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업 전반에 전문성을 가진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IB토마토>에 "총수가 이사회 내부에서 직접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는 투자 판단 속도와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반면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 기능보다 추인 기구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GS·두산·효성도 대표이사 중심…상법 개정 후 부담 커져
 
총수 중심 이사회 구조를 유지하는 그룹은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2020년 취임 이후 지주사 GS 대표와 이사회 의장직을 함께 맡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역시 2016년부터 10년 동안 두산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 중이다. 두산그룹은 지주뿐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박지원 대표)와 두산로보틱스(박인원 대표)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오너 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역시 효성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며 총수 중심 이사회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 측은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 입사 이후 소비재 중심 사업 구조를 ISB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라며 "2016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 신성장동력 확보를 이끌고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화된 상법 개정 영향으로 총수가 직접 이사회 내부에 있는 기업들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총수 중심 의사결정이 빠른 투자와 위기 대응 측면에서 강점으로 평가됐으나, 앞으로는 절차적 정당성과 소수주주 보호 논란이 동시에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도 이사회 독립성 우려를 의식해 지난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주재하고, 경영진에 주요 현안 보고와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비금융권 기업에는 의무 사항이 아니지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은 구조에서 사외이사들의 독립적 논의를 보완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산업일수록 총수 중심 리더십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방산, 조선, AI 등은 투자 규모가 크고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법 개정 이후에는 속도만으로 이사회 구조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빠른 의사결정과 함께 주주 이익을 어떻게 검토했는지, 사외이사가 실질적으로 어떤 견제 역할을 했는지 함께 입증돼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상법 개정 흐름은 이사회 독립성과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글로벌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판단은 결국 총수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라며 "향후에는 총수 리더십과 이사회 견제 기능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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