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오토모티브, 1.8조 단기 차입 압박…재무 여력 '의문'
유동성장기부채에 단기차입금까지 상환 압박
2329억원 보유 현금으로는 대응 여력 '제한적'
R&D·투자 속도…부채 상환 전략이 관건
공개 2025-12-18 16:2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6일 15:1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DN오토모티브(007340)의 단기 채무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유동성장기부채가 1조 2000억원을 넘어서는 데다 6000억원 상당의 단기차입금을 더하면 사실상 단기간 내 대응이 필요한 차입금 규모는 1조 8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난다. 현금창출력과 가용 현금 규모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DN오토모티브)
 
유동성장기차입금 108억원서 1.2조원으로 ‘껑충’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N오토모티브의 올 3분기 말 연결 기준 유동성장기부채는 1조 2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108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1년 새 만기가 도래하며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은 1조 3790억원에서 832억원으로 크게 줄었는데, 만기 도래에 따라 상당 부분이 유동부채로 재분류된 결과다.
 
이렇게 늘어난 유동성장기차입금 1조 2269억원에 단기차입금 6484억원을 더하면, 사실상 단기간 내 대응이 필요한 차입금 규모는 1조 8754억원 수준까지 불어난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 같은 흐름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DN오토모티브는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유동성장기차입금 상환에만 1조 3975억원을 투입했다. 회사는 부채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또다시 장기차입금 4423억원, 단기차입금 7834억원을 유입했다. 만기 도래 부채를 또 다른 차입으로 막아내는 ‘차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이자 부담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932억원보다 줄어든 상태지만, 여전히 분기마다 200억원 안팎의 이자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실제 이자지급 현금유출은 3분기 누적 708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대응 여력이다. DN오토모티브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329억원으로, 단기 대응이 필요한 차입금 규모와는 괴리가 크다. 단기금융상품 1891억원을 더하더라도, 유동성장기부채와 단기차입금을 합친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순수하게 현금성자산만 놓고 보면 ‘시간을 벌 수 있는 여유’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DN오토모티브의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7071억원, 영업이익은 378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이익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2조원에 육박하는 차입금 만기를 단기간에 흡수하기에는 현금창출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운전자본 변동으로 1500억원 이상이 유출되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129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이익과 현금 유입 규모의 괴리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R&D에 매출 6% 규모 투자 방침
 
이러한 가운데 회사는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DN오토모티브는 글로벌 기술연구소 소속 인력 270여명을 중심으로 매출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회사는 고주파 진동 저감용 고성능 방진부품을 앞세워 테슬라, 리비안, 니오, GM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용 센서·컨트롤러 확대에 맞춰 방진 기술 포트폴리오도 확장하고 있다.
 
품질 경쟁력 역시 시장에서 일정 부분 인정받고 있다. DN오토모티브는 GM과 스텔란티스로부터 품질우수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품질 결함 제로’ 기준을 충족했다. 수출 실적도 2021년 4억 3317만달러에서 올해 5억 5512만달러로 확대됐다. 외형과 기술 경쟁력만 놓고 보면 유의미한 성장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유동성 부채 만기가 몰린 상황에서, R&D 투자와 설비 투자(CAPEX)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추가 차환에 나설 경우 이자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차입 축소를 택하면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DN오토모티브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부채 상환 재원을 마련할지, 그리고 재무안정과 성장을 위한 투자를 어떻게 병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DN오토모티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된 차입금은 2022년 인수금융을 2024년 8월 리파이낸싱한 대출로, 회계 기준상 만기가 1년 미만으로 남으면서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재분류된 것”이라며 “해당 차입금은 만기 도래 전에 다시 리파이낸싱을 진행할 예정이며, 과거에도 다수 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이번 리파이낸싱 역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리파이낸싱은 구조적으로 반복돼 온 절차이며, 회사 내부에서는 이를 재무 압박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며 “시장 금리와 유동성 환경 역시 2024년 8월 대비 개선된 상황이어서 차입 조건은 오히려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현재 단계에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추가로 소요되는 상황은 아니다”며 “R&D와 설비 투자는 기존 사업 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자금 부족으로 투자 일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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