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지난 9월 네팔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네팔 정부의 SNS 차단이 원인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치인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 이른바 ‘네포 키즈(Nepo kids)’ 현상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네팔 사례처럼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은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드는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불평등은 생각보다 오래된 현상이 아닙니다. 현생 인류가 대략 30만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후 지금과 같은 불평등 구조가 본격화된 것은 고작 1만 년 전부터입니다.
학자들마다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불평등의 시작은 농경의 시작과 맞물려 있다고 봅니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잉여 생산물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는 곧 더 많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갈라놓았습니다. 잉여 생산물을 둘러싼 갈등은 집단 간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전쟁은 곧 전쟁을 전문으로 하는 계급, 즉 전사계급을 탄생시켰습니다.
전사계급은 무력을 독점하면서 생산자가 생산한 것을 세금으로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시민의 기본 의무로 포장되는 납세의 의무는 사실 이러한 전사계급의 착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사계급은 귀족 계층으로 진화했고 세금 면제라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화약의 도입과 함께 세금을 내면서도 귀족 못지않은 부를 축적한 자본가 계층이 등장하며 기존 질서에 도전했습니다.
프랑스혁명 이후에는 모든 사람이 세금을 낸다는 원칙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귀족을 대신해 기업을 운영하는 자본가가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부상했고, 이들은 정치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다 교묘하게 지켜나갔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분배 문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의 환경과 역량에 차이가 있는 만큼 기득권의 출현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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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