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도 발 빼는 인천공항…면세업계 부는 '비관론'
임차료·상각비 차감 전 이익 늘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 전환
중국인 관광객 소비 변화와 고환율 지속에 매출 회복 불가능 전망
DF3권역 운영 지속과 위약금 1900억원 지불은 수익성 저하 요인
공개 2025-10-0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30일 14:5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호텔신라(008770)가 인천공항점 DF1권역 영업을 내년 3월 중단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발 빠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면세업계는 주요 고객층이던 중국인 소비 감소와 높은 임대료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겪어왔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인천공항 출국 여행 객수는 회복됐지만, 고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소비 변화 등으로 향후에도 면세업계가 현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진=호텔신라)
 
소비 패턴 변화에 여객수 증가도 부담으로 작용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내년 3월17일부터 인천공항점 DF1권역 영업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도한 적자로 인해 지속운영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적다고 판단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신라면세점이 인천 공항 운영으로 인해 매달 60억~100억원 적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720억원~1200억원 규모로, 향후 8년을 더 임차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5760억원~96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에 호텔신라는 1900억원 규모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적자 보다도 손실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호텔신라는 지난 2023년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DF1) 임대료를 여객 1인당 8987원을 써내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서 2023년 3조5685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조9476억원으로 늘었지만 수익성은 저하됐다. 2023년 912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임차료와 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인 EBITDAR는 6907억원에서 8311억원으로 늘었지만, 임차료가 4719억원에서 704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EBITDAR는 기업의 순이익에 이자·세금·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임대료를 더해 계산되는 이익 지표다. 임대료 비용이 크거나 일시적인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하는 산업인 호텔·항공·요식업 등 기업이 핵심 사업을 통해 얼마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주요 고객층이던 중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소비 패턴 변화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면세 매출이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 관점도 이번 철수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인천공항 출국 여행객 수는 3554만132명으로 2019년(3556만9629명) 수준으로 회복했다. 반면, 지난해 면세점 시장 규모는 14조2248억원으로 2019년 24조원 대비 급격하게 감소했다. 
 
면세 경쟁력이 낮아진 가운데 최근 항공사들이 일본과 중국 노선 운항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면세업계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여객 1인당 수수료에 여객 수를 곱해 임대료가 결정되는데 소비는 늘지 않는다"라며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서 여객수 확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여객수가 더 늘어나기 전에 호텔신라 측에서 발 빠른 결정을 내린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DF1 권역 철수에도 3권역 운영…서울·제주 남아
 
호텔신라는 서울과 제주, 인천공항까지 총 3개 면세점 외에도 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 15개, 신라스테이 플러스 1개 등과 레저 사업을 보유하며 상대적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공항점 DF1권역은 매출은 4293억원으로 전체 연결 실적에 10.9%를 차지했다. 면세점(TR) 사업 매출 3조3029억원 중 약 13.0%에 해당하는 규모다.
 
DF1권역을 철수하는 이번 호텔신라의 결정으로 최소 연간 720억원 규모 적자 부담은 해소됐지만, 매출 감소와 함께 단기적인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패션·잡화와 부티크 등을 판매하는 DF3권역 영업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천공항공사에 위약금 약 1900억원 위약금을 지불하면서다. 
 
올해 상반기 말 호텔신라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0.3%로 지난해 말(197.0%) 대비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43.5%에서 44.5%로 늘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향후 인천공항 DF1점 매출을 상쇄할 대응 방안 등에서는 답변을 아꼈다. 
 
상황이 이렇자 경쟁사인 신세계의 면세점 철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신세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으로 인한 임대료 부담으로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명동점과 인천공항점 2개 면세점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발을 빼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홍규선 동서울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면세업계가 오프라인 면세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철수한 것"이라며 "시내 면세점을 강화하는 전략과 함께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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