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포스코퓨처엠(003670)이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과 전구체의 ‘탈중국’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음극재 원료인 흑연과 양극재 중간재인 전구체 모두에서 중국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 글로벌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요구와 미국 규제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그룹 내 자원 조달과 자체 생산능력을 결합하면서 ‘포스트 중국’ 체제로 전환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광양공장 전경. (사진=포스코퓨처엠)
중국 의존도 높은 배터리 핵심 소재 탈중국 밸류체인 구축
1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은 현재 글로벌 생산량의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구형흑연은 99% 이상이 중국산이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지금까지 전량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미국 금지외국단체(PFE) 규제는 배터리 원료·소재 공급망의 중국 비중이 40%를 초과할 경우 미국 내 첨단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은 2030년까지 15%로 강화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에 대응해 아프리카산 인상흑연을 들여오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새만금 산업단지에 구형흑연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흑연 가공부터 천연흑연 음극재까지 자체 밸류체인을 확보하면 중국산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포스코퓨처엠 측은 공장 준공 시 지난해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량 기준, 전체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산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낮추기 쉬운 전구체 대체 공급망 확보도 흑연 밸류체인 구축과 함께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 제조의 중간재로, 이 역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중국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미 시장에서 한국산 전구체 가격은 1㎏당 16~17달러로, 중국산(15~16달러)과의 차이가 5% 안팎에 불과하다. 불과 2023년까지만 해도 가격 격차가 20%에 달했지만, 대중국 관세 인상과 국내 업체들의 원가 절감, 북미 현지화 전략 덕분에 크게 줄었다.이 때문에 중국과 한국의 상호관세 효과가 15%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가격이 역전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6월 전남 광양에 연산 4만5000톤 규모 전구체 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구체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 납품되는 양극재에 실제 투입되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을 기반으로 한 비중국산 전구체가 북미 고객사에 적용된 첫 사례로, 회사는 향후 가동률을 높이고 글로벌 고객사와 협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적 압박 속 공급망 다변화
포스코퓨처엠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실적 압박과도 맞물린다. 포스코퓨처엠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79억원으로 전년 동기(406억원) 대비 55.9% 줄었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수요 회복은 제한적이지만, 북미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낮은 공급망을 선점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흑연·전구체 내재화와 병행해 양극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LFP(리튬인산철)와 LMR(리튬망간리치)을 투트랙으로 개발·양산하는 전략이다.
LFP는 가격 경쟁력과 긴 수명을 앞세워 ESS와 엔트리급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포스코퓨처엠은 고밀도 LFP를 개발해 에너지저장장치 중심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LMR은 중대형 EV와 프리미엄 EV까지 아우르는 소재로, 지난해 시범생산에 성공했으며 올해 안에 양산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회사는 중국과 단순 가격 경쟁 대신 제철소 부산물 활용과 고용량 구현 등 기술 경쟁력으로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저가 시장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과의 합작사업도 재편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중국 화유코발트와 공동 설립한 절강포화·절강화포 등 중국 합작법인의 비중을 줄이며 ‘포스트 중국’ 전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화유코발트와 추진하던 1조2000억원 규모 포항 전구체 공장 투자도 철회했다.
다만 중국 CNGR과는 전구체 및 LFP 양극재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단, 지분 구조를 한국 자회사 중심으로 조정해 미국 PFE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등, 기존 합작사업도 규제 대응을 전제로 한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흑연과 전구체라는 양대 축에서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LFP·LMR 등 차세대 제품군까지 확대하는 복합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업계는 단기적인 수익성 회복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비중국산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시장 내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투자검토 중단은, 양사가 캐즘 시기를 거치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며 협력 축소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CNGR과 협력은 MOU 단계로, 사업 추진 관련 상세내용은 상호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