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더블유게임즈(192080)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 일부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공시는 단기적인 주가 이벤트라기보다는, 회사가 앞서 제시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사례다. 주로 상장사들은 보유한 자사주를 한 번에 태우지 않고 이처럼 단계적으로 나눠 소각을 결정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속적인 주가 관리 ▲재무적 유연성 확보 ▲경영권 방어 등으로 다양하다.
(사진=더블유게임즈 홈페이지)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블유게임즈는 ‘주식소각결정’ 내용을 공시했다. 소각 대상은 보통주 32만2438주로, 소각 예정 금액은 약 175억원이다. 이사회 결의일 직전 영업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됐으며, 소각 예정일은 2026년 1월 7일이다.
이번 소각 물량은 발행주식총수(2149만5906주) 대비 약 1.5%에 해당한다.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사례가 대체로 발행주식총수의 1% 내외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수준의 자사주 소각으로 보인다. 더블유게임즈의 올해 9월 말 기준 자사주는 193만4333주로, 발행주식총수의 9.0%다. 소각 이후 더블유게임즈의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7%대 수준으로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한 번에 전량 소각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나누어 소각하는 데에는 지속적인 주가 관리, 재무적 유연성 확보, 그리고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전략적 이유가 있다.
우선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서 강력한 호재로 작용한다. 한 번에 큰 규모를 소각하면 단기적인 주가 급등에 그칠 수 있지만, 단계적으로 소각하면 "회사가 꾸준히 주주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장기간 시장에 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회사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소각 카드를 꺼내 들어 주가의 급격한 추락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주가 하락 국면에서 투자심리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에서 주주환원의 지속성을 본다는 것도 단계적 소각의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한 해에 3~4%를 소각하고 다음 해가 비어 있는 정책보다, 매년 1~2%씩 꾸준히 소각하는 정책이 더 신뢰를 받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현금은 다시 벌 수 있고, 배당은 조절할 수 있지만, 소각된 주식은 다시 살릴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한 번에 정리하기보다 일정 부분을 남겨두는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적 변동성이 큰 업종이나, 중장기 투자 계획이 열려 있는 기업일수록 자사주는 완충 장치의 성격을 띤다. 전면 소각은 이 같은 선택지를 스스로 닫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단계적인 소각에 나서는 것이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일부 캡쳐)
또 다른 이유로는 자사주가 단순한 주주환원 수단이 아니라 거래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유사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를 위한 교환 대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모든 자사주를 소각해 버리면 향후 큰 투자가 필요할 때 신주를 발행해야 하므로 기존 주주의 가치가 오히려 희석될 위험이 있다.
덧붙여 이번 더블유게임즈가 공시한 내용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는 과정에서는 기업의 현금 유출을 수반한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경영 환경과 실적에 맞춰 가용한 현금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소각하는 것이 재무 구조 안정성에 유리하다.
이 외에도 적대적 M&A 대응 수단으로 자사주를 남겨두기도 한다. 현행 상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처분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 때문에 적대적 M&A 위협이 있을 때 우호적인 세력(백기사)에 자사주를 넘긴다면, 기업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기도 한다.
한편 더블유게임즈는 지난해 4월23일 공시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단계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진행 중이다. 더블유게임즈는 2024년 발표한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배당(238억), 매입(350억), 소각(175억)을 합쳐 총 763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실행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