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애경산업 인수가 시총 두 배…프리미엄 논란
2배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 지불 감수
애경산업 브랜드 파워 등 고려해 투자
공개 2025-10-0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30일 1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태광산업 컨소시엄(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이 애경산업(018250)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프리미엄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기업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책정하며 현재 시가총액인 약 4000억원(29일 종가 기준) 대비 2배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LTM(최근 12개월)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466억원임을 감안하면 멀티플은 15배 수준으로, 국내 뷰티 기업 가운데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사진=태광그룹)
 
과도한 프리미엄?…"K-뷰티 호황 고려했을 것"
 
이처럼 태광산업이 높은 멀티플을 감수한 것은 최근 애경산업의 영업이익 감소가 일시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플랫폼 간 경쟁 심화로 인한 일시적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입이익률이 하락했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사업이 점차 일본·미국·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확장하는 추세에 있어서다. 애경산업 측도 매각 과정에서 지난해 상반기 화장품 매출 호조에 따른 역기저 효과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애경산업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3224억원, 영업이익은 171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9%, 49.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5.3%로 지난해 9.9%에서 절반가량 깎였다. 특히 화장품 부문 영입이익률은 7.3%로 1년 새 9.1%p 하락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에서 54%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매출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2.1% 감소한 22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0% 감소하며 350억원에 머물렀다.
 
다만 중국 외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감안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화장품 시장 초입 단계에 있는 애경산업은 지난 4월 실리콘투와 미국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도 화장품 브랜드 '루나'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하는 등 수출 다각화에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K-뷰티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관련 기업 인수 수요가 높다. 특히 미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 대비 54% 증가하는 등 입지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IMARC 그룹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K-뷰티 제품 시장의 2025~2033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8.97%로,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47억달러에서 2033년까지 2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KKR가 화장품 용기 제조사인 삼화를 약 7330억원에 인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삼화의 지난해 EBITDA 규모가 386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멀티플 19배를 인정받은 셈으로, K-뷰티 관련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다른 소비재 산업과 비교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뷰티 산업은 소비재 산업 전반과 비교해 글로벌 M&A 시장에서도 더 높은 프리미엄이 반영되고 있다”며 “EBITDA 기준 두 자릿수 멀티플이 평균적이고, 호황 사이클을 탄 K-뷰티 프리미엄까지 감안해 높은 멀티플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태광, 애경산업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 잠재력에 '배팅'
 
최근 5년간 EBITDA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멀티플이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애경산업의 연간 EBITDA 규모는 2021년 396억원, 2022년 543억원, 2023년 772억원, 2024년 630억원이다. 지난해 EBITDA는 630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466억원으로 줄어든 탓에 멀티플이 15배로 책정됐다. 중장기 평균 EBITDA를 고려하면 멀티플은 10~12배 범위에 있다. 향후 EBITDA 규모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을 고려하면, 태광산업 측에서 받아들인 몸값이 납득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의 ODM/OEM 의존도가 낮고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만큼, 글로벌 진출을 강화할 경우 추가적인 밸류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뷰티 밸류체인은 크게 원료·소재→위탁생산 및 개발(ODM/OEM)→브랜드→유통 단계로 나뉜다. 브랜드사가 제품 설계와 마케팅을 맡고, 생산은 외주로 맡기는 방식이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이라는 양축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가운데 자체 생산시설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원가 절감 효과나 OEM 납품 확대 등 추가 수익 창출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업계에선 태광산업의 신사업 진출에 있어서도 크로스셀링·시너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향후 성장 잠재력에 배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광산업은 앞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신사업 투자 전략 청사진을 공개하는 등 기존 사업 구조를 넘어선 포트폴리오 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 이후 헬스케어, 바이오제약 등 고마진 사업 분야로 단계적인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애경산업 인수와 관련해선 K-뷰티 산업의 높은 성장성을 고려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차원”이라며 “앞으로도 고수익 사업에 대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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